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왜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 입에 다 떫을까? 특히, '자몽' 말이다!

Q.

어떤 다이어트를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진공포장해서 매일 집으로 배달 오는 도시락 서비스를 신청했어요. '덴마크 다이어트 도시락'이라는데 덴마크 왕립 병원에서 만든 환자 처방식단이라니 믿음이 갑니다. 자몽에 체지방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어서 밥을 먹을 때마다 자몽 하나씩 먹는 게 중요하다네요. 문제는 제가 자몽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시고 떫은데 이걸 한 달 내내 하루 세 개씩 먹으라니…… 덴다할 때 자몽을 빼고 먹으면 정말 효과가 없나요?

A.자몽의 효과는 식욕 억제제에 가깝다

아침식사는 매일 같음 - 자몽1개, 계란 1-2개, 블랙커피 혹은 맑은 차 한잔 월요일 점심 - 자몽 1개, 계란 2개 월요일 저녁 - 계란2개, 콤비네이션 샐러드, 말린 토마토 1조각, 커피 그리고 자몽 1개 화요일 점심……

마가렛 대처도 했다는 그 다이어트. '덴다'라는 애칭으로 유행하고 있지만 이전부터 마요클리닉 다이어트, 할리우드 다이어트라 등등의 이름으로 떠돌던 방식이다. 자몽과 함께 먹으면 살이 빠진다, 혹은 체질이 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식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 '자몽'은 핑계에 가깝고 '저칼로리 다이어트'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자몽에 체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런 효과가 사실이라면, 자몽은 식품이 아니라 의약품으로 분류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몽이 다이어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자몽에 들어있는 특유의 색소 나린진(Naringin)의 효과 덕분이다. 나린진은 인체에 무해한 성분이지만 떫고 쓴 맛을 낸다. 그래서 나린진을 맛본 사람들은 식욕이 일시적으로 감퇴한다. 이 점에 착안하여 2000년대 후반 국내의 모 생활건강 업체에서 나린진 성분이 들어간 치약을 '다이어트 치약'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 적도 있었다. 사실 자몽을 먹으면서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이 나린진의 덕을 본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몽의 신비한 체지방 분해효과 따위를 기대하며 시럽과 설탕이 들어간 자몽주스를 꿀꺽꿀꺽 마시는 건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 되겠다.

결론적으로 '덴다'는 꽤 오래된 미신 가운데 하나다. 자몽의 효능을 강조하지만 사실 자몽을 빼고 먹어도 효과 자체에 있어 큰 차이가 없다. 식단 자체가 저칼로리에 맞춰져 있어 그냥 굶는 것과 효과도 대동소이하다. 살은 빠지겠지만 요요를 예약해 놓고 시작하는 셈이다. 게다가 다른 재료에 비해 자몽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최근에 팔리는 덴다 상품들은 끼니마다 제공되는 자몽의 양을 한 개에서 반개로, 반개에서 슬라이스로 점점 줄이는 웃지 못할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러니 이왕이면 다른 방식을 찾아 보는 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