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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녹차 제대로 맛보려면
최대 10번까지 우려낼 수 있어… 남은 잎은 씹어먹어도 좋아
동아일보 | 2012.09.22 03:05
[동아일보]





탁자에 놓인 평범한 와인 한잔. 소믈리에가 한 모금 삼킨다. 붉은 와인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순간 눈은 휘둥그레지고 레스토랑은 온갖 향기를 머금은 꽃으로 가득한 꽃밭으로 바뀐다. 털썩 주저앉아 버린 소믈리에가 하는 말. "꼬…꽃밭…이야."

와인을 다룬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 중 한 장면이다. 와인을 빈 병(디캔터)에 옮겨 담는 '디캔팅'을 했을 뿐인데 시고 떫은맛을 내던 와인은 공기와 만나 단숨에 숙성되면서 꽃밭 한가운데 있는 것과 같은 향과 맛을 내는 최고의 와인으로 바뀐다. 와인을 마시는 노하우 중 하나만 제대로 알아도 와인 성분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한 것이다.

녹차도 마찬가지다. 와인 디캔팅처럼 '녹차 마시기 노하우' 몇 가지만 알면 평범한 녹차를 최고의 '물방울'로 변신시킬 수 있다. 한 모금 마신 뒤 "노…녹차밭…이야"라는 말이 나오게 만드는, 녹차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비법을 알아보자.

① 여러 번 우려먹어라

녹차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가장 먼저 아미노산과 비타민C, 카테킨 등이 우러나온다. 이때 녹차가 가진 수많은 성분이 한 번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마그네슘 불소 등은 한참 더 우려야 나온다. 녹차는 한 번 우릴 때와 두 번, 세 번 우릴 때 나오는 성분이 다 다르다. 차 전문가들은 녹차가 가진 성분을 최대한으로 섭취하고,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맛과 향을 즐기고자 최대 10번까지 우려내기도 한다.

② 녹차 잎까지 씹어 먹어라

여러 번 우린다고 해도 '침출'이라는 방법의 한계 탓에 녹차가 가진 성분의 65% 정도밖에 우러나오지 않는다. 녹차 잎에 남아있는 성분까지 모두 맛보려면 남은 잎까지 먹을 것을 권한다.


③ 첫물을 버리지 말라


'차는 두 번째 우릴 때 가장 맛있다'는 말은 녹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푸얼(보이)차처럼 후발효차로 분류되는 차는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한 번 씻어내는 과정(세차)을 거쳐야 발효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을 없앨 수 있다. 그러나 비발효차인 녹차를 마실 때 세차를 하면, 불순물이 아니라 녹차를 처음 우려낼 때 나오는 아미노산 카테킨 등 몸에 이로운 성분이 모두 날아가 맛이 떨어지게 된다.

④ 티백은 물 온도가 생명

녹차를 제대로 마시려면 70∼80도로 식힌 물을 부어야 한다. 팔팔 끓는 물을 부으면 뜨거운 물에 빨리 반응하는 성분이자 떫고 쓴 맛을 내는 카테킨이 일시에 너무 많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녹차의 다른 성분이 가진 단맛 등 다양한 맛과 향을 느끼는 게 어려워진다. 잎을 파쇄해 만든 것이 대부분인 티백은 뜨거운 물을 부으면 잎녹차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물과 반응해 카테킨이 더 빨리, 더 많이 나온다. 티백일수록 물 온도에 더 많이 신경 써야 녹차의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⑤ 녹차는 냉장고에 보관하라

녹차는 상온보다 차가운 온도에서(냉장고 냉장실에 넣는 등) 밀폐해 보관하는 게 좋다. 상온에 두면 찻잎이 산화해 성분이나 색깔, 풍미가 바뀔 수 있다. 장기간 보관할 때는 냉장실보다 냉동실에 두는 게 낫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움말=최순애 한국차인연합회 부회장, 김용주 의학박사(순천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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