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에 먹는 '팥죽'의 효능

헬스경향 강인희 기자 2012. 12. 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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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 길고 긴 겨울밤 가족들과 도란도란 앉아 새알을 빚으며 출출한 속을 달래줄 음식, 바로 팥죽이다. 언제부터 동짓날 팥죽을 먹게 됐을까? 동짓날을 맞아 팥죽의 유래, 팥의 효능, 팥죽에 들어갈 쫄깃한 새알 만드는 방법 등을 알아봤다.

역질 쫓기 위해 사용된 팥죽

동짓날 팥죽을 쑤게 된 유래는 중국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나온다. 옛날 중국에 공공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의 망나니 같은 아들이 동짓날 죽어 귀신이 돼 마을에 나타나 역병(천연두)을 옮겨 마을사람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자 공공이 팥죽을 돌리며 "아들이 살아있을 때 팥을 가장 싫어했다"고 말해 마을사람들은 팥으로 죽을 쒀 귀신을 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다행히도 그 날 이후로 역질은 사라졌고 사람들은 역신을 물리치기 위해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쑤어 악귀를 쫓았다고 한다.

한편 동국세시기에는 상원, 삼복, 동지에 적두죽을 쑤어먹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팥죽을 동지 뿐 아니라 한여름 초복, 중복, 말복에도 먹었다는 기록이다.

단백질·비타민B1, 칼륨 등 영양소 풍부

한의학에서 팥은 적소두로 불리는데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이 평범하고 독이 없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팥에는 단백질과 탄수화물 외에도 비타민A·B1·B2·E와 칼륨, 철, 섬유소 등의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특히 팥은 100g당 1500mg의 높은 칼륨 함유량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항산화작용이 뛰어난 사포닌은 팥의 붉은색을 내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어 체내항산화작용을 돕는다. 평소 쌀밥을 먹는 집이라면 비타민B1이 부족하기 쉬운데 이때 팥을 쌀에 섞어 밥을 지으면 영양균형도 잘 맞아 이상적인 양식이 된다.

안토시아닌·사포닌이 원활한 장운동 도와

팥은 곡류 중에서 비타민B₁함량이 가장 많다. 쌀밥에 부족한 비타민 B1은 탄수화물대사에 꼭 필요한 성분이며 부족하면 식욕부진, 피로감, 수면장애, 기억감퇴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팥은 신경 쓸 일이 많은 사람이나 수험생에게 좋은 식품이다.

팥 껍질에 풍부한 안토시아닌과 사포닌은 장을 자극해 장운동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쾌변을 유도한다. 혈관이나 간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막아주며 혈액순환을 좋아지게 하고 피를 맑아지게 하며 피로를 회복시킨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평소 자주 붓거나 피부에 종기가 자주 생기는 경우 팥을 섭취하면 몸 안의 정체된 수분을 소통시키고 체내 열독과 종기를 제거해 고름을 잘 배출시킨다"며 "하지만 평소 얼굴이 달아오르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리는 경우, 심한 탈수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재미있는 팥죽얘기로 아이 관심 유발

팥죽을 만들 때는 깨끗이 씻은 팥을 한 번 삶아 물을 버리고 깨끗한 물을 다시 붓고 푹 퍼질 때까지 삶는다. 잘 삶아진 팥은 껍질을 제거해야 먹을 때 식감이 좋다. 쌀가루를 넣은 후에는 약한 불에서 윤기 나게 끓여 익혀둔 새알심을 넣어 한소끔 끓여 준다.

새알을 좀 더 쫄깃하게 만들고 싶다면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과 찬물을 반반 섞어 반죽하면 훨씬 더 쫄깃한 식감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찬물로만 반죽할 경우 표면이 매끄럽지 않아 오래 치대야한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교수는 "팥죽을 싫어하는 아이의 엄마라면 아이에게 동지팥죽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촉감이 좋은 새알을 같이 만들어 보면 좋다"며 "아이들은 직접 체험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일 동짓날 팥죽이 식상하다면 팥을 넣은 미니컵케이크를 만들어 색다른 동짓날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헬스경향 강인희 기자 inheespri@k-health.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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