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의 자격 '위장전입'.."국민들 5천명 처벌받았는데"

김만배|김미애|이태성|황재하|한정수 기자|기자|기자|기자|기자 입력 2015. 3. 7. 05:31 수정 2015. 3. 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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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54>]징역형도 가능, 대부분 공소시효 지나..범죄행위 알고도 내정하는 정부도 문제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김미애 기자, 이태성 기자, 황재하 기자, 한정수 기자] [[서초동살롱<54>]징역형도 가능, 대부분 공소시효 지나…범죄행위 알고도 내정하는 정부도 문제]

다음 주부터 진행될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장관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로 우리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이번에는 네 명의 후보자 모두 과거 위장전입 전력이 드러나 '위장전입 그랜드슬램'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이면 이들은 한결같이 "투기목적이 전혀 없었다. 사려 깊지 못했다"고 해명하는데요. 단지 '사과'만으로 별 탈 없이 지나가는 사례가 일반화된 지 오래입니다.

'위장전입'은 징역 3년까지 처벌이 가능하지만, 고위공직자에게는 별 것 아닌 '흠집'이 돼 버리는 것입니다.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처벌'을 받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후보자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는지 의문입니다.

◇장관 후보자 4명 모두…'위장전입 그랜드슬램' 달성

"자녀 교육 때문에" "부인이 아파트 분양을 받으려…" "직장주택조합 가입하려고…" 등등.

유기준 해양수산부·유일호 국토교통부·홍용표 통일부 장관에 이어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까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위장전입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어버린 가운데,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도덕적 불감증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박근혜 정부가 인사검증에서 위장전입은 문제 삼지 않는다는 기준이 확인됐다"고 비판했습니다. 인사검증 과정에서 담당자가 이들의 위장전입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 만큼, 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현 정권의 인식도 문제라는 겁니다.

유 후보자 등에게 공통으로 적용된 위장전입은 엄연한 범법 행위입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법 37조는 위장전입에 대한 처벌조항으로서 '주민등록 또는 주민등록증에 관해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신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면죄부를 받아듭니다. 분명 이명박 정권 이전의 역대 정부에서 위장전입은 인사청문회에서 치명적 결격 사유로 작용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가족 위장전입 의혹으로 장관직을 사임했고, 2002년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가 각각 부동산 투기용 위장전입과 자녀취학용 위장전입으로 낙마했습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는 이헌재 경제부총리 역시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에 자진사퇴했습니다.

이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가 "자녀들 취학을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고 시인한 이후 당선되자 '도덕 불감증' 기준이 느슨해졌습니다. 인사청문회 때마다 위장전입 논란이 불거지지만 이 문제만으로 사퇴한 공직자는 더 이상 없고, 현 정권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10년간 5000명 처벌…고위공직자는 '공소시효' 지나

'위장전입'에 대한 부끄러운 기록들은 검찰총장도 예외가 아닙니다. 2011년 열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한상대 당시 후보자는 자녀들의 학교문제로 인한 위장전입에 대해 "자녀를 위해서 위장 전입한 것 정말 잘못했다. 자녀문제라 이성적 판단을 못했다. 죄송하다"고 답변했습니다.

한 전 총장의 경우 법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범죄를 저지르긴 했지만, 시효가 지나서 처벌하지는 못하는 사안입니다.

이렇듯 인사청문 과정에서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대부분 공소시효(2007년 말 이전 행위는 3년, 이후 5년)가 지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다보니 공직자들은 법을 위반하고도 청문회에 출석해 사과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에 '그랜드 슬램' 달성의 논란의 중심에 선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시기도 1985~1999년에 해당돼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즉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이 위장전입 사실을 지적하고, 후보자들이 이 사실을 시인하더라도 도덕적 책임만을 질뿐이지 달라지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깁니다.

이에 대해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위장전입은 주민등록법 위반에 해당돼, 적발 시 최대 징역 3년에 처해지는 범법행위"라며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인데 '적발되지 않았으니 그만'이라는 인식으로 고위공직에 오른 인물을 국민들이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장전입 처벌 조항이 사문회된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5000명이 넘는 사람이 위장전입으로 재판을 받아 법에 따라 처벌 받았습니다. 일반 국민들도 이들처럼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자녀 교육을 위해 등등 여러 이유로 위장전입을 시도했다가 결국 꼬리를 잡힙니다.

이 때문에 일반인은 처벌하고 고위공직자에게만 '도덕적 책임'을 뭇는 이중 잣대 논란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요즘 인사청문회 내용을 보면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등 금전적 이득을 얻는 '투기목적'이 아니었다면 굳이 문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암묵적인 기준까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탈세, 병역면제, 위장전입'이 인사청문회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면서 '공직자도 다 하는 별 것 아닌 일'이라는 도덕 불감증도 우리 사회에 만연합니다. 고위공직자에게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요구해야 할까요. 법을 어겼지만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괜찮은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김미애 기자 grin@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황재하 기자 jaejae32@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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