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 life] 찬바람이 불면 픽픽 쓰러지는 그들..

2012. 10. 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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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수치 급격히 변화 뇌졸중·심근경색 위험..50代 정상인도 요주의성인 5명중 1명이 고혈압..10~15분 충분히 몸 푼 뒤 가볍게 실내운동하면 좋아

#1. 고혈압을 앓아온 김일준 씨(65ㆍ가명)는 날씨가 쌀쌀한 지난해 이맘때쯤 저녁식사와 함께 반주로 술 몇 잔을 곁들였다. 식사 후 약간 어지럽고 두통이 있었지만 그러려니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에 김씨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방향 감각을 잃고 말도 어눌해지고 한쪽 팔ㆍ다리가 마비되는 것같았다. 종합병원을 찾아 검사 받은 결과 뇌졸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곧바로 병원에 가야 했지만 일반적인 두통으로 잘못 생각해 시간을 지체해버렸다. 그와 가족은 후회하고 있지만 때가 너무 늦어버렸다.

#2.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정일규 씨(72ㆍ가명)는 최근 평소와 다름없이 늦은 오후 집 주변의 공원에 산책을 나갔다. 그는 30분 넘게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 사람의 신고로 정씨는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급하게 실려가 치료를 받고 의식을 되찾았다. 파킨슨병은 기온변화로 체온이 떨어지면 혈관수축과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손발이 차가워지고 실신할 수 있는데 찬바람이 불면서 정씨에게 이 같은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

하루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요즘 뇌졸중 발생이 늘고 뇌 및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된다.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센터 권현철 교수는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이전에 건강하던 사람에게 고혈압이 생기기도 하고, 과거에 잘 치료되던 고혈압 환자도 날씨 때문에 혈압조절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날씨가 쌀쌀해지는 요즘과 같은 환절기에는 잠시만 방심해도 혈관질환이 생겨 응급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늦가을 환절기에는 두 개의 계절이 있다. 한낮에는 반팔을 입어야 할 정도로 덥지만 아침ㆍ저녁에는 두툼하게 옷을 입어야할 만큼 쌀쌀하다. 이처럼 일교차가 크면 우리 몸은 날씨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마음도 기온변화를 잘 따라가지 못해 등산이나 야외산책을 나갔다가 응급상황을 당하기도 한다.

환절기 찬바람은 우리 몸의 혈관을 수축시켜 심장박동에 무리를 줘 고혈압을 유발한다. 실제로 온도가 섭씨 1도가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은 1.3㎜Hg 올라간다. 오후 20도이던 기온이 저녁 들어 10도로 뚝 떨어지면 13㎜Hg나 올라가게 된다. 수축기 혈압이 5~6㎜Hg 상승하면 혈관이 좁아져 쉽게 터지거나 혈관벽이 손상돼 동맥경화증 등의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일교차 10도 이상은 각종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장성원 교수는 "일교차가 심해지면 우리 몸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혈관수축과 이완을 활발하게 하여 하루 동안 혈압수치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평소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혈관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은 혈압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절기 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혈압측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자신의 혈압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혈압은 가정에서 정기적으로 측정해 얻은 게 보다 정확하다.

혈압의 분류는 △저혈압=99 이하(최고)/59 이하(최저) △정상혈압=100~119/60~79 △전단계 고혈압=120~139/80~89 △1단계 고혈압=140~159/90~99 △2단계 고혈압=160 이상/100 이상을 말하며 고혈압은 혈압이 140/90㎜Hg이상으로 혈압이 높은 상태를 뜻한다.

서울시 북부병원 내과 이향림 과장은 "최근에는 병원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보다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 수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정확한 고혈압 관리를 위해서 가정에서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하루 중 몸과 마음이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되는 시간은 기상 후 30분께로 혈압을 측정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씩 꾸준하게 혈압을 측정하면 자신의 혈압을 더욱 정확히 알 수 있어 적절한 관리와 치료에 도움이 된다.

성바오로병원 장성원 교수는 "환절기에는 혈압이 정상이었던 사람도 고혈압이 생길 수 있다"며 "평소 정상이었던 혈압이 별다른 이유없이 일시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면 향후 고혈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성인인구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몸은 밤새 이완되어 있지만 잠에서 깨어나 심장운동을 시작하면서 혈압이 기상 후 약 두 시간 동안 높아진다. 특히 환절기에 갑자기 몸에 한기를 느끼게 되면 신경계가 과다한 반응을 보여 혈압이 상승하고 이전에 고혈압으로 인해 손상된 혈관에 자극을 주어 혈관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건강한 사람은 혈관이 이완돼 혈압을 조절할 수 있지만 심장질환자나 고지혈증환자는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약해진 혈관부위가 터지거나 좁아진 혈관이 막혀 뇌졸중을 유발하거나 심혈관 폐색을 만들어서 심근경색이 발생한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뇌졸중 발병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10~20%에서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에 혈전이 일시적으로 뇌혈관을 막아 △한쪽 팔ㆍ다리에 힘이 빠지고 △갑자기 발음이 어눌해지며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갑자기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뇌졸중은 크게 혈관이 파열되어 발생하는 '뇌출혈'과 혈관이 막혀 생기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주로 50대 이상에서 고혈압으로 인한 뇌출혈이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 들어 고령화와 식생활 서구화로 허혈성 뇌졸중, 즉 뇌경색이 크게 늘고 있다.

고혈압은 당뇨병과 함께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는 만큼 나이가 들수록 혈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혈압 치료는 식사요법, 운동요법, 생활습관 개선과 같은 '일반요법'과 혈압강하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 등이 있다.

고혈압환자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면 혈류량이 늘어 혈관이 이완되고 운동 후에는 혈류량이 떨어져도 혈관은 이완상태가 한동안 유지되어 혈압이 낮아진다. 짜게 먹는 식습관을 가진 고혈압환자도 운동을 하면 땀과 함께 염분이 배출되어 몸에 좋다. 고혈압 환자가 운동을 할 때에는 가급적 실내에서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시작할 때는 10~15분간 몸을 충분히 풀어주고, 최대 맥박수의 70~80% 강도로 20분쯤 제자리걷기, 러닝머신타기, 계단오르기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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