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 박근혜>노동·복지는 독일 - 조직은 프랑스 - 안보는 미국

입력 2013. 1. 9. 11:19 수정 2013. 1. 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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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밑그림은 모범적인 선진국의 잘된 제도를 골라서 채택하는 '퓨전식 맞춤형'이 될 전망이다. 5년간의 국정 키워드로 내세운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현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을 풀겠다는 것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국민 눈높이는 미국과 독일, 프랑스를 교본으로 설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들 국가들의 시스템을 보면 차기 박 당선인의 청사진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당선인측 핵심 관계자는 "검증이 안된 전혀 낯선 제도를 들여올 경우 초기 국민 혼란은 물론 국정운영 전반에서도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당선인의 생각"이라며 "박 당선인의 이에 대한 공부의 양도 만만치 않아 상당한 지식이 이미 축적된 상태다"고 말했다.

인수위 한 관계자도 "차기 정부의 모습은 프랑스와 미국의 범례를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직도를 그리고 있다"며 "박 당선인이 줄곧 강조한 책임총리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통치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 3.0과 컨트롤타워의 설치는 미국의 대(大)부처제와 국가안보실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 한강의 기적'을 약속한 박 당선인은 일자리와 중소기업 활성화, 복지를 통한 민생은 사회ㆍ경제 시스템 개혁을 통해 50~60년대 '라인강의 기적'에 이어 최근 포퓰리즘을 걷어내고 '제2의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독일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한석희 기자 hanimomo@heraldcorp.com

◆제2라인강의 기적, 메르켈 영향 - "독일에 경제의 해법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노동복지 및 중소기업 관련 정책은 '제2 라인강의 기적'을 이룬 독일식 제도를 모델로 삼은 흔적이 많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조언에 따라 독일의 주요 사회 제도를 벤치마킹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세차례에 걸친 만남 속에서 깊은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독일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한 복지체계를 갖고 있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상생문화와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꼽히는 '히든 챔피언'을 주요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독일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박 당선인이 경기변동에 따른 고용안정과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공약한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도'이다. 이는 일감이 많을 때 연장근로한 것을 저축하고 일감이 없을때 저축한 근로시간을 유급 휴가 등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경기 변동기에 구조조정 없이 인력 운용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이 같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도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속에서도 인원 감축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위해 주요 노동 쟁점에 대해 '사회적 대타협'을 하겠다고 공약한 것도 독일의 성숙된 사회적 대화 방식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경우 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기업은 물론 이들 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 그리고 지방정부, 지역 시민단체 등 다양한 계층이 모여 지역 사회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일례로 자동차 부품 산업이 발달한 스튜트가르트의 경우 지역의 민관 경제주체들이 모여 전기 자동차의 등장으로 각종 엔진이 사라질 것에 대비한 공동 연구까지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지 공약도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하는 독일식 정책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박 당선자의 경우 4대중증질환 진료비 100% 급여, 기초연금 도입 등을 공약했는데, 이들 모두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기존의 사회보험을 기반한 정책이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관계자는 "최근의 복지 정책은 사회보험 중심의 독일 비스마르크 모델과 국가가 주도하는 영국의 베버리지 모델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을 우선하는 정책도 독일의 강소기업 육성책과 일맥상통한다. 박 당선인은 한국 전체 기업체 수의 99%가 중소기업이고, 88%의 일자리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계화를 지원하기 위해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세계 1등 제품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의 강소기업 육성 정책 영향이 컸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 경제2분과 이현재 간사도 "한국은 중소기업 300만개에 중견기업은 1600개인데, 독일은 중소기업 300만개에 중견기업이 10만개이고 이 중 1600개는 세계시장 점유율 1~3위를 휩쓰는 '히든 챔피언' 기업"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내치는 총리, 외치는 대통령 -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모델 = 통치구조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이 '제왕적 대통령제'라 할 만큼 청와대로 집중된 권력을 각 현업 부처로 분산시키고 대신에 책임을 명확하게 지우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골자라는 말이다. 이에따라 인수위가 통치구조의 최종 목표로 프랑스나 핀란드 등 유럽 선진국이 취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가 확실시된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다 지는 현 시스템에서는 누구든 실패한 대통령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당선인의 생각"이라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정부조직 방향도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이를 조각(組閣)으로 연결시키냐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와관련 정부조직 개편을 크게 두 갈래 줄기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은 책임 총리제와 국무회의의 기능 강화로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인수위는 또 다른 관계자도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총리의 정책조정 및 정책주도 기능을 대폭강화할 방침"이라며 "종국에는 국무회의 중심의 집단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해 국무회의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는 이와함께 장관에게 부처, 산하 기관장의 인사권을 보장하는 한편, 예산ㆍ조직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측 한 관계자도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 모델을 참고해 대통령의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정부 조직을 개편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랑스는 대개 총리가 내치(內治)를 총괄하고 그 책임도 지기 때문에,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근무 인원이 우리의 청와대만큼 많지 않다"고 했다.

인수위는 이에따라 청와대 슬림화라는 원칙도 세웠다. 대통령 친인척 측근 관리 등이 주요 업무인 민정수석비서관은 당선인 공약인 특별감찰관제나 기회균등위원회의 역할과 중복돼, 폐지가 유력하다. 당선인이 미혼이라, 대통령 배우자 담당했던 제2부속실도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나친 분권은 오히려 정부 정책의 혼란을 불러 올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인수위는 미국의 대(大)부처제 시스템을 일부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정책 분야별로 컨트롤타워를 설치가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인수위 주변의 관측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프랑스는 과거 다년간의 의원내각제 시행을 통해 권력 분점을 이미 경험한 상태라 가능했으나, 우리는 권력 분점의 경험이 거의 없어서 시행착오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당선인이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컨트롤타워를 두겠다고 한 것도 이와같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전세계와 전쟁' 미국 NSC 벤치마킹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상설 국가안보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가제)은 미국 백악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에서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북한의 로켓 발사 등과 같은 국가 위기 상황에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국가안보 체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NSC가 CIAㆍFBIㆍ국방부ㆍ국무부 등이 수시로 제출하는 안보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2시간마다 국가안보보좌관에서 보고하는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안보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도 외교부ㆍ통일부ㆍ국정원 등으로부터 정기적인 정보보고를 받고, 필요하다면 정보 취합 시스템을 이른 시일 내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국가안보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보좌하고, 각 부처의 위기관리 업무를 총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영 경남대 교수도 "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체와 사무처 폐지로 위기관리를 위한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천안함 사건 당시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위기관리대책회의를 주도했는데, 이런 임시 회의체 성격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NSC 산하에 장관급 위원회, 차관급 위원회 및 부처 간 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윤 교수는 또 중복된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와 안보관계장관회의를 폐지하고, NSC 산하에 법적 근거가 있고 제도화된 상임위원회, 실무조정회의 및 사무처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다만 "참여정부 때 NSC 사무처가 자문 기능을 넘어 정책까지 개입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국가안보실이 지금 나오는 얘기처럼 외교안보수석실 기능까지 가져가게 되면 그때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면서 사무처 역할의 엄격한 조정도 당부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국가안보실의 위상을 현격히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NSC 사무처 수장인 국가안보보좌관처럼 장관급 참모를 지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헨리 키신저, 콘돌리자 라이스 등 실질적인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핵심 참모들이 NSC 사무처를 관할했다.

김 교수는 "장관급 수장 밑에 5개 분과를 설립, 외교ㆍ국방ㆍ통일ㆍ총괄ㆍ현재 위기관리를 모두 포괄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 외부 별도 조직과의 업무 중복을 피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NSC 사무처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서주석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의 보좌 기구에 불과한 사무처가 외교안보 분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법적 논란이 있었다"며 "국가안보실과 NSC와의 관계 설정 등 법적인 문제를 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대원ㆍ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헤럴드 생생뉴스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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