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그러나 여전히 불안

입력 2012. 11. 22. 15:02 수정 2012. 11. 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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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주진 기자]

8일간 계속됐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의 교전이 중단됐다. 무함마드 카멜 아무르 이집트 외무장관과 힐러리 클리턴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후 9시(한국시간 22일 오전 4시)를 기해 휴전 합의가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마지막 순간까지 맹렬한 상호 공격을 퍼부었지만 휴전이 발효되자 모든 공격을 중단했다. 휴전 합의에서 양측은 상대방에 대한 모든 공격을 중단하기로 했다.

"가자 지구의 육상, 해상, 영공 공격은 물론 개인을 겨냥한 모든 적대적인 공격을 중단한다"고 이스라엘은 합의했다.

"모든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은 로켓 공격과 국경 지역에서의 공격을 포함해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적대적 공격을 중단한다"고 하마스 역시 합의했다.

이번 휴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는 모하메드 모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중심 역할을 했고 터키, 튀니지, 카타르 등 아랍 국가들이 모르시 대통령의 노력을 전폭 지지하면서 힘을 보탰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던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서방 국가들의 지지를 받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노골적으로 규탄하면서 하마스 쪽에 힘을 실어줬다.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이유는 '아랍의 봄'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랍의 봄 이후 생긴 아랍 국가 내의 정치적 기류 변화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 및 동정 여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 않은 두 가지 이유

8일간 지속됐던 이번 교전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아메드 자바리 하마스 군사령관이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은 그보다 앞서 하마스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에 로켓 공격을 퍼부은 것에 대한 대응이었다. 때문에 미국과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공격 자체는 정당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여론은 두 가지 이유로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하나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이 오랜 세월 동안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 때문에 계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 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가자 지구에서는 지난 8일 동안 14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반면 이스라엘 쪽의 사망자는 5명이었다.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사람들 모두 포탄 세례를 받았지만 가자 지구 사람들이 맹렬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더 큰 피해를 봤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말했고 위협의 표시로 가자 지구에 가까운 네게브 사막에 병력을 배치시켜 놓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공격을 계속할 경우 가자 지구에 희생자가 늘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때문에 국제사회는 희생자를 줄이기 위해 이스라엘에게 공격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원칙적 요구는 평행선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 휴전 협상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한 기회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양측의 요구사항은 근본적으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이며 때문에 이번 휴전 합의에서는 상호 공격을 중단하는 선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하마스가 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 철회다.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로켓 공격도 사실은 봉쇄에 대한 저항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로 인해 가자 지구 사람들은 심각한 경제적, 사회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 때문에 80%의 사람들이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통치하기 시작한 2007년 중반 이후부터는 봉쇄를 더욱 강화했다. 2010년 봉쇄가 약간 완화됐지만 수출입 물품에 대한 봉쇄는 계속되고 있고 가자 지구의 재건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유엔은 이스라엘의 봉쇄를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 처벌'로 부르며 비난하고 있다. 하마스가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이스라엘 점령의 종식이지만 그것은 사실 팔레스타인 국가가 세워지기 전에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먼저 팔레스타인의 다른 지역을 통치하고 있는 파타 당과의 내부 협상이 먼저 타결돼야 한다. 하마스는 또한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부 암살 중단도 원하고 있다. 이번 휴전 합의에 개인에 대한 공격 중단도 포함돼 있지만 그것이 정말 주요 인물 암살 중단을 의미하는지는 정확치 않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것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하마스의 모든 공격을 중단시키고 그 약속이 지속적으로 지켜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공식적으로 천명한 요구조건일뿐 이스라엘이 진짜 원하는 것은 가자 지구 안의 테러 세력을 무력화시키고 하마스 집단 전체를 와해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가자 지구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고 아무리 싫어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하마스를 이스라엘이 외부에서 와해시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때문에 휴전 합의와 상관없이 어떤 방식으로든 하마스를 와해시키기 위한 이스라엘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불안한 휴전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함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여길뿐 정치적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2007년 가자 지구를 봉쇄한 이유도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테러집단으로 생각하는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지지를 받아 가자 지구를 통치하게 됐기 때문이었다. 휴전 합의가 이뤄졌지만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여기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적으로 여기는 하마스의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양측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 즉 하마스가 원하는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봉쇄 철회와 이스라엘이 원하는 하마스의 테러 행위 금지 및 세력 와해는 휴전 합의에서 다룰 수조차 없는 문제였다. 때문에 이번 휴전 합의는 그야말로 8일 동안 계속된 교전을 중단하는 의미만 가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기본적인 요구 조건은 변하지 않을 것이고 각자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도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번 휴전 합의가 조속히 이뤄진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물론 전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도 이-팔 평화 회담이 재개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직접 평화협상은 2010년 중단됐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한번도 평화 회담에 임해본 적이 없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교전은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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