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많은 그리스..어쩌다 이렇게 됐나

박주연 입력 2015. 7. 1. 12:01 수정 2015. 7.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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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그리스의 운명이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갚아야 할 채무를 상환하지 못했다. 지난 5년 간 의존해온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그리스는 그렉시트(유로존 탈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리스 중앙정부의 총 부채는 3200억 유로(약 400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달하는 규모다.

부자가 많기로 유명하고,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으로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이 나라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그리스는 흔히 '부자들이 사는 가난한 나라'로 불린다. 전 세계 해양 물동량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해운대국으로, 이른바 '선박왕' 등 해운재벌이 무수히 많다.

그리스인들은 꽤 근면하다. 그리스 국민들의 한 해 평균 근로시간은 유럽 국가 중에 유일하게 2000시간을 넘는다. 이는 우리나라에 이어 세계 3위로, 부지런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인에 비해 50% 가까이 많은 수치다.

복지 지출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기준 그리스의 GDP 대비 복지 지출 비중은 21%로, 28%에 이르는 독일이나 스웨덴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

그리스의 가장 큰 문제는 '탈세'와 '부패'였다.

해운업으로 부를 일군 그리스 부자들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사업 등록지를 다른 나라로 옮기거나 조세회피지역, 스위스 은행 등으로 자금을 숨겼다.

부자들의 탈세는 일상화됐다. 2008년 그리스 부자들이 모여사는 아테네 북쪽의 에칼리 지역에서 자신의 집에 수영장이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32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구글어스 위성사진으로 수영장으로 보이는 파란색 사각형을 찾아봤더니 무려 1만6974개의 수영장이 발견됐다. 한 해 500유로(약 60만원)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52명 중 51명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스 세무 당국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고, 언론 역시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리스 법원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공개금지처분을 받아들여 재산도피자의 명단을 보도하려 한 한 잡지사를 저지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리스 부자들이 손쉽게 탈세를 할 수 있었던 방법은 '뇌물'이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작은 봉투'를 뜻하는 파켈라키(fakelaki)와 '값비싼 정치적 특혜'를 뜻하는 루스페티(Rousfeti)가 현재의 그리스 금융위기를 설명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는 세금을 줄이거나 인·허가를 받는 등 모든 부탁을 할 때 파켈라키를 건네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그리스의 지하경제 규모는 GDP의 25%에 육박한다. 미국의 7%, 프랑스의 11%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부자들의 탈세로 재원이 부족해지자 그리스 정부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근로자들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면서 고용주가 근로자보다 세금을 더 적게 내는 사례도 속출했다. 그리스의 서민들은 분노했고, '납세 거부' 운동까지 벌어졌다.

그리스 정부는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국가부도'의 상황을 맞게 됐다.

추가 구제금융이 이뤄진다 해도 재벌과 공공 부문에 만연한 '모럴해저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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