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S6 판매량을 말하지 못 하는 속내..4일 쯤 공개할듯

백강녕 기자 입력 2015. 5. 3. 16:52 수정 2015. 5. 4.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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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6가 팔리지 않는다.”(SK텔레콤 A 전무)

“갤럭시S6가 잘 팔린다, 특히 갤럭시S6 엣지는 공급이 딸린다.” (삼성전자 B 사장)

요즘 삼성전자 갤럭시S6 나아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사와 부정적으로 보는 기사가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로 삼성전자 사람들은 갤럭시S6가 잘 팔린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접 물건을 파는 통신사 사람들은 영 신통치 않다고 하더군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단말기유통법이 있습니다. 단통법은 작년 10월 정부가 무분별한 보조금 살포를 막겠다며 제정한 법입니다. 법이 정한 한도를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 업체엔 벌금을 부과하고, 심지어 대표를 형사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초기엔 통신사들이 단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작년말 벌어진 이른바 ‘아이폰6 대란’이 그 증거입니다. 아이폰6가 처음 나왔을 때 사실상 공짜로 제품을 구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통신사가 법이 허용한 한도 이상으로 보조금을 뿌리지 않았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런데 최근 통신사들이 정말 법대로 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 50% 이하로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은 2월 49.6%, 3월 49.5%로 하락중입니다. 전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입니다. 작년까지만해도 SK텔레콤은 하늘이 두쪽 나도 50%를 사수한다고 했습니다. KT나 LG유플러스가 보조금을 뿌려 50%를 위협하면 그 몇배라도 쓰겠다고 했습니다. 통신사는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점유율 전쟁을 벌입니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을 공짜로 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 점유율 전쟁이 있었습니다. 점유율 전쟁에서 날아다니는 탄환이 보조금입니다. 보조금을 얼마를 쓰느냐와 가입자가 얼마나 늘어나느냐는 정비례합니다. 이런 점유율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덕분에 스마트폰 가격이 떨어질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입니다. 고가인 갤럭시S6가 팔릴 리가 없습니다.

국내 시장 판매량은 기대 이하인듯

게다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입니다. 작년 이미 보급율 80%를 돌파했습니다. 살 사람은 대충 다 산 상태란 이야기죠. 예전처럼 보조금을 풀지 않으면 굳이 새 스마트폰을 살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삼성전자 관계자들 귀에는 ‘갤럭시S6가 안 팔린다’는 통신사 측 이야기가 ‘갤럭시S6를 안 팔겠다’로 들립니다. 팔려면 충분히 팔 수 있는 제품인데 팔 의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한국 시장에선 갤럭시S6가 잘 안 팔리는 것이 맞습니다. 갤럭시S6를 파는 곳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통신3사입니다. 직접 파는 사람 말이 정확합니다. 삼성전자는 내심 억울합니다. 외국 회사가 만든 아이폰6엔 물처럼 보조금을 뿌렸던 통신사들이 갤럭시S6는 외면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통신사 사람들은 딴 생각을 합니다. 삼성이 물건을 팔 마음이 없다는 거죠.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보조금엔 크게 2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통신사 보조금, 다른 하나는 제조사 보조금입니다. 즉 통신사 뿐 아니라 갤럭시S6를 만든 삼성전자도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갤럭시S6 출시 후 첫 2주 동안 삼성전자는 보조금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점유율 경쟁이 사라진 터라 통신사들도 최소한의 보조금을 썼습니다. 그저 성의만 보인 것입니다. 최근엔 삼성전자도 보조금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직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준은 아닙니다.

반대로 LG전자는 G4를 출시하자마자 보조금을 최대로 썼습니다. G4는 출시 첫날 이미 상한인 33만원까지 보조금이 붙었습니다. LG전자가 보조금을 많이 내자 통신사들도 보조를 맞춘 것입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제조사 보조금을 LG전자만큼 쓴다면 갤럭시S6 가격은 내려가고 판매량은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아직 굳이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삼성전자는 4월말 1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갤럭시S6의 초기 판매가 기대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며 “갤럭시S엣지는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시장 수요로 인해 공급이 빠듯할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이 말도 맞습니다. 갤럭시노트4와 노트4엣지 판매 비중은 5대1에서 4대 1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 생산 비중도 비슷하게 정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팔아보니 두 제품이 5대5로 팔립니다.

삼성전자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 엣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이달 25일쯤 수급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갤럭시S6를 생산 중인 라인을 갤럭시S6 엣지 생산용으로 바꾼다는 이야기입니다. 전반적으로 고가인 갤럭시S6 엣지 비중이 높아집니다. 당장은 물건이 모자라는데 굳이 보조금을 써가며 물건을 팔 이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해외 시장입니다. 삼성전자의 국내 해외 매출 비중은 1대 9입니다. 해외 실적이 휠씬 중요합니다. 갤럭시S 시리즈의 해외 실적을 알아보는 주요 지표는 1000만대 판매 돌파 시기입니다. 갤럭시S 시리즈 출시 후 1000만대가 팔릴 때까지 걸린 시간은 점차 감소했습니다. 갤럭시S부터 갤럭시S5까지 1000만대 돌파 시점은 각각 출시 이후 7개월, 5개월, 50일, 28일, 25일입니다. 판매 돌파 시점이 빨라지면 실적이 좋아졌습니다.

삼성전자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갤럭시S6는 S5보다 더 빨리 1000만대 기록을 돌파했거나 최소한 비슷한 시기에 1000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습니다. 박진영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무는 29일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초기 시장 반응 평가는 어렵지만 갤럭시S5보다 갤럭시S6가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한 고위임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삼성전자는 4월 10일 갤럭시S6를 출시했습니다. 말하자면 지금쯤 이미 1000만대가 팔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말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갤럭시S5 때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아니라 통신사에 스마트폰을 팝니다. 말하자면 출하량이 곧 판매량입니다. 제품이 인기가 높으면 출하량을 판매량이라고 말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갤럭시S4 때 그랬습니다. 재작년 중국 삼성은 상반기에 일년 목표치를 판매했습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통신사가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이었고 그 해 삼성은 사상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갤럭시S4를 생각한 중국 통신사들은 S5가 나왔을 때 가능한 많이 물건을 달라고 난리를 쳤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깁니다. 소비자들이 갤럭시S4와 달리 S5를 외면해 버린 것입니다. 2분기 출시 땐 물건이 날개 돋힌 듯 팔렸습니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 상황이 180도 변합니다. 갑자기 통신사들이 물건이 안 팔린다며 다시 가져가라고 한 겁니다. 삼성은 눈물을 머금고 보조금을 마구 뿌리기 시작합니다.

출고가격도 낮춥니다. 출고가격을 낮추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물건을 100만원에 사간 통신사들이 출고가격을 50만원으로 낮추면 거의 50만원을 물어내라고 합니다. ‘일단 사갔으니 그런 거 없다’가 통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삼성전자가 아니라 통신사에 쌓여 있는 재고 처리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작년 2분기 이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매분기 2조원씩 빠졌습니다.

1년만에 기자들 부른 신종균 사장 실적 좋아졌나

문제는 처음 갤럭시S5를 출시했을 때 사상 최대 판매량이라고 자랑을 잔뜩 해 놓았다는 점입니다. 실제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했겠지만 불과 몇 달 후 사상 최대 거짓말로 지탄을 받기 시작합니다. 올해 갤럭시S6 출시 이후 삼성전자가 대 놓고 사상 최대 이야기를 못하는 이유는 이런 뼈 아픈 기억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이 붙으면 다시 사상 최대 이야기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시점은 빠르면 내일(4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책임자인 신종균 사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4일 오전 8시 30분 기자들과 함께 요즘 화제인 영화 어벤져스를 봅니다. 어벤져스엔 갤럭시S6와 삼성전자 태블릿이 나온다고 합니다. 어벤져스의 원작자격인 마블과 삼성전자가 협업을 했기 때문입니다. 일단 신종균 사장이 기자들 앞에 얼굴을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갤럭시S6가 잘 팔린다는 방증입니다.

신 사장은 작년 하반기 이후 일절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뷰 약속을 한 적도 있었지만 신 사장이 먼저 취소해 버렸습니다. 삼성이 갤럭시S5 실패의 책임을 물어 신 사장을 경질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웬만한 자신감이 없다면 그는 기자들 앞에 서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4일은 기자들이 갤럭시S6가 1000만대 이상 팔렸는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입니다.

단순히 10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신 사장은 기자들 앞에 나타나지도 못합니다. 또 1000만대가 실제 팔렸어도 팔았다고 말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작년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 반응까지 좋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1000만대 이상 팔았고, 사상 최대란 이야기를 할 것으로 봅니다. 신 사장이 4일 아침 ‘1000만대 돌파’ ‘사상 최대’를 말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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