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하이마트, 추락하는 '몸값'

박희진 기자 입력 2012. 4. 21. 05:31 수정 2012. 4. 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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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던 하이마트 매각가, 1조원 이하로 추락..'영업권'이 핵심 변수

[머니투데이 박희진기자][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던 하이마트 매각가, 1조원 이하로 추락..'영업권'이 핵심 변수]

하이마트의 바닥은 어디쯤일까? 혹시 지금이 아닐까? 지난해 6월29일 공모가 5만9000원에 시장에 데뷔, 최고가 9만3600원(지난해 11월14일)을 찍고 지난 16일 거래정지될 때 5만8400원까지 내려왔다. 공모가를 약간 밑돈다. 시장에 오른 뒤 불과 1년도 안돼 파란만장이다.

경영권 분쟁으로 '매물'로 처음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굴지 기업들이 군침을 삼키는 '알짜'로 평가됐다. 그러나 창업주 선종구 대표가 배임 및 횡령혐의로 기소되자 신뢰도도 몸값도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실망감도 깊다.

◇소액주주·직원들은 '피눈물'=하이마트는 지난 16일 거래가 정지돼 상장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한국거래소는 그로부터 15일(거래일 기준) 이내 하이마트가 상장폐지 실질 심사 대상이 되는지를 따지게 된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하이마트는 아직 뚜렷한 타개책을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다. 선 대표와 하이마트 대주주인 유진그룹의 유종선 회장의 불협화음만 들릴 뿐이다. 이는 지난 2월 한화그룹이 금요일 저녁 거래중지 조치 후 주말까지 반납하며 투명경영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것과 비교된다.

이로 인해 3000억 원 가량의 자금이 묶이게 된 소액주주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지난해 상장 때 빚 까지 내 억대에서 수 천 만원씩 우리사주 청약에 나선 직원들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하이마트 임직원 2500여 명은 우리사주 조합 우선 배정 물량(총 142만2874주, 20%)을 전액 인수했다. 금액으론 840억 원에 달한다.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하이마트 주가는 9만50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6월 말 상장 후 4개월 반 만에 60% 가량 급등했지만 경영권 분쟁과 선 회장의 검찰 조사 등을 겪으며 주가는 공모가 밑으로 떨어졌다.

기업 가치 회복 방안은 매각 뿐인 상황이다. 하이마트 측은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면 매각 작업을 다시 진척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마니커, 보해양조 등 대주주 횡령 문제로 지난해 거래가 정지된 상장사들이 상장폐지는 모면한 만큼 하이마트가 최악의 사태로 치달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그러나 가격을 둘러싼 매각 측과 인수자측간에 이견차가 커 매각작업의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애초 2조원 중반에서 3조원까지 거론되던 인수가는 1조원 이하로 추락했다.

◇화려했던 M&A의 유산 '영업권'은=하이마트 매각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과거 인수·합병(M&A)이 남긴 무형자산, 곧 영업권이다.

지난해 하이마트(K-IFRS 연결 기준)의 자산 규모는 2조7682억원이고 부채와 자본은 각각 1조3404억원, 1조4279억원이다. 부채비율은 93.9%, 자기자본비율51.6%로 외형적으론 탄탄한 모양새다. 총 자산 2조80000억원 중 영업권이 1조6833억원에 달한다.

하이마트의 영업권은 유진기업이 2007년 하이마트 지분을 인수할 당시 페이퍼컴퍼니에 계상됐던 금액이다. 이후 하이마트가 페이퍼 컴퍼니를 흡수합병하면서 하이마트의 무형 자산으로 남게 됐다.

당초 영업권은 1조8000억원에 달했다. 기존 한국기업회계(K-GAPP) 기준에서는 영업권을 정액법으로 상각해 1조6800억원대로 줄었지만 2009년부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을 도입하면서 현재 영업권 규모가 2009년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K-IFRS에서는 영업권 평가를 거쳐 손상된 부분만 비용으로 반영하면 된다.

박종렬 HMC투자증군 연구원은 "하이마트 대주주의 매각 의지는 확고하지만 현 시점에서 제3자에게 매각할 때 영업권을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영업권은 하이마트 경영진의 노하우, 유통망 등이 평가된 무형자산인데 기업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영업권 인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개 숙인 하이마트, 목소리 커지는 인수 후보=경영공백으로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1분기 하이마트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전년대비 '반토막'으로 줄었다.

여기에 웅진코웨이가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다는 점도 하이마트에겐 악재다. M&A 업계 '큰손' 롯데는 양쪽 모두 대표 인수 후보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오너 리스크'를 걷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기도 한다. 가격이 낮아진 만큼 인수 경쟁이 가열될 수도 있다.

선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입찰 포기 의사를 밝힌 GS리테일도 매각 검토로 방향을 선회했다. GS리테일 고위 관계자는 "하이마트 인수를 다시 추진할 방침"이라며 "다만 가격이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마트는 전국에 300여 개 매장을 거느린 국내 1위의 가전유통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시장점유율도 25%에 달한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로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갔다. 인수자 측에서 발언권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1월 기준, 기업 가치를 3조원으로 봤고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포함해서 매각액을 2조원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많아야 1조원"이라고 말했다.

한편 2월 말 선 회장의 검찰 조사로 주가가 5만4700원까지 떨어진 이후 거의 두 달 가량 5~6만 원대 박스권 흐름을 보인 만큼, 하방경직성은 확인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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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희진기자 be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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