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단지 "美시장 되찾자" 체질개선 중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발효 한 달째를 맞은 국내 대표 섬유단지 대구는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평균 13%에 달하는 섬유제품의 수출 관세가 품목 수 기준으로 90%가량 폐지됐기 때문이다. 아직 원산지 증명이나 이력관리 등 관세 혜택을 위한 제도가 완전히 정착된 것은 아니지만, FTA를 계기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중소업체들의 움직임이 한창이었다.
◇FTA 활용하자… 체질개선 나서
지난 20일 찾은 대구 달서구의 송이실업. 줄지어 선 제직기(製織機) 48대가 '탕탕' 소리를 내며 씨줄과 날줄을 엮을 때마다 빨갛고 파란 원단이 꿈틀꿈틀 밀려나왔다. 기계 소음 때문에 바로 옆에 서 있는 사람의 말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하루 원단 생산량은 8640야드(약 7900m). 등산복에 들어가는 화학섬유를 주로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해 미국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연구개발비를 매출의 7%에서 9%로 올렸다. 이용성 연구소장은 "저가제품으로는 중국에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차별화된 고가의 기능성 제품으로 관세혜택을 업고 미국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동지역에 차도르용 원단을 수출하는 신화섬유공업도 최근 니트류를 짜는 제직기 10대를 들여왔다. 인력도 5명을 새로 충원했다. 작년 매출은 4000만달러(456억원). 지금까지는 중동지역에 원단을 공급해 왔지만, 오는 9월부터는 처음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할 계획이다. 제품은 관세철폐율이 가장 높은(32%) 니트류로 정했다. 회사 측은 내년 미국시장에서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에서 생산된 원사를 사용해 최종 완제품을 수출할 때까지의 모든 공정을 역내(域內)에서 수행해야만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봉제기반을 국내에 마련하거나, 미국 직수출 경로를 모색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업체들의 체질개선이 한창이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 김홍기 본부장은 "FTA가 발효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한미 FTA를 계기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해외 전시회 참가문의를 해오는 등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하다"고 말했다.
여성용 의류 원단을 수출하는 백산무역도 한미 FTA를 계기로 잠시 접어뒀던 미국 LA시장을 재공략하기로 했다. 지금도 전체 매출의 30%는 미국에서 나오고 있지만, 동남아에서 봉제과정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세 혜택은 볼 수 없는 상황. 회사 측이 노리는 것은 자체 봉제기반이 있는 LA 지역.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직접 원단을 수출하기 위해 최근 'LA 판매단'을 별도로 구성했다. 이정근 대표는 "최근 동남아 저가공세에 밀려 시장을 완전히 뺏기다시피 했으나 한미 FTA를 계기로 잃어버린 LA 시장을 되찾아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심 높지만… 제도활용 아직 어려워
'한미 FTA 발효가 기회이긴 한데, 막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업체들도 많았다. 한미 FTA는 다른 FTA보다 원산지 증명 기준이 까다롭고, 중소업체들이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화섬유 이재규 상무는 "무엇보다 정보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면서 "관세사 사무소나 지원기관에 전화해 물어봐도 상대편이 먼저 말문이 막히니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섬유분야는 수출 품목이 1598개에 달하는 데다 소재도 다양하고, 공정도 다단계여서 업체의 눈높이에 맞춰 전문적으로 상담해줄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섬유개발원 박원호 본부장은 "업체들이 조금 알아보다가 까다로운 규정에 막히면 '관세혜택 안 보고 말지'하면서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면서 "정부와 지원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중소기업의 FTA 활용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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