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세상] 中공업지대 중금속 품은 '독한 황사'.. 2주內 또 덮칠 수도

김성모 기자 2015. 2. 24. 0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최악의 겨울 황사(黃砂)가 이틀째 한반도 하늘을 누렇게 뒤덮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력한 황사로 23일 새벽 4시 서울의 미세 먼지(PM―10) 농도는 작년 평균치(44㎍/㎥)의 24배에 해당하는 1044㎍/㎥까지 치솟았다. 단순히 육안이 아닌, 황사의 계기 관측을 시작한 2002년 이래 가장 강력한 겨울 황사다.

이날 서울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황사 특보(주의보·경보)가 내려졌다. 초미세 먼지(PM―2.5) 농도도 올라 23일 서울에선 올 들어 처음으로 초미세먼지주의보도 내려졌다. 기상청과 국립환경과학원은 "점차 옅어지는 추세지만, 24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황사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며 "전국적으로 24일 낮까지 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151㎍/㎥ 이상) 단계까지 나타나는 곳이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금속 황사' 비상

황사는 중국·몽골 지역의 사막이나 고원에서 일어난 흙먼지다. 공장 굴뚝이나 자동차 매연 등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과는 달리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 크게 해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황사는 중국 대기오염 물질까지 잔뜩 끌고 들어오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이 2009~ 2011년 3년에 걸쳐 28차례 발생한 황사를 분석해 보니, 중국 동부 공업 지대를 통과하는 '오염 황사'가 전체의 절반가량(46%)인 13차례로 조사됐다. '오염 황사'일 땐 황사 속에 든 납·비소·카드뮴과 같은 발암물질과 셀레늄 같은 신경 독성 물질의 농도가 황사가 없는 날보다 1.8~3.3배까지 더 짙어졌다.

중국발(發) 황사는 중국보다는 한국 사람에게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2007년 봄에 황사가 발원하는 아라산 지역과 베이징·서울의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황사에 따른 폐 기능 이상 검사를 한 결과, 베이징 어린이보다 한국 어린이들이 황사 때문에 폐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중국 현지 주민들은 흙바람만 맞지만, 한국에선 흙바람에 대기오염 물질까지 더해져 더 해롭다는 얘기다.

◇앞으로 2주가 최대 고비

기상청은 23일 발표한 '봄철 기후 전망'에서 "올봄 황사 발생 일수는 평년(5.2일)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적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 황사가 발원하는 중국·몽골 사막 지역은 건조한 데다 기온도 높은 편이라 황사가 발생하기엔 딱 좋은 조건이 갖춰진 상태지만, 한국 쪽으로 바람이 자주 불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란 게 기상청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황사가 한반도까지 날아오려면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발원지에 흙 먼지가 일어나기 쉽도록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야 하고 △황사 먼지가 많이 떠오르고(발원) △한반도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야 하는 등(기류)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국·몽골 일대 사막이 건조해도, 이번 봄에는 남동·남서풍이 많이 불 것으로 보여, 한반도까지 황사가 바람에 자주 실려오지는 않을 것이란 게 기상청 예상이다.

다만 3월 초까지는 이번처럼 강력한 황사가 또 찾아올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김현경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3월 초까지는 찬 대륙 고기압 영향으로 북서풍이 많이 분다"며 "조건만 맞으면 '꽃샘추위'와 함께 또다시 강력한 황사가 찾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더 센 '수퍼 황사' 가능성도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황사가 오는 시기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1981~2010년 평균(평년값)으로 따지면, 4월에 황사가 찾아오는 날(2.4일)이 가장 많았는데, 최근 10년(2005~2014년)에는 3월(2.3일)에 황사가 가장 잦았고, 2월 이전 겨울 황사 횟수도 늘고 있다. 지구가 점점 따뜻해지면서, 황사가 발원하는 중국·몽골 사막 지역에도 눈이 녹고 건조한 상태가 빨리 찾아오기 때문이란 게 기상 전문가들 설명이다. 만약 지구온난화 현상이 지속되면 앞으로 더 강력한 황사가 더 자주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간 기상업체인 케이웨더 반기성 예보센터장은 "중국·몽골 지역의 사막화는 더 심해지고, 더 건조한 날씨에 이상 기후까지 겹치면 '수퍼 황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