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사고 한달 ①무엇을 남겼나

입력 2012. 10. 25. 08:02 수정 2012. 10.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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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낳은 인재..마을·공장 쑥대밭, 피해 수백억원 "허술한 대응이 피해 키웠다"..보상 장기화 조짐

안전불감증 낳은 인재…마을·공장 쑥대밭, 피해 수백억원

"허술한 대응이 피해 키웠다"…보상 장기화 조짐

< ※편집자주 = 경북 구미 화공업체 휴브글로벌의 불산가스 누출사고가 발생 한 달을 맞았다. 이 사고로 5명이 숨지고 인근 지역 농작물이 초토화됐다.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불산가스로 치료를 받는 등 후유증이 심각하나 사고 수습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는 불산 사고에 따른 피해, 대피 주민, 후유증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인재였다.

여기에 관계 당국의 허술한 대처로 피해가 확산, 미흡한 안전관리 수준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됐으나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장 인근 주민은 기약없이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불산가스로 치료를 받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는 아직도 '정말 괜찮은 것인지'를 걱정하는 등 후유증은 여전하다.

◇피해 수백억원대 = 9월 27일 오후 3시43분 경북 구미시 산동면 구미국가산업단지 4단지의 휴브글로벌에서 일어난 불산가스 누출사고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냈다.

이 업체 직원들이 야외작업장의 탱크에서 불산을 빼내는 과정에서 작업 순서를 지키지 않는 등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사고로 당시 일하던 휴브글로벌 직원 4명과 펌프수리 외주업체 근로자 1명 등 모두 5명이 숨졌다.

또 지금까지 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경찰, 인근 주민 등 1만1천여명이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

이 공장 인근인 산동면 봉산리와 임천리는 불산가스가 덮쳐 쑥대밭이 됐다. 농작물 212㏊가 말라 죽고 가축 4천마리가 호흡 곤란을 겪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 두 피해지역 주민 1천200여명 가운데 250여명이 한달째 다른 곳으로 대피해 있다.

이번 사고로 주변 공장에도 엄청난 피해가 났다.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고 공장 건물 외벽과 유리가 부식하는 등 지금까지 업체들이 신고한 피해액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술한 대응·미숙한 수습 = 사고가 난 뒤 구미시를 비롯한 당국의 초동 대처가 허술한 데다 수습 조차 미숙해 피해가 확산했다.

사고 당시 119소방대는 불산 누출이란 것을 알고도 중화제 대신에 물만 뿌려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초에 유해물질 사고가 났을 때 쓸 중화제는 거의 없었고 이를 뿌릴 수 있는 장비도 갖추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구나 소방관들은 화학보호복을 준비하지 않고 진화작업 때 입는 방화복에 마스크만 쓴 채 출동하는 미숙함을 드러냈다.

여기에다 환경부는 사고 현장은 물론 인근 지역에 불산이 남아 있음에도 사고 다음날인 28일 오전 3시30분에 서둘러 심각단계를 해제해 2차 피해를 자초했다.

구미시도 환경부의 심각단계 해제를 근거로 이날 오전 8시30분 상황 종료를 선포하고 오전 11시에 대피한 주민에게 복귀토록 하는 우를 범했다.

아직 불산이 남은 상태에서 이런 안이한 대응은 두고두고 주민에게 불신을 심어줬다고 할 수 있다.

시는 사고 당시 공장 근로자와 주민에게 대피하라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아 비난을 사기도 했다.

정부 역시 사고가 난 지 1주일이 지난 4일에서야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조사단을 파견해 '늑장 대응'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후진국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관계당국이 유해화학물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점검하는 것은 물론, 사고가 났을 때 매뉴얼대로 신속하고 제대로 대응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동 의견이다.

국무총리실은 초동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계자를 문책하는 한편 대응 매뉴얼을 개선할 방침이다.

◇피해 보상은 언제 = 사고 수습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피해 보상은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더구나 당국의 수습 대책 등에 대해 피해 주민의 불신이 팽배한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지난 8일 산동면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1차로 재해복구비 292억원을 결정했고 기업체, 차 피해 등에 대해 추가로 지원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불산가스로 병·의원을 찾은 피해자의 치료비도 모두 부담하기로 했다.

정부와 구미시는 일단 복구비를 지급한 후 사고를 낸 휴브글로벌에 구상권을 청구, 비용을 받아낼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3일 사고지역 토양과 물에서 측정한 불소농도가 토양오염우려 기준과 먹는물 수질기준 미만이어서 경작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불산에 노출된 피해지역 농작물과 가축은 모두 폐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피해지역 주민은 정부나 구미시가 "사고 이후 지금까지 허술하게 대응했다"며 경작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믿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다.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 250여명은 아직 임시 집단주거시설인 구미시환경자원화시설과 구미시청소년수련원에 머문 채 이주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불산에 오염된 집에는 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지역 보상은 정부와 주민이 이주 대책이나 오염도 조사 등에서 계속 마찰을 빚고 있어 진척이 전혀 없다. 이에 따라 보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시일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미시 김석동 건설도시국장은 "사고 수습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더 추워지기 전에 주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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