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박근혜 정부의 행보

박근혜 비서실과 인수위, MB랑은 완전 딴판

데일리안

[데일리안 = 동성혜 기자]출범 사흘째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과유불급' '3S(최소(slim)·조용(silent)·비밀(secret))를 채택하고 3P(측근배제(Park)·당 배제(Party)·실세(Power))를 버렸다' '이명박 정부 타산지석' 등.

정치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양해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명박 인수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른 길을 걷겠다는 행보라는 해석에는 일치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8일 '데일리안'과 만남에서 "조용하고 성실하게 인수위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우리의 과제"라며 "이명박 인수위 당시를 되돌아보면 설익은 정책이 언론을 통해 발표됨으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다"고 지적했다. 현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초창기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를 인수위에서부터 찾은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과 인수위는 여러가지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시 비서실과 인수위와는 차별되는 면이 있다. 사진은 인수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박 당선인.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런 기조 속에서 8일 진용을 갖춘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 구성을 살펴보면 이명박 인수위와의 차이가 더 명확해진다.

MB 당선인 비서실 '실세형'이었다면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 '실무형 측근'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이 '실세형'이었다면 박근혜 당선인 비서실은 '실무형 측근'들로 구성됐다. 이명박 당선인 당시 비서실 구성은 오랜 측근·가신들이 전면 배치됐다. 2006년 이전부터 이 당선인의 곁을 지킨 '서울시청팀'과 '안국포럼팀'이 주요하게 비서실에 기용됐다.

각각 당선인 정무보좌역을 맡은 정두언 의원과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비롯해, 박영준 총괄팀장, 신재민 정무기획1팀장, 권택기 정무기획2팀장, 김영우 정책기획팀 부팀장, 공보 담당인 조해진·송태영 씨, 김희중 일정비서, 임재현 수행비서 등이 그들이다.

박 당선인 역시 오랫동안 보좌했던 20명 안팎 실무진들이 참여했지만 대부분 실무진들 위주다. 이른바 '핵심 실세'로 불렸던 의원들은 배제됐다.

이미 비서실의 양 날개인 정무팀장에 박 당선인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정현 최고위원, 홍보팀장에 대선 당시 홍보를 맡았던 변추석 전 선대위 홍보본부장이 각각 임명된 상황에서 박 당선인을 1998년부터 보좌해온 핵심 '3인방(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안봉근 비서관)' 가운데 이 보좌관과 정 비서관은 비서실 정무팀에 배치됐다. 업무분야는 지금까지처럼 이 보좌관은 정책, 정 비서관은 메시지와 정무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팀에는 그밖에 선대위에서 박 당선인의 연설문 작성, 메시지 구상을 맡았던 조인근 전 메시지팀장과 최진웅 씨, 대선후보 일정을 총괄했던 이창근 씨가 합류했다.

'측근'이라는 점에서는 이명박 당선인과 박근혜 당선인의 비서실이 비슷하지만 이명박 당선인이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하며 이후 실세간 '권력사유화' 논란을 벌였다면, 박근혜 당선인은 '인사'와 관련해서는 '실무'에 더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높다.

아울러 박 당선인의 비서실은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이 총괄조정, 정무기획, 공보, 정책, 의전 등 5개 팀으로 꾸려지며 40여명으로 구성됐던 것에 비해 20여명 안팎으로 슬림해졌다.

MB 인수위 '쏟아내는 정책'이라면 박 인수위 '조용한 인수인계'

인수위 구성과 그 역할에서는 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이 당선인은 인수위에서도 서울시청·안국포럼 식구들을 대거 기용, 행정실장(백성운), 경제1분과 간사(강만수), 한반도대운하팀장(장석효), 사회교육문화분과 위원(김대식), 부대변인(강승규·박정하)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향후 이들은 청와대와 정부 내각에 발을 내딛었고 부처의 수장을 돌아가며 맡기도 해 '회전문 인사' 논란도 빚었다.

물론 이명박 당선인 역시 당시에 출신 지역과 학교를 초월한 실력과 전문성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 참여정부 정책의 핵심 인물 몇몇을 기용하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지만 '고소영 인사' 논란에 휘말려 빛이 바랬다.

반면 박 당선인의 인수위는 한마디로 '정책·전문·실무형' 성격이라는 평이 높다. 박 당선인은 그동안 정책을 함께 만들어온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출신과 대선 선거공약을 총괄해온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소속 인사들을 대거 전진 배치해 친정체제를 구축했지만 이 역시 학자출신들이다. 인사에서 만큼은 '잡음'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이른바 '친박'이라 불린 측근 실세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교수들 위주로 구성, 박 당선인이 기준으로 삼았던 '전문성'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인수위원들은 법에 정해진 임무가 끝나면 각자 원래 상태로 복귀함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차기 정부로 옮겨가는 것을 전제로 임명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천명한 것처럼 '정무'보다는 '정책'에 방점을 둬 현 정부의 정책과 차기 정부의 정책방향을 설정하는 그야말로 '인수'작업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그대로 보였다. 아울러 '인수위행 = 차기 정부 권력행'이라는 공식도 과감히 깨트리고 있다.

인수위 역할에서 가장 큰 차이는 '정책' 부분이다.

이명박 인수위가 노무현 참여정부에서 정권을 재창출한 상황이라 국가운영 철학 근본부터 뒤바꾸면서 200여개에 달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고 실현하지 못할 공약이 나오면서 "인수위는 점령군"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 정부의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은 박 당선인측은 의욕만 넘쳐 실천이 어려운 정책을 각 분과별로 경쟁적으로 발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수위 관계자는 "실천 가능한 정책 중심으로 핵심만 뽑아 국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박 당선인 역시 지난 7일 처음으로 주재한 인수위 전체회의에서 공약과 관련한 이야기라고 전제한 뒤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냥 그때 하는 얘기고, 안 믿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들께 한 약속은 정말 아주 정성들여서 지킨다"면서 "공약을 발표할 때마다 재원이 어떻게 쓰여지며 이게 실현 가능하느냐 그것을 만든 분들이 피곤할 정도로 따지고 또 따지고 그랬다"고 신뢰를 강조했다.

이어 "공약이 우리가 정말 정성들여서 지켜나갈 때 우리가 노력을 안 해도 사회적 자본이 쌓여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이번 정부가 만들 수 있다"고 다짐할 정도다.

인수위 규모 역시 자문위원회를 설치하지 않고 정부부처 파견 공무원 규모도 이명박 인수위의 73명에 비해 53명으로 크게 줄였다. 실무적인 정권 인수인계에 집중하는 차원에서다.

"'보안'과 '국민 알권리'는 구분해야"

하지만 박 당선인의 경우 인수위 출범부터 '보안'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비밀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건호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도 대변인을 통해 전달하는 차원에서는 정례화된 사례가 많다"면서도 "다만 언론인과 취재원 사이에 '오프 더 레코드'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서로가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채널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인수위가 아직 언론과의 관계 정립에 대해 내부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며 "어쨌든 국민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는 게 소통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실장은 "이명박 당시 인수위의 문제는 설익은 정책이 무작위로 공표되면서 나타난 문제이지 단지 언론과의 창구가 개방돼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다"라며 박근혜 인수위가 '보안'과 '언론 관계'를 구분하지 못해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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