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정책 없는 박근혜 물가관리.. MB와 닮은꼴?

입력 2013. 2. 28. 19:50 수정 2013. 2. 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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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동환 기자]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첫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정부가 28일 서민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요금 인상 억제와 식품업체의 부당 이익을 환수하는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거시정책 기조 변경 등 이렇다 할 근본적인 고물가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아 결국 MB식의 강압적인 '기업 팔 비틀기'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오전에 서울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긴급 물가관계 부처회의'에서 "정부 초기의 물가 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생활 물가를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 "2%대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물가안정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물가안정을 강조하고 나선 여파다.

정부는 우선 전기, 도시가스 등 공공요금의 추가인상을 막고 올해 1분기 중 새로운 요금 산정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상·하수도 요금과 시내버스 요금 등 지방 공공요금은 지자체와 협조해서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우선 가공식품은 소비자단체의 원가분석 기능을 강화해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자발적인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다. 특히 담합이나 부당·편승인상 등을 통해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통해 관련법을 엄정히 집행하고 부당이익은 환수할 예정이다.

농산물은 비축량 방출과 수입 확대를 해법으로 내놨다. 기재부는 봄채소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4월까지 비축한 배추 4천 톤을 방출하고 올해 할당된 양파 의무수입물량 2만 1000톤을 3월까지 조기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밖에 서민들이 가격부담을 느끼는 석유 및 통신요금 억제는 경쟁촉진으로 풀어갈 계획이다. 석유시장에는 알뜰주유소 확대, 유류공동구매 활성화, 전자상거래 시장 정착 등의 수단이, 통신시장에는 알뜰폰 서비스 활성화,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 유도 등 정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MB 실패 교훈삼아 근본적인 거시정책을 조정해야"

식품업계에서는 이런 박근혜 정부의 새 물가관리 대책에 대해 긴장하는 기색이다.

'엄정한 법 집행'을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MB정부처럼 일선 식품업체를 압박하는 직접적인 가격통제 정책을 시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취임 초기인 지난 2008년 2월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가진 첫 회의에서 물가안정을 거론했다. 그리고 20여일 만인 3월 17일에 생활필수품목 50여 개를 묶어 "집중 관리하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 발표에 대해 "정부에서 가격 통제는 최소화해줬으면 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라면서 "납품가 할인 등을 요구 등 불공정 거래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절감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공통의 목소리"라면서 "박 대통령은 고용 창출도 중요시하던데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MB물가지수' 등 이명박 대통령의 반 시장적인 물가관리 방법을 비판했던 학자들도 우려섞인 의견을 내놨다. 이렇다 할 거시정책이 없다는 이유다.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하는 박근혜 정부가 고환율, 저금리 등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아직 정권 초반이라 완전하게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5년 전 이명박 대통령이 한 것처럼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을 풀면서 주요 품목 물가는 정부가 힘으로 주저앉히는 방법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고용과 물가안정을 동시에 하려면 기본적으로 두 가지의 다른 정책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전 교수는 "MB정부 처럼 시장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되면 가격구조가 왜곡되서 품질 저하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같은 지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임기 초반의 경제 성적표를 의식해 물가관리에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하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시장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 "막 출발한 대통령 입장에서는 서민 물가를 잡고 싶겠지만 상충하는 정책목표는 동시에 만족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제정임 세명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지난 정부의 잘못을 교훈삼아서 재정정책, 환율, 금리 등 물가를 오르게 하는 근본적인 거시정책을 조정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MB정부의 물가정책은 욕조에 물을 콸콸 틀어놓고 그 물이 바닥으로 흘러 넘친다고 바가지로 막아내는 꼴"이라며 "시중에 돈이 흘러넘치게 해놓고 라면값 못 오르게 단속하는 식으로는 물가 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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