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네타냐후가 얻는 표는 아이들이 흘린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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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4일부터 벌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 충돌은 국제사회를 바짝 긴장시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이 자국 남부 지역에 가한 로켓 공격을 빌미로 가자 지구에 대해 대대적인 공습을 감행했다. 팔레스타인에서는 150여 명이 숨지고, 이스라엘에서는 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1500곳 넘게 폭격했고 팔레스타인도 로켓 1500여 발을 이스라엘로 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2008년 14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가자 지구 공습 이후 최대 규모였다.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아흐마드 알자바리도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당했다. 이스라엘은 무인 정찰기를 동원해 알자바리가 타고 있던 차량의 위치를 파악해 초정밀 미사일로 정확하게 타격했다.

팔레스타인 사망자 절반은 임신부와 여성을 비롯한 민간인이며 또 그 절반은 어린아이였다. 가자 지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주민 왈리드 씨(32)는 이스라엘이 첫 공습을 한 11월14일 급하게 집으로 향했지만 그를 기다린 건 폭격에 주저앉은 집과, 아내와 두 아들의 죽음이었다. 그는 "아내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곧 있을 것이라고 알면서도 학교 간 큰딸을 기다리다 변을 당했다. 갑작스러운 공습에 다들 피하지 못해 죽어가고 있다"라며 흐느꼈다.





ⓒAP Photo 11월17일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군사 충돌은 흔하게 벌어지던 양측의 교전이 불씨가 되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양측이 주고받는 작은 교전은 별 뉴스도 안 될 정도로 그 지역에서는 일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스라엘이 갑자기 정색을 하고 가자 지구에 폭격을 한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이 정도로 가한 폭격은 4년 만이다. 2008년 12월에도 이스라엘은 '캐스트 리드' 작전을 수행해 이듬해까지 가자 지구를 공습했다. 그때 팔레스타인 사람 1400여 명이 사망했으며 가자 지구는 초토화되었다. 2008년과 지금의 폭격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의 선거가 코앞이라는 것이다. 내년 1월에 이스라엘 선거가 있을 예정이다.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이 특히 강했던 1955년, 1961년, 1981년, 1996년은 모두 이스라엘 총선이 맞물려 있었다. 우리나라 주요 선거 때마다 북한과의 마찰이 뉴스로 등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더욱이 올해 이스라엘은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스라엘 주민의 대규모 시위가 자주 일어났다. 폭등하는 물가와 집세, 그리고 상위 10%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부의 불균형으로 이스라엘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다. 예루살렘에 사는 스필만 씨(45)는 "그동안 안보를 위해 입 다물고 정부만 바라봤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다르다. 물가가 살인적으로 오르고 실업률은 최악이다. 올해에만 집세가 두 번이나 올랐다. 정부는 이런 서민들을 나 몰라라 한다"라고 불평했다. 상황이 이러니 이스라엘 정부로서는 이번 선거에서 불만을 잠재우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전쟁'은 이스라엘에게 늘 동원할 수 있는 최대의 선거 캠페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013년 11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내년 1월로 앞당기겠다고 지난 10월 선언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특공대 출신의 강경파에 군인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형제들도 모두 최정예 특공대 출신이다. 그는 47세 때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우며 이스라엘 강경파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런 네타냐후가 이번 선거에서 어려운 정국을 탈출할 수 있는 '국면 전환용' 카드로 바로 가자 지구 폭격을 쓴 셈이다. 현재 네타냐후 총리와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55%와 52%로 공습 전보다 20%포인트 급등했다. 결과적으로 그 어떤 선거 캠페인보다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의 군사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핵 개발을 놓고 이란과의 갈등이 커졌지만 직접 이란을 공격할 경우 너무 판이 커진다. 그래서 대신 팔레스타인을 공습해 이란을 견제한다는 의도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와도 골란고원에서 충돌하는 등 주변 아랍국들과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이집트와 튀니지 등 주변의 친미 정권이 잇달아 무너진 것도 이스라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마당에 이스라엘이 건재함을 보일 수 있는 건 군사 행동이었다. 이번 공습에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로켓을 요격한 '아이언돔' 등 최신 군사력을 선보였다.

한편 유엔이 최근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에 대해 이스라엘이 경고장을 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팔레스타인은 유엔에 국가가 아닌 '옵서버 단체(entity)'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만약 팔레스타인이 바티칸과 비슷한 '옵서버 국가(state)' 지위를 부여받게 된다면 유엔 산하기구나 국제형사재판소 등에 가입할 수 있게 되고 이는 국가나 비슷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격이다. 11월29일 팔레스타인의 옵서버 승격 여부를 앞두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시위했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공습 이후 네타냐후 지지율 20%포인트 급등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수혜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팔레스타인이다. 팔레스타인 내부에는 크게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파타와 하마스 두 정치 세력이 있다. 현 아바스 정권이 유네스코 가입 등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성과를 이루자 하마스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해졌다. 또한 물가폭등과 장기 실업으로 이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거세지면서 아바스 정권 역시 정치적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런데 이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하마스는 결사항전을 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지지를 한층 강화할 수 있었다. 또 아랍의 봄 이후 친미 정권이 무너지고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이집트나 튀니지가 하마스에 대한 지지를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이집트의 대통령인 무르시는 하마스 탄생의 배경이었던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다. 그 사이 아바스 수반은 11월29일 유엔총회 참석을 통한 외교적 성과를 거두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엔에서 팔레스타인의 지위를 표결권 없는 옵서버 단체에서 옵서버 국가로 격상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와 경쟁해온 파타도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이스라엘과의 전투를 선언했다. 파타 지도부 지브릴 라주브는 1000여 명의 시위대 앞에서 "지금부터 (하마스와) 분열을 끝낸다"라고 외쳤다. 지금까지 두 세력은 심심치 않게 대립했으나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 둘이 융합하는 계기가 됐다.

이처럼 국제사회 여론이나 주변국의 흐름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이스라엘도 휴전 쪽으로 급선회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한 것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오바마 대통령도 처음에는 자위권 운운하며 이스라엘 편을 들다가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자 노심초사했고, 휴전 중재에 나선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과 하루 세 차례나 전화하고 힐러리 클린턴 장관을 이스라엘에 급파하는 등 진화에 나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달려갔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지식인과 예술가 100여 명이 무력 충돌을 멈추라는 청원서를 네타냐후 총리에게 보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 8일간 지속되었던 이스라엘의 폭격은 멈추고 휴전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선거가 다가오면 언제 어떻게 무고한 생명이 희생될지 모를 일이다.

김영미 국제문제 전문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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