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어디로]그렉시트 땐 '통합 유럽' 역주행.. 도미노 탈퇴 가능성도

남지원 기자 2015. 6. 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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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로존 탈퇴' 파장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15억유로를 갚아야 하는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 29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CCC-로 한 단계 낮추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50%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것인가는 오는 5일 채권단의 요구안을 받아들일지를 묻는 국민투표 결과에 달렸다.

시일이 지날수록 최대 채권국인 독일을 중심으로 “그리스가 룰을 깨는 것을 받아들이느니 그렉시트를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규모는 유로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고, 수출 비중이 낮은 영세 자영업 위주라서 그렉시트가 유로존과 전 세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논리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대규모 국채매입(양적완화) 등 충격을 흡수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렉시트의 직접적 경제 충격파가 아니라 장기간 지속될 간접 영향이다. 그리스가 돈을 갚지 못하고 유로화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유로존 국가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선례가 생긴다.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지면 포르투갈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 그렉시트 위기가 고조된 지난 주말 이후부터 이미 세 나라의 국채수익률은 나란히 급등했다.

무엇보다도 첫 ‘역주행’이 등장한 유럽 통합의 역사에 큰 균열이 생길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계속 통합을 향해 전진해왔고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회원국이 이탈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렉시트가 일어난다면, 역사적 대세로 굳어지는 듯했던 유럽 통합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국가부채 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나라들의 유로존 탈퇴 도미노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유로존 가입 준비를 하던 유럽연합 국가들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29일 “유로존 가입을 원하는 나라들이 그리스 위기로 계획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그리스의 정정이 불안정해지고 러시아의 입김이 세지는 것도 유럽과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지중해 건너 그리스의 남쪽에는 무정부상태의 리비아가 있고 북쪽에는 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가 있다. 동쪽으로는 러시아와도 가깝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의 실패를 내버려두고 있는 듯한 유럽에 대한 워싱턴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군사적·정치적 이유로 미국과 유럽이 절대 그리스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이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도 통화를 하고 그리스와의 협상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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