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홍의 맛집] 아침에 문여는 식당⑤ 초원죽집

권순홍 기자 2015. 5. 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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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비롯한 홍콩 등 중화 문화권에서는 맛도 자극적이지 않고 소화도 잘되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대표적인 아침식사 메뉴로 죽을 많이 먹고 있다. 흰죽이나 소고기, 생선을 넣어 묽게 끓인 죽을 많이 먹는데 죽만 먹기에 부족하다 싶으면 밀가루로 만든 빵을 기름에 튀긴 요오티아오(油条)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10여년 전부터 건강과 웰빙을 중요시 하면서 건강식으로 죽(粥)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어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이 전국에 1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죽(粥)은 몸이 아플 때 먹는 환자의 음식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건강하고 소화력이 왕성한 일반적인 성인이라면 먹고 나서 2~3시간 후면 배가 고파지는 죽에 대해 식사로서의 매력이 떨어져 대중적인 인기와는 거리가 먼 비주류 음식이 죽(粥)이다.

이렇듯 대중의 선호도도 낮고 프랜차이즈 식당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30년 가까이 한자리에서 죽만 내놓는 죽 전문점이 있어 소개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쪽에 있는 초원죽집은 1987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28년 된 우리나라 죽전문점으로는 원조격에 해당하는 식당이다.

죽은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다. 재료를 세심하게 다듬고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조리해야 제맛이 난다. 또 들어가는 재료가 단순하기에 기교를 부릴 여지가 없는 정직한 음식이다. 실제로 이 식당의 죽을 먹어보면 기본에 충실해 마치 집에서 만든 듯한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식당 입구부터 식당 내부, 식탁과 의자 등 집기까지 모든 것에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인다. 내부 분위기가 식당이 아닌 90년대 찻집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자세히 살펴 보면 그래도 관리를 잘한 듯 나름 깔끔하고 정돈된 모습이다.

초원죽은 해삼과 홍합을 넣은 해산물 죽으로, 홍합 특유의 풍미가 적당하다 할 만큼 살아있고, 해삼이 들어가 보양식의 느낌까지 나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특히 홍합은 맛과 향이 강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비린내나 잡내 없이 고소하게 잘 끓여 냈다.

전복 내장까지 넣어서 조리한 전복죽은 푸른색을 내는데 계란 노른자와 함께 비비면 고급스러운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모든 죽은 기본간이 전혀 되어있지 않아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함께 제공되는 밑반찬과 같이 먹으면서 간을 맞추면 된다.

이 식당이 다른 죽집에 비해 뛰어난 점은 죽과 함께 제공되는 다양한 가정식 반찬들이다. 김치를 포함해 총8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외부 반찬업체에서 사오는 것 없이 모두 직접 만든다고 한다.

8종류의 반찬이 모두 죽과는 잘 어울리는 구성이지만 특히 두부를 작게 썰어 놓은 두부조림과 야채 계란말이, 그리고 꿀을 넣어 단맛을 냈다는 우엉조림은 다른 죽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색있는 반찬으로 손님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죽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소화에 좋은 약재로 한의원에서 주문 제조했다는 한방차와 우유에 과일을 갈아 넣은 과일즙을 입가심으로 내놓는데 작지만 손님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서비스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5길 13. 변호사회관 지하1층

전화 02-735-5904

영업시간: 오전 7시30분 ~ 오후 8시30분

메뉴: 초원죽 9,000원 전복죽 10,000원 소두부죽 9,000원 과일즙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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