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 그리스] 축제 분위기 그리스..자영업자 연금생활자는 침통

2015. 7. 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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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자정을 넘긴 6일 새벽 그리스 아테네 도심의 신타그마 광장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5일 치러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 국민투표에서 60%이상의 반대표가 나온 직후였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으며 남녀노소할 것 없이 협상안 부결을 축하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 탈퇴 등 비관적인 상황을 목전에 둔 국민들이라고 보기엔 힘들만큼 밝은 모습이었다. 반면 찬성표를 던진 현지 자영업자들과 연금수입자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침통해했다.

이번 투표로 가장 고무된 이는 채권단의 추가 긴축에 맞서 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던진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다. 치프라스 총리는 TV연설을 통해 "그리스인들은 연대와 민주의 유럽을 위해 투표를 했다"며 "내일 그리스는 곧바로 협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그리스의 금융 안정을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메트론사가 분석한 투표결과에 따르면 이번 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한 이들은 주로 학생, 실직자, 농민 등이었다. 이들은 지난 6년간 정부의 긴축조치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사회에 대한 불만도 높다.

반면 연금수입자와 자영업자들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이후 시행된 자본통제조치로 은행영업이 중단돼 하루 60유로만 인출할 수 있는 현 상황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지 자동차 부품 수입업체 A사 대표는 "이번 선거결과가 못마땅하며, 지금까지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의 행보를 볼 때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잘 될지 과연 의문이 든다"면서 "은행권 자본통제가 풀릴 수 있도록 현 정부는 가능한 한 속히 국제 채권단과 3차 구제금융 협상을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난방부품 수입업체 B사 대표 역시 "그리스 정부의 요구를 EU에서 즉각 지원해주지 않을 경우 그리스 경제는 자금 유동성 문제로 난관에 봉착할 것이며 3차 구제금융이 속히 실행되지 않을 경우 유로존 탈퇴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망했다.

당초 정치권과 금융 시장은 국민투표에서 '찬성'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리스 국민이 긴축 프로그램에 불만을 품고 시리자 정권을 뽑긴했지만 국가 부도를앞두고 추가 지원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반대표가 쏟아지자 그리스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경제논리를 넘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리스가 지난 2010년 첫 구제금융을 받은 후 5년간 긴축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 원인이다. 과도한 긴축 정책으로 최근 8년새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은 25% 줄었다. 현재 실업률은 25%다.

하지만 그리스 국민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은행들의 자금이 갈수록 줄고 있고 당장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치프라스 총리는 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 부채 탕감 등이 포함된 더 좋은 협약을 48시간 안에 체결하고 은행 영업을 7일부터 재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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