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열전](25) 배서영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2013. 9.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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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힘든 정형외과의..발·발목 전문 의학자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배서영 교수(43)는 국내에서 드문 정형외과 여의사 중에서도 족부·족관절을 전문으로 하는 의학자다. 그의 밝은 표정에서 정형외과 교수로서의 카리스마 뒤에 순수함을 간직한 소녀같은 감수성이 엿보였다.

현재 국내 의과대학 교수 중 정형외과 여교수는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족부·족관절 분야는 2명에 불과하다. 뼈를 자르고 맞추는 수술을 하는 정형외과는 여성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여의사를 기피하는 풍토가 있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그런 경향이 지금보다 심했다.

족부 및 족관절 질환 분야의 진료와 연구, 교육 등 의학자로서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한 배서영 교수가 최근 수술을 받은 환자를 회진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yaja@kyunghyang.com

◆ 연 1000건 시술하며 연구 병행 국내외 학회에서 학술상 받아◆ "수술엔 여성의 섬세함 중요 환자가 저의 영원한 선생님"

배 교수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학병원에서 족부·족관절 클리닉을 운영하며 진료와 연구,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영역을 굳건히 구축했다. 지난해 대한족부족관절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당뇨병성 족부궤양의 재발과 연관된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논문으로 최우수학술상을 수상했다. 2007년에는 북미정형외과 족부족관절학회에서 우수연구상도 받았다.

1996년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한 배 교수는 모교 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치고 2001년 정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이어 이대목동병원 전임의로 1년간 근무한 뒤 2002년 국립중앙의료원 정형외과에 부임해 2009년까지 재직했다.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가면서부터 족부·족관절 분야를 세부 전공으로 삼았다. 2005년 제1회 미국족부족관절학회 초청으로 미국 5개 병원을 방문할 기회를 얻었는데, 이때 볼티모어 유니온 메모리얼 종합병원에서 족부·족관절학계의 권위자인 루 C 숀 박사를 만난 것이 족부·족관절 분야의 연구와 진료에서 내공을 쌓는 계기가 됐다. 그곳의 족부·족관절센터에서 보건복지부 국외 파견근무 형식으로 2005년 말부터 2007년 봄까지 1년 반 동안 당뇨병성 족부변형, 평발에 관한 최신 임상 기법을 배우고 자가골수 줄기세포 임상적용 연구를 수행했다.

발가락 관절(중족골)에 발생한 심한 통증 환자를 수술하는 배서영 교수의 눈빛과 손끝이 살아있다. 인제대 백병원 제공

미국 연수를 다녀와서 2년여 있다 2009년 인제대 상계백병원으로 이직한 배 교수는 이듬해 4월 정형외과 정형진 교수와 함께 족부·족관절센터를 개소했으며, 연간 1000건 이상의 수술을 하고 있다. 그동안 50여건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고, 국내 교과서와 국제 수술 참고서를 공동집필했다.

"지금은 덜하지만 제가 수련을 받을 당시 여의사는 정형외과 의사가 되기가 무척이나 어려웠습니다. 1997년에 인턴 끝나고 정형외과를 지원하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모두 안될 거라고 했어요. 선배들이 모두 실패했거든요. 지원을 안 받아주면 과장님 연구실 앞에 가마니를 깔고 누울 각오로 찾아갔는데 이례적으로 당시 정형외과 과장이신 강충남 교수께서 그리 어렵지 않은 조건 몇 가지만 달아서 허락하셨어요. 외견상 톱으로 썰고 망치로 두드리는 등 거칠지만 바느질처럼 섬세한 것이 정형외과 족부·족관절 수술입니다. 공부할 것도 많고 질환과 치료 방법이 매우 다양해 수술과 연구가 지겨울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서울 상계백병원 정형외과 배서영 교수가 지난 6일 족부족관절 클리닉 진료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원래 즐거운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삶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나의 살아가는 자세에서 비롯된다. 대가의 말에 귀기울이되 완전히 믿지 말라(항상 의문을 가지자)'는 것이 배 교수의 지론이다.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고 자신의 영역 구축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의사가 되기를 포기하셨던 아버지(고교 영어교사)는 두 딸이 의사가 되기를 바라셨고 어머니도 '봉사하며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이라며 의대 진학을 뒷바라지하셨어요. 저 스스로도 아주 어릴 때부터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한번도 그 꿈이 바뀐 적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늘 남들에게 좋은 일을 안겨주는 존재가 되고 바르게 열심히 살라'고 독려해주신 덕분에 더 열심히 의사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영상의학과 전문의)로 재직하고 있는 언니가 의학 공부를 하는 선배로서 '역할 모델'이 되어주었어요."

배서영 교수가 족부족관절 클리닉에서 발의 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의 발을 살펴본 뒤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배 교수는 40대 초반이지만 아직 '싱글(미혼)'이다. '결혼을 안 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아직 못한 것'이니 미혼이라는 단어가 적절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좋은 친구 같은 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는 인복이 많아서 정말 여러 분의 도움과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부모님, 사부님, 교수님, 선배님, 동료·후배 등이 제게 많은 힘을 주었지만 가장 큰 힘과 교훈은 환자들에게서 옵니다. 저의 영원한 선생님이지요. 수술이나 치료 중에 환자들의 발을 씻어주게 되는 일이 흔한데 이상하게 남의 발을 씻어주고 치료해 주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인제대 상계백병원 김홍주 원장(외과)은 "배서영 교수는 족부·족관절센터 개소와 함께 족부질환, 변형, 당뇨족, 하지외상 등 족부·족관절분야의 진료와 연구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정형외과학적으로 뛰어난 능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환자에게 건강과 희망의 삶을 선물하는 훌륭한 의사"라고 평가했다.

족부(발)·족관절(발목)은 슬관절(무릎) 아래의 다리 하단부에서 발끝에 이르는 신체부위를 말한다. 몸을 지지하고 걸을 때 추진력을 제공하는 몸의 주춧돌에 해당한다. 최근 선천성·후천성 변형과 기형, 골절과 탈구 등 외상, 관절염 등 퇴행성 변화, 각종 세균 감염, 혈관 질환에 의한 괴사, 근막과 인대의 염증 등 질환이 다양해지고 발병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족부·족관절 정형외과에서는 이 부위의 질병 및 외상을 전문적으로 다룬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 배서영 교수는 "건강 증진을 위한 스포츠 활동과 더불어 여행·레저 등 여가생활을 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발 건강"이라며 "평균수명의 증가로 발의 사용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평소 충분한 휴식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발의 각종 질환을 예방하려면 신고 걸어서 편안한 굽 높이를 각자 찾아보고, 1일 3회 이상 발과 발목을 스트레칭하는 것이 좋다. 발가락 관절을 발바닥쪽으로 꺾어 스트레칭을 하고, 쉴 때 발을 주무르거나 발목을 돌려준다. 발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작은 상처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발에 이상이 생기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에게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 교수는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낮은 신발이 좋은 신발'이라는 것"이라며 "사람마다 발의 형태나 아킬레스건의 길이, 관절의 유연성에 따라 적절한 굽의 높이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너무 높은 하이힐도 문제지만 굽이 전혀 없는 이른바 '플랫슈즈'의 유행이 최근 수년간 발 환자를 많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족부 질환자에게 금연은 필수다. 신체의 가장 말단에 있는 발은 흡연에 의한 혈관 변화에 매우 민감해 발이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 환자는 매일 자신의 발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족부 전문의에게 발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발이 시리다고 뜨거운 찜질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딘 감각으로 인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배 교수는 "(당뇨발 환자들이) 절단이 두려워 정형외과 치료를 포기하면 안된다. 절단은 치료의 실패가 아니라 치료의 수단일 뿐"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소 당뇨와 발 관리에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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