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박근혜 정부의 행보

김용준 “공약폐기 주장,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다” 경고

한겨레

[한겨레]인수위, 보수 일각 압박에 반격


새누리당·보수언론·관료
대선 한달도 안돼
"공약 접어라" 파상공세
당선인쪽·인수위 관계자
"약속·신뢰 중시 당선인을
정치적으로 무너뜨리는 것…
박근혜 길들이려는 의도"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새 정부가 시작도 되기 전, 정성을 다해 만든 공약에 대해 '지키지 말아라', '폐기하라'든지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려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재철 최고위원, 정몽준 전 대표 등을 비롯해 최근 새누리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공약 재검토' 주장에 공개적으로 '경고'를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전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기간 동안 국민들께 내놓은 공약들은 실현가능성과 재원마련 가능성 등에 대해 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하면서, 진정성을 갖고 하나하나 정성껏 마련한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새누리당에서 공약 재검토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한 메시지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대해석은 않겠지만, 부인도 하지 않겠다"고 말해, 당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기초노령연금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공약 이행을 둘러싼 논란은 당선인과 강경 보수진영의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보수정권 창출'을 위해 협력했던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대선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재원 마련의 비현실성" 등을 이유로 박 당선인의 주요 공약에 대한 수정·폐기를 요구하며 협공에 나서자 박 당선인 쪽이 이를 공개 반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강경 보수진영의 핵심 논리는 재정 건전성과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한 '속도조절론'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위원과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이 지난 14일 "예산이 없는데 '공약대로 하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초노령연금 등 비현실적 공약에 대한 출구전략 마련을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15일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면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인수위원회가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수정을 공개 주문했다.

보수언론은 '증세 없는 복지확대론'의 비현실성을 지적하며 공약 파기 명분 마련에 나선 모양새다. < 동아일보 > 는 17일치 지면에서 경제·재정 전문가 25명의 견해를 앞세워 박 당선인의 대표적 복지 공약인 소득연계 맞춤형 반값 등록금, 가계부채 탕감 및 채무불이행자 신용회복, 렌트푸어·하우스푸어 정책 등에 대한 폐기·수정을 주문했다. 같은 날 < 조선일보 > 는 박 당선인의 4대 중증질환(암, 뇌혈관, 심혈관, 희귀질환) 치료비 전액 무료 공약에 대해 "지원 예산이 박 당선인이 예측한 6조원의 3.6배인 21조8천억원이 든다"며 공약을 접을 것을 요구했다. 관료사회의 저항도 집요하다.

새누리당, 보수언론, 관료사회의 반발은 1차적으로 '복지확대론'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된다. 강경 보수진영에선 그동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에 대해 '좌파적'이라며 일관되게 반대하는 흐름이 있었다. 일각에선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을 이행할 경우 부자증세 등 부유층의 세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당선인 쪽은 보수진영의 '출구전략론'에 대해 "당선인 길들이기"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박 당선인의 핵심 측근은 "아직 새 정부의 장관조차 임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약 파기·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 신뢰를 가장 중시하는 박 당선인을 정치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도 "인수위가 공약 이행과 파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는데 공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복지 확대'라는 박근혜 정부의 기본원칙을 흔들고 길들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직접 "공약 이행"을 강조한 것도 박 당선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중론이다. 핵심 측근은 "당과 보수언론, 관료들의 출구전략론을 방치해 논란이 확산될 경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다고 판단해 논쟁에 쐐기를 박는 차원에서 김 위원장의 회견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신승근 조혜정 기자skshin@hani.co.kr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