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 '메가톤급 후폭풍'

임소형기자 2013. 8. 1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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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퇴소문에 조마조마.. 김부장 닦달에 부글부글실직이 평생 겪는 스트레스 중 7위.. 가족의 건강변화보다 더 충격우울증·심장병 발병 가능성 높이고 당뇨병·피부질환까지 유발도실적·승진에 과민성격땐 더 타격 "상황 못 바꾸면 생각을 바꿔야"

직장생활, 참 스트레스다. 사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몸에 적절한 긴장을 만들면서 활력을 주기 때문에 건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면 병이 되기 마련이다. 왜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지, 스트레스가 어떤 병을 가져오는지,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시월드보다 더한 스트레스

의학적으로 스트레스는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자극'을 뜻한다. 미국 학자들이 내놓은 스트레스 평가 척도에 따르면 직장과 관련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실직이다. 사람이 일생 동안 겪는 스트레스 요인 7위에 해당한다(충격척도 47). 1위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100)이다. 가족의 건강 변화(8위, 44)보다 실직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이 척도에 따르면 새 직장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12위, 39)이나 직장 문제로 인한 재정 상태의 변화(13위, 38)가 가까운 친구의 죽음(14위, 37)보다, 직장에서 다른 부서로 배치되는 것(15위, 36)이 시집이나 처가와의 갈등(20위, 29)보다 더 큰 스트레스다.

직장 관련 일들이 이처럼 스트레스 요인 상위에 올라 있는 이유는 대부분 자신의 생각이나 능력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해고나 감봉 통보, 원하지 않는 업무 배치,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상사와의 갈등 등은 배신감이나 수치심, 죄책감, 의욕상실, 우울함 같은 정서적 변화를 일으킨다.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 교수는 "제도가 합리적이고 뭔가를 배울 수 있고 노력의 대가가 보장되는 등 미래를 예측 가능한 직장일수록 스트레스는 덜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성격도 스트레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정신건강의학에선 스트레스를 잘 받고 이 때문에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성격 유형을 A형으로 분류한다. A형 성격은 보통 목표 지향적이고 경쟁심이 강하며 공격적인 성향이다. 이에 비해 낙천적이며 여유가 있는 B형 성격은 상대적으로 스트레스에 덜 민감하다. 실제로 미국 스트레스 평가 척도에서도 A형 성격과 연관성이 높은 '뛰어난 개인적 성취'가 21위 요인(충격척도 28)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에 특히 취약

성인병의 약 70%가 직ㆍ간접적으로 스트레스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심한 스트레스가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질병으로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혈전증 같은 심장병이 꼽힌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형 성격은 B형보다 심장병 발병 가능성이 약 3배 높다. 특히 성격이 A형이면서 담배를 피울 경우엔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7배나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반적으론 몸무게를 줄이는 대사가 활발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들은 되레 살이 찐다. 대부분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면서 과식이나 불규칙한 식사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음식 섭취는 운동 부족보다 비만을 일으킬 가능성이 2배나 높다"고 유 교수는 조언했다.

스트레스와 당뇨병의 관계도 잘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은 저장돼 있던 당분을 배출한다. 운동처럼 여분의 에너지가 필요한 활동을 할 땐 이런 당분이 바로 소비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대로 몸 안에 남아서 시간이 지나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밖에 피부질환 환자의 40% 이상이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고, 궤양 환자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가 더 민감해져 치료가 어려워지기도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가장 먼저 생기는 정신적 증상은 불면증이다. 잠을 방해하는 물질을 만드는 호르몬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비상 대비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직장의 스트레스 요인은 아예 없애거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면 스트레스 요인을 바라보는 생각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동수 교수는 "예를 들어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그를 미워하거나 의기소침해지는 대신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재빨리 적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저 사람은 원래 성격이 저렇군, 내게 화를 내는 것도 성격 탓일 테니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하는 식으로 말이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신체적인 방법도 필요하다. 사람의 뇌는 자존심이 상하거나 위협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몸이 굳어지고 호흡이 빨라지게 하는 등의 비상 상태에 들어가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증가한다. 때문에 이 교수는 "평소 신체의 긴장 수준을 낮추고 가장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좋다"며 "이를 위해서는 가벼운 운동이나 명상, 적절한 여가 활동 등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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