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병'이라 불렸던 뇌전증.. 나폴레옹도 시저도 앓았다

입력 2012. 11. 25. 18:15 수정 2012. 11. 25.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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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세포의 이상흥분으로 발작
간질로 불리다 낙인효과에 개명
자녀에 유전될 확률은 5%도 안돼
조절 잘하면 일상생활 지장 없어

[세계일보]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알렉산더, 시저, 나폴레옹, 바이런, 도스토옙스키, 모파상, 단테, 고흐, 잔다르크, 노벨…. 이 위인들의 공통점은? '뇌전증'이다. 신경세포의 갑작스러운 이상흥분 상태에서 발생하는 증상을 발작이라 하고 이러한 발작이 특별한 원인 없이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를 뇌전증이라고 한다.

뇌전증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에필렙시(epilepsy)'는 '외부의 악령에 의해 영혼이 사로잡히다'라는 뜻이다. 과거에는 '간질'이라고 불렀으나 사회적 편견이 심하고 용어가 주는 낙인효과가 큰 탓에 2년 전 뇌전증으로 개명됐다.

◆유전 확률 5% 미만

뇌전증은 그리스시대 이전부터 이미 '신이 발병하게 하므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하여 '신의 병'으로 불렸을 만큼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이다. 하지만 열거된 위인들의 업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뇌전증은 조절만 잘하면 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병이다. 흔히 뇌전증이 유전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 뇌전증 환자의 자녀에서 뇌전증이 나타날 확률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장상현 을지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지질 대사질환 및 아미노산 대사질환, 결절성 경화증, 신경섬유종 등과 같은 유전질환과 간질증후군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유전되지 않는다"며 "단, 발작을 일으키기 쉬운 체질을 간질성 소인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체질은 유전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발작 유형과 대비 방법

뇌전증 발작은 크게 두 종류다. 신체 일부분에만 발작이 일어나는 부분발작과 신체 전 부분에 걸쳐 이상이 나타나는 전신발작이 있다. 부분발작에는 감각 이상, 한쪽 팔다리만 부들부들 떠는 편측 간대성 경련, 구토나 안면 창백, 발한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이 나타나는 단순부분발작과 의식장애와 함께 입맛을 쩝쩝 다시거나 옷을 만지작만지작하는 등의 반복적인 행동을 보이는 자동증 등의 복합부분발작이 있다. 전신발작에는 깜빡 정신을 잃는 소발작, 움찔움찔 몸을 떠는 간대성 근경련 발작, 처음부터 의식이 없고 몸이 뻣뻣해지면서 온몸을 떠는 간대성 경련, 전신 강직, 근육의 힘이 없어져 넘어지는 탈력 발작 등이 있다.

발작이 나타날 경우 일반적으로 의식이 명료하지 못한 환자의 경우에는 기도를 유지해 주고 넥타이나 벨트 등을 풀어주어 숨을 잘 쉬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한데 뇌전증 환자의 경우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샤워 도중 발작이 나타나면 경추골절 등이 나타나 전신마비 증상이 올 수도 있으므로 평소에 미끄럽지 않은 깔판을 바닥에 깔아놓는 것이 좋다.

또한 수영이나 자전거타기 중에 발작이 나타났을 경우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으므로 다칠 수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음주나 수면 부족, 컴퓨터게임 등이 발작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항경련제를 복용한다면 절대로 잊지 말고 제때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발작 증상을 지켜본 주위 사람들의 자세한 설명이 뇌전증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발작 증상 지켜본 보호자 역할 중요

뇌전증은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다. 과거에는 뇌전증 치료의 목표를 발작의 횟수를 줄이거나 예방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전증의 진단과 치료법이 발전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장 교수는 "뇌전증과 비슷하지만 뇌전증이 아닌 것들과의 감별도 중요한데 그 예로는 실신, 정신적 이유에서 나타나는 가성발작, 일과성 뇌허혈증, 심장 부정맥, 편두통 등이 있다"면서 "발작이 처음으로 발생했을 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뇌전증을 진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발작 증상이다. 하지만 발작이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므로 의사가 직접 관찰하기 어렵다. 따라서 발작 증상을 지켜본 보호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호자의 자세한 설명이 뇌전증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자료가 된다. 반복적인 발작이 있을 경우 먼저 실시하는 검사는 뇌파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다. 뇌파검사는 뇌의 뇌전증파 확인과 기능적 이상을, MRI 촬영은 뇌의 구조적 이상을 판별하는 검사다. 그 외 동영상 뇌파검사, 핵의학검사, 자기뇌파검사로 진단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 치료가 원칙이며 환자의 70% 정도는 경련발작을 멈출 수 있다. 만약 적절한 약물을 복용해도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인 경우 국소적 뇌전증병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미주신경자극술, 지방은 많이 섭취하고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적게 섭취하는 케톤식이요법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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