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의 건강편지>장하나의 우승이 값진 까닭은?

입력 2017. 2. 20. 06:28 수정 2017. 2. 2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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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호주 로열 애들레이드 골프장. 전날 1위였던 리젯 살라스와 공동 2위였던 오수현, 사라 제인 스미스, 포나농 파트룹 등이 흔들리는 사이에 14위였던 세계 랭킹 2위 아리야 주타누간이 쑥~ 올라왔습니다. 주타누간이 11번 홀 버디로 7언더가 되면서 공동1위가 되자 곧 우승컵을 들 것 같았습니다.

장하나가 2R 31위에서 3R 7위까지 올랐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첫 홀 보기에 이어 파 행진만 하고 있어, 우승은 멀어 보였습니다. 모진 바람이 부는데다가 후반 홀들은 전반보다 더 어려웠기 때문에.

그러나 “골프는 장갑 벗기 전에 모른다”는 격언을 장하나가 보여줬습니다. 그는 13,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더니, 17번 홀에서 15m 이글 퍼트에 성공하며 단독선두로 올랐습니다.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해서 2위와 3타 차로 올 첫 LPGA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얼리 스타터’ 장하나의 우승을 알렸지만, 장하나가 얼리 스타터이기만 해서작년 초기 경기들에 우승하고 이후 부진했던 건 아니지요. 그는 지난해 코츠 골프 챔피언십(2월)과 HSBC 위민스 챔피언스(3월)에 우승하면서 활짝 나래를 펴려고 했지만, 키보드 워리어들의 표적이 됐습니다.

장 선수가 ‘검객 세리머니’를 한 뒤 영어 인터뷰 때 ‘사모라이’라고 한 것이 시발이었고, 장 선수 아버지의 짐이 공항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져 전인지 선수가 다치면서 과녁이 됐습니다. 보기 민망한, 온갖 욕이 난무했습니다. 가슴에 수 만 개의 비수가 꽂혔습니다.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있었을까요? 결국 달포 동안 투어를 접어야 했습니다. 리우 올림픽도 포기해야만 했지요.

다행히 자신과의 혹독한 싸움에서 이겨내고 10월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11월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2위를 하며 재기했지만, 아직도 키보드 워리어들이 그녀를 따라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골프 팬들은 장하나의 재기발랄한 세리머니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프로 선수가 정성껏 준비한 세리머니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서비스인데….

검객 세리머니를 영어권 기자들에게 쉽게 알려주려고 ‘사무라이 세리머니’라고 표현한 것이나 아버지의 실수로 동료선수가 다친 일이 이토록 떼거지로 ‘멍석말이’당할 일인지 저는….

그저께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가 은퇴를 선언했지요. 그 역시 끊임없이 악플러들의 공격에 시달렸습니다. 손연재 선수 스스로 김연아와 비교한 적이 없는데, 늘 ‘퀸’과 비교되며 비난받았습니다. 최순실 늘품체조에도 직접 관련된 것이 없는데도 비난의 표적이 됐습니다. 심지어 광고에 많이 나온다며….

왜 어떤 사람은 화풀이하면서 쾌감을 느낄까요? 군중 속에서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자위할까요? 누군가 잘못을 하더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의 발전으로 삼기 보다는….

어릴 때부터 학교나 가정에서 가르쳐줘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나쁜 것이 쉽게 남을 비난하는 것이고, 누군가의 숨겨진 장점을 배우는 것은 정말 어렵지만 보람 있는 일이라고. 남보다 자신을 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일이라고. 오늘 누구에겐가 그 말을 전하는 하루가 되기를 빕니다.

그나저나, 그 비수들이 꽂힌 가슴으로 정상에 오른 장하나 선수, 정말 대견합니다. 자신을 극복한 그 웃음 계속 이어지기를….

오늘의 건강팁 - 말에 대한 명언 10가지

말에 대한 명언들, 몇 번 소개해 드렸지만 보고 또 봐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말은 마음의 초상 ?J. 레이(폴란드 문학의 아버지)
○남의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도 자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잘 들어라. -탈무드(유대인의 율법서)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모로코 속담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자, 험담의 대상자. 듣는 자. -미드라시(유대인의 종교해석서)
○말이 있기에 사람은 짐승보다 낫다. 그러나 바르게 말하지 않으면 짐승이 그대보다 나을 것이다. -사아디 무쓸라 알 딘(이란의 현자)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 지자불언언자부지(知者不言言者不知) -노자
○개가 잘 짖는다고 해서 좋은 개라고 할 수 없듯, 사람이 말을 잘 한다고 해서 현자라고 할 수 없다. 구불이선폐위량, 인불이선언위현(狗不以善吠爲良, 人不以善言爲賢) -장자
○군자는 행동으로 말하고, 소인은 혀로 말한다. 군자이행언, 소인이설언(君子以行言, 小人以舌言) -공자
○군자는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군자치기언지과기행(君子恥其言之過其行) -공자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며 경청하는 것은 지혜의 특권이다. -올리버 웬델 홈스

<제 1092호 건강편지, 오열 등극 경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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