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발탁 의미는?

남상훈 기자 2015. 2. 2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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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도 친박 핵심 측근.. 인적쇄신 기대와는 거리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장고 끝에 '정치적 멘토'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을 발탁한 것은 탁월한 정무 감각과 신중한 처신을 겸비해 집권 3년차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여권 전반에 걸쳐 친정체제가 박 대통령 취임 후 가장 강해졌다는 평가다. 이 비서실장은 당·정·청 소통을 강화하며 국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조언자 역할을 하는 '실무형' 실장으로 분류된다.

특히 지난해 말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문건 파문으로 청와대의 심각한 기강해이가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물러난 만큼 '이병기 실장 체제'의 비서실이 새 면모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권에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청와대 비서실 인적쇄신에 대한 여론이 높음에도 현직 국정원장을 새 비서실장에 임명하는 '돌려막기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8일 청와대에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원장은 27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세계일보 자료사진

◆핵심측근, 더 크게 활용

이 비서실장 선임은 박 대통령이 지난 17일 일부 개각을 단행하며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의를 수용한 지 10일 만이다. 친박(친박근혜) 핵심 측근 중 한 명인 이 실장은 지난해 국정원장에 임명된 후에도 "더 크게 쓰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는 국정원장 재임 시 만만찮은 국정원 개혁을 원만하게 이뤄내며 박 대통령의 신뢰를 더욱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당시 댓글사건과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의혹 등으로 실추된 국정원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했다. 이 실장은 지난해 국정원 간부들과의 회의자리에서 "(대공수사 시 혐의가) 120% 확실하지 않으면 하지 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공수사와 관련된 국민 신뢰가 떨어진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됐다.

조직 개편과 인사 등을 통해 국정원을 쇄신하는 역할도 충실히 했다는 평가다. 그는 국정원장 청문회 당시 "정치관여라는 네 글자를 제 머릿속에서 지우고 원장직을 수행하려 한다"며 정치 불개입 원칙을 천명했고 재임 시 관련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실장의 정무적 능력도 발탁 요인으로 꼽힌다. 이 실장은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정무적 조언을 건네는 등 멘토 역할을 했다. 이 실장이 2006년 6월 김무성, 유승민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비밀리에 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경선을 준비했던 이른바 'FM(Five Members)' 중 한 명으로, 비박(비박근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친분이 깊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 의지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실장이 국정원장 시절 통일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실장이 국정원장 시절 통일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용표 청와대 통일비서관을 통일부 장관에 내정한 것이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18일 청와대에서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고 있다. 이 원장은 27일 청와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세계일보 자료사진

◆당·정·청 소통 강화… 이 실장 "책임이 막중하다"

당초 책임총리로 거론됐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과 자질 문제로 내상을 입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서 당·정·청 관계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정무형' 비서실장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후임 비서실장 인사에 국정 전반을 컨트롤할 수 있는 핵심 측근인 현직 국정원장을 차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이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이병기 카드'를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정운영을 조언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국정위기를 돌파하는 구원투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 실장이 당·정·청 간 소통을 강화해 정윤회 문건 파문과 연말정산 파동 등으로 야기된 국정위기를 돌파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실장은 이완구 총리, 김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등과 '전화 한 통'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이다. 취임 초기 여의도 정치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 들어 고심 끝에 현직 국정원장이라는 부담을 감수하고 그를 전격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도 정치권과의 스킨십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오늘 아침까지도 (비서실장을)하지 않기로 했는데…"라며 "상황이 어렵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때 대통령을 모시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비서실장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지대하고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며 "깊은 고심 끝에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만큼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비서실장직 임무를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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