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셰프의 푸드오디세이] 벚꽃 필 때 가장 맛있는 '섬진강 벚굴'..벚굴에 장아찌·신 김치 올려 '벚굴 삼합'

2016. 4. 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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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벚꽃 잎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계절, 이맘때쯤 가장 맛있는 것 중에 섬진강 벚굴을 빼놓을 수 없다.

강굴이라고도 불리는 벚굴은 말 그대로 강에서 나는 굴이다. 강 속의 바위 위에 붙어 있는 수많은 벚굴이 먹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면 속살이 하얗게 보이는데, 그 모양새가 벚꽃처럼 하얗고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가 하면 벚꽃 필 무렵이 가장 맛있다고 해서 벚굴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말도 있다. 벚굴은 매년 2월이 되면 알이 차기 시작해 3~4월에 맛의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지난해에 가뭄이 심해 요즘 캔 굴은 속이 꽉 차 있지 않다. 그래서 올해는 5월까지 섬진강 벚굴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크고 거친 껍데기 속에 뽀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들어차 있는 벚굴은 오로지 섬진강에서만 서식한다. 그중에서도 1급 수질을 자랑하는 하구의 망덕포구에서 주로 잡힌다. 망덕포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조수 간만의 차이가 심한 곳이다. 때문에 벚굴은 바닷물의 짠맛과 민물의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지점은 플랑크톤이 풍부해 물고기 크기가 큰 것이 특징이다. 이 지역 굴도 일반 바다 굴보다 3~10배가량 크다. 작은 것은 20~30㎝, 큰 것은 어른 손바닥보다 훨씬 큰 40㎝에 이른다. 수심 3~4m 깊이의 바위에 붙어서 서식하는 벚굴은 머구리라는 잠수부가 강 속에 들어가 직접 채취한다. 양식은 하지 않는다.

벚굴에는 바닷물의 짠맛과 민물의 단맛이 조화롭게 스며 있다. 그저 튀김옷 입혀 튀겨내기만 해도 근사한 음식이 되는 벚굴.
카사노바가 날마다 굴을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굴은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여성의 피부에도 매우 좋은 식품이다. 굴 중에서도 벚굴은 크기가 큰 만큼 영양가가 훨씬 많다. 벚굴에는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 아미노산 같은 영양분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 효과가 탁월하다. 마을 주민들이 ‘강 속에 있는, 살아 있는 보약’이라 부른 게 다 이유가 있다.

섬진강 굴은 벚꽃에만 비유되고 있지만 매화꽃과도 연관이 깊다. 매년 광양에서 매화꽃 축제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는데 덩달아 벚굴도 이때 많은 사랑을 받는다. 광양 매화꽃 축제는 얼마나 사람이 많던지 매화꽃 반, 사람 반인 광경이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복잡하기도 하지만 매년 짧은 한철이라, 때맞춰 그곳에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섬진강 벚굴까지 맛볼 수 있으니 일부러 찾아가볼 만하다.

섬진강 벚굴은 다른 바다 굴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기가 굉장히 크다. 어떻게 한입에 넣을까 고민될 정도의 풍성함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곤 한다.

몇 년 전, 손님들께 양질의 벚굴을 대접하기 위해 구입처를 알아볼 겸 섬진강을 찾았다. 좋은 벚굴을 직접 구하기 위해 섬진강으로 내려가던 길에 활짝 피어 살랑거리던 벚꽃 터널이 얼마나 예뻤던지. 인터넷으로 찾아보긴 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맛집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다. 목적지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구경하고 있길래 바로 차를 세우고 지켜봤다. 한 작은 차량에서 벚굴을 내려놓는데 굴이 얼마나 크고 좋던지. 그곳까지 내려가면서 고생스러웠던 생각이 확~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섬진강 유역 중에서도 하동군 고전면 신방촌과 재첩특화마을 일대에서는 벚굴을 직접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벚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꽤 있다. 그곳에서 생굴은 물론 구이, 전, 튀김, 죽 등 다양한 벚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벚굴은 보통 개수가 아니라 ㎏ 단위로 판매하기 때문에 몇 ㎏씩 주문해 먹는다. ㎏이라고 하면 아주 많은 양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섬진강 벚굴은 워낙 커서 양이 아주 많지는 않고 그냥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정도다. 가격은 채취량과 요리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2~3명이 먹을 수 있는 5㎏ 기준으로 4만~5만원 선이다.

굴 사이즈가 엄청 커서 한입으로 먹기 힘들 때는 반을 잘라서 먹기도 한다. 한입 베어 물면 굴 즙이 입안에 가득 차오르는데 그 맛이 매우 신선하면서 특유의 풍미가 아주 일품이다. 벚굴은 바다 굴처럼 짠맛이 없고 달착지근하면서 담백한 맛이 특히 좋다. 무엇보다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일반 바다 굴과 비교한다면 굴 향이 조금 덜 나고 비린 맛이 살짝 더 난다. 비린 맛에 예민하다면 굴 구이나 전 등으로 익혀 먹는 것이 낫다.

굴 구이는 푹 익히는 것이 아니라 굴 뚜껑이 살짝 벌어질 정도로만 익혀야 굴 특유의 맛과 풍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달걀 반숙처럼 살짝만 익히면 뭉글뭉글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뿐더러 향도 좋다. 많이 익히면 촉촉함이 사라지고 쪼그라들어 질겨지며 벚굴 본연의 맛이 사라진다. 구이를 먹을 때는 껍질에 살짝 고이는 국물이랑 같이 먹으면 아주 맛있다. 강에서 갓 건져 올린 싱싱한 벚굴을 구워 먹으면 맛이 더 담백하고 상큼해서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그만이다.

캠핑 갈 때 벚굴을 사다가 구워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구이를 덜 익혀 먹어야 맛있는 것처럼, 굴전도 살짝 덜 익혀야 맛있다. 벚굴을 살짝 쪄낸 것 역시 촉촉하면서도 탱탱한 살이 아주 부드럽다. 재첩특화마을 일대 식당에서는 굴 구이가 가장 많이 나간다고 한다.

오로지 섬진강에서만 서식, 올해는 5월까지 맛볼 수 있어

한 식당 주인장이 굴을 맛있게 먹는 법이라며 ‘벚굴에 매실 장아찌와 신 김치를 얹은 벚굴삼합’을 알려줬다. 매실 장아찌의 짠맛과 매실 향, 그리고 김치의 신맛이 더해져 굴을 그냥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보다 훨씬 별미였다. 그런데 신 김치 대신 매실 장아찌에 레몬만 살짝 뿌려 벚굴에 곁들여 먹으면 더 깔끔하고 굴 맛도 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레스토랑에서는 섬진강 벚굴이 들어오면 껍질의 이물질을 세척한 후 굴 전용 칼로 입을 벌리고 속살을 먼저 뺀다. 그리고 80도 정도 되는 소금물에서 약 10초가량 데치고 얼음물에 식힌 후 물기를 제거한다. 꽤 크기 때문에 반으로 자르고 굴 속에 있던 굴 즙과 데친 굴을 굴 껍질에 함께 담은 다음 폰즈소스나 새콤한 유자셔벗을 올려서 손님에게 제공한다. 굴을 살짝 데치면 굴의 헐렁한 살에 탄력이 생겨 식감이 더욱 좋아지고 굴 특유의 비린내를 깔끔하게 잡아주는 효과가 있다. 벚굴을 주문해 집에서 요리할 때도 이렇게 살짝 데쳐주면 간편하게 맛있는 굴 요리를 즐길 수 있다.

매년 섬진강에서 잘 자란 벚굴이 올라오면 고생해서 따온 벚굴을 보여주며 주름진 미소로 반겨주시던 그곳의 여러 분들이 생각난다. 굴을 따기 위해 얼마나 수고하는지 알기 때문에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굴을 요리하게 된다.

또 하나. 봄에 섬진강에 간다면 벚굴과 함께 꼭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재첩국이다. 재첩은 4월부터 5월이 가장 맛이 좋을 때다. 제철의 재첩으로 끓인 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기가 막히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섬진강 벚굴 프라이

▶재료 | 벚굴 2개, 밀가루 적당량, 달걀 1개, 빵가루 적당량, 소금·후추 조금씩, 튀김용 식물성 기름 적당량

*마요네즈소스 : 마요네즈 100g, 곱게 다진 마늘 3g, 케이퍼 1작은술, 파슬리가루 적당량, 소금·후추 조금씩, 토마토 다진 것 1큰술

➊ 먼저 벚굴을 손질해 소금, 후추를 뿌려 밑간을 한다.

➋ 밑간한 벚굴에 밀가루, 달걀, 빵가루 순으로 튀김옷을 묻힌다.

➌ 180도로 끓는 기름에 ➋의 굴을 튀겨 기름기를 뺀다.

➍ 마요네즈소스를 고루 섞는다.

➎ 굴 껍질에 튀긴 굴을 담고 마요네즈소스를 곁들여 낸다.

벚굴 로제 카펠리니

▶재료 | 카펠리니 50g, 벚굴 2개

*소스 : 시판용 로제소스 200g, 토마토주스 150g, 파마산 치즈가루 적당량, 파슬리가루 조금

➊ 카펠리니를 뜨거운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➋ 굴은 손질 후 80도 정도의 뜨거운 소금물에 5초간 데쳐서 둔다.

➌ 프라이팬에 로제소스를 붓고 농도를 봐가면서 토마토주스를 넣으며 끓인다. 이때 토마토주스를 한꺼번에 넣지 말고 농도를 봐가면서 걸쭉할 정도로 조절한다.

➍ 소스가 끓으면 준비한 카펠리니를 넣어 고루 섞어준 다음 굴을 넣어서 살짝 버무려 낸다.

➎ 완성된 ➍를 굴 껍질에 담는다. 파마산 치즈가루와 파슬리를 뿌려서 마무리한다.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3호 (2016.04.13~04.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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