'계속 먹어라' 명령하는 뇌.. "폭식도 정신 질환"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14. 7.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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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식습관이나 유전 등 신체 문제가 아닌 '정신' 문제로 보고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비만의 주요 원인은 폭식인데, 폭식은 음식 먹는 행위(食事)에 중독돼 나타난다는 것이다.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심리학과 교수들을 초청, '식사(食事) 중독'을 주제로 한 심포지움을 열고 비만의 정신과적 치료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폭식은 음식 중독 때문"

폭식을 자주 하는 사람은 영양 공급이나 포만감보다는 쾌락을 얻기 위해 음식을 먹는다. 보통 사람은 배가 고프면 지방세포에서 렙틴 등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 물질이 뇌 시상하부의 식욕 중추를 자극해 음식을 먹게 하며 배가 부르면 멈추게 만든다. 하지만 '식사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이 같은 정상적인 뇌 회로 시스템이 무너진다. 서울백병원 섭식장애클리닉 김율리 교수에 따르면, 식사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음식 섭취에 대한 통제력 상실, 내성(점점 많이 먹게 되는 것), 금단 증상(음식을 먹지 않으면 불안, 초조해지는 것)이 나타난다고 한다.

식사 중독이 있는 경우 ▷배가 너무 불러 불편할 정도가 될 때까지 많이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많이 먹는다 ▷음식을 먹은 뒤 일부러 구토를 한다 ▷주말이나 저녁에 몰아서 폭식한다 ▷과식 후 자신에 대해 혐오감·우울감·죄책감을 느낀다 등의 행동을 한다.

◇청소년기의 굶는 다이어트, 식사 중독 유발

청소년기에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식사 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다. 청소년기는 뇌가 성숙하는 결정적인 시기인데, 이때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 음식 섭취와 관련된 뇌 회로에 이상이 오면서 식사 중독이 생길 수 있다. 또 영양 부족으로 뇌 발달이 제대로 안 돼 중독은 물론 우울·불안증이 생기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성격이 형성될 수 있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고교 3학년 사이의 청소년 8만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 조사 당시, '지난 30일 동안 단식이나 식사 후 구토 등의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남자 12.9%, 여자 21.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조사 대상자 10명 중 3명이 식사 중독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율리 교수는 "청소년의 굶는 다이어트는 식사 중독 등 정신·심리적인 문제 뿐 아니라, 뇌 발달 등 신체적 측면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게임 중독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청소년기에 생긴 식사 중독은 성인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받으면 먹는 습관 고쳐야

식사 중독에 걸린 사람은 스트레스·불쾌감·외로움 등 감정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다. 또 음식 섭취를 통해 좋은 맛, 기분 개선 등의 보상을 얻으며 음식을 삶의 유일한 즐거움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김율리 교수는 "'감정'과 '음식'은 따로 생각해야 한다"며 "좋지 않은 감정을 풀기 위해 음식을 선택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 친구나 가족과의 대화 등 다른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 중독에 걸린 사람은 음식이 눈에 보이면 아무런 생각 없이 그 자리에서 먹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식사 시간이 아니라면 음식을 눈에 안 보이게 해야 한다. 외식을 할 때는 1인분이 나오는 식당에 가고, 뷔페는 가급적 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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