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제주

2014. 7. 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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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제주의 베이커리 '아라파파'. 제주도를 찾은 여행객들이 꼭 한번 들른다는 잇 플레이스다.

프리미엄 베이커리 '아라파파'

아라파파의 아침은 조금 특별하다. 빵에 들어갈 신선한 채소와 유기농 밀가루, 과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주방은 조금 이른 시간부터 분주하게 돌아간다. 재료에 파티셰의 손길이 더해지면 보기만 해도 먹음직한 빵이 나온다. 오븐에서 빠져나온 빵들은 금세 제자리를 찾아 이름표를 달았다. 아라파파의 샌드위치는 신선한 재료와 솜씨 좋은 파티셰의 조합이 일품이다. 18시간 저온숙성시킨 풀리시종(poolish)을 이용해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치아바타에 신선한 토마토와 양상추, 프레시모차렐라 치즈와 베이컨이 들어간 샌드위치는 지극히 '유럽스러운' 맛을 자랑한다는 것이 고객들의 평이다. 또 한 가지 인기 메뉴는 홍차밀크잼. 검색엔진에 '아라파파'를 치면 연관 검색어로 홍차밀크잼이 검색될 정도로 상징적인 메뉴다. 아라파파의 홍차밀크잼을 먹어본 사람은 제주 현지를 방문할 때마다 꼭 두세 병씩 사 가는 건 기본. 홍차밀크잼은 우유와 생크림, 홍차를 넣어 은근하게 조린 잼으로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또 겉은 쫄깃하고 속은 부드러운 마들렌은 아라파파 아메리카노와 가장 잘 어울리는 궁합으로 소문나 있다. 그 밖에도 색색으로 단장한 마카롱과 호두를 비롯한 견과류를 가득 품은 타르트, 잼을 따로 바르지 않아도 맛있는 블루베리식빵까지…. 아라파파에서 나오는 모든 빵이 하나같이 인기 메뉴다. 베이커리 내부에선 작은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전문 바리스타의 손길로 내린 아메리카노는 향이 좋아 지나가는 손님의 발목을 잡는다. 내부 인테리어는 모두 아라파파 김은경 대표가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카페 구석구석에 김 대표의 정성이 묻어난다. 제주 맛집 아라파파. 제주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 향긋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마들렌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김은경 대표의 빵 이야기

김은경 대표는 빵은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단순 식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파티셰의 기술과 정성 그리고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라는 것.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들었어요

전 제 가게를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빵 재료의 원산지나 상태, 용량 등을 속이는 것 없이 정직하게 만들었어요. 한번은 저희 가게에서 빵을 사 간 손님이 3일 만에 곰팡이가 피었다며 항의를 한 거예요. 실온에 3일을 두었으니 음식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말이에요. 그만큼 신선하고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순수한 재료로 만들었다고 자부해요.

빵이 맛있기로 소문나서 연예인들도 찾아온다던데요?

정직한 빵을 만들었을 뿐인데 맛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제주를 방문하거나 현재 제주에 살고 있는 연예인이 몇 분 찾아오셨더군요. 한번은 한 유명 가수가 저희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죠. 조금 당황했지만 유명세를 치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웃어넘겼어요.

맛의 비결은요?

재료값이 올라도 섣불리 빵값을 올리지 않는다는 것, 들어간 재료의 양을 속이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맛 좋은 빵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을 꼭 지키려고 해요. 물론 그 고집을 지키느라 금전적으로 손해를 볼 때도 있고, 저 스스로도 힘들지만 손님들은 보이지도 않는 정성을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항상 찾아주시지요. 맛의 비결은 당일 공급받은 신선한 유기농 재료와 실력 있는 파티셰의 조합이겠지만 사실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직원들은 모두 서른을 넘지 않은 젊은이들이에요. 젊기 때문에 도전의식도 많고 훨씬 열정적이지요. 그렇게 정성을 다해 즐겁게 만드는 빵이 맛있다고 하니 저희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직원 수가 꽤 많아요.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직원이 많아졌어요. 조금 유별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 가게엔 아르바이트생이 없어요. 모두 자기 직장이라고 생각하니 직원들이 더욱 열심히 일하고 각자 자신만의 단골들도 생겼지요. 저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빵 맛에 한 번, 직원들의 친절함에 한 번 더 오신답니다. 아침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손님들도 찾아오셔서 가게가 마치 사랑방 같아요.(웃음)

운영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장사는 처음 해봤어요. 제 전공은 상담심리학이고 가게를 열기 전부터 사람을 대하는 일을 해왔지요. 저 자신도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치유를 받거든요. 그래서 제 가게가 치유받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에게 빵이란?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 같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빵을 만들면 그 마음이 그대로 옮겨져 더 맛있는 빵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주라는 곳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오게 되었지만 '내가 이렇게 살기 위해 지금껏 긴 인생의 경로를 달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님이 와서 빵으로 인해서든, 저나 직원들로 인해서든 행복해지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전 이 가게가 너무 좋아요. 나중에 제가 이 가게를 직원들에게 맡기게 되는 날 저도 이곳에 빵을 사 먹으러 오고 싶어요.

취재_전유리 기자 | 사진_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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