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박근혜 정부의 행보

<사설>法治 훼손하는 임기말 권력범죄 特赦의 악순환

문화일보

역대 대통령들의 임기말 권력범죄 특별사면이 악순환하고 있다. 청와대는 27일 이명박 대통령의 '설 특사(特赦)'를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직전 26일 밝힌 반대 입장을 무색케 했다. 인수위는 하루 앞서 25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소속인 사면심사위원회를 주재하고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을 포함, 특사 대상자 50여 명에 대한 심의를 확정하자 "부정부패나 비리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사면은 국민을 분노케 할 것"이라고 금을 그었었다.

설 특사는 이렇듯 이미 사면법 절차를 마무리하고 국무회의 심의라는 헌법절차와 택일(擇日)만 남겨둔 것 같다. 청와대가 특사에서 제외하는 범주로 법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형 미확정자에 더해 범죄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이 대통령 임기 중의 주요 권력형 비리, 친인척, 대기업 총수, 과태료 등 내야 할 돈을 내지 않은 사람 등으로 묶은 것도 특사 수혜자를 먼저 추린 뒤 대상자 그 안팎을 편의적으로 가른 '위인설법(爲人設法)'식으로 비친다. 청와대가 인수위 측의 '특사 반대'를 원론쯤으로 가벼이 받아넘기는, 다분히 의례적인 의론을 두고도 명·실(名實)을 나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원칙적 반대라는 명분과 이 대통령 측의 실리를 거래하는 '묵계(默契)'의 맥락까지 짚어볼 수 있게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 고유권한'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것은 대통령 권한의 원천이 국민이라는 주권재민(主權在民) 대원칙은 물론, 사면권은 국가사법작용에 대한 예외적 조치로서 실정법 집행의 극단적 경직성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는 법리 또한 정면으로 거스른다. 사면권 행사가 법의 이름으로 단죄 중인 일부 인사에 대한 이 대통령 개인 차원의 '부채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현실화는 대통령직의 사용(私用)일 뿐이다. 설 특사가 현 구도로 강행돼선 안된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가 법치(法治)의 대의(大義)로 '임기말 특사 유혹'을 자숙·자제시킬 것을 거듭 당부한다. 그러지않으면 5년 뒤 전철(前轍)을 밟을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비친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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