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디폴트? 그리스는 망한걸까..문답 정리

정재우 2015. 7.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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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지난달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빚 15억 유로를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다. 하지만 현재 그리스 상태는 정확히 '디폴트'가 아닌 '연체 혹은 체납'(Arrear)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채무불이행'과 연체의 차이는 뭘까. 그리스는 국가부도 상태에 빠진 걸까. 그리스 위기는 언제 끝날까. 그리스에 관한 주요 의문 사항을 간단히 정리했다.

◆빚 못 갚았는데 디폴트(채무불이행) 아니고 연체…왜?

그리스에 돈을 빌려준 IMF는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을 '채무불이행'이 아닌 '연체'로 분류한다.때문에 정확한 상태는 '연체'다. 과거 IMF에 빚을 갚지 않았던 짐바브웨, 수단, 소말리아 등도 일시적으로 부채를 지불하지 못해 '연체'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용어만 다르게 사용할 뿐 같은 의미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그리스의 상태는 '사실상 디폴트'로 불린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유럽팀장은 "IMF가 '디폴트'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 것 뿐이고, IMF 내부에서는 같은 표현이라고 보고 있다" 며 "국제신용평가사에서 디폴트 등급을 매기지 않고 있지만 시장은 디폴트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과 형식의 차이로, 실질적으로는 디폴트 상태지만 형식적으로는 디폴트가 아닌 상태라는 설명이다.

◆사실상 디폴트는 국가부도?

그리스가 이번 IMF 빚을 못 갚았다고 해서, 민간채권자를 상대로 한 연쇄 디폴트가 발생하면서 나라 전체가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스 정부가 IMF,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 공적 기관과 민간 채권자를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고,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같은 국제신용평가사도 민간채권자에게 부채를 갚지 못할 때만 '디폴트'로 분류하고 있다.

현재 그리스 상황은 모든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로 사용되는 디폴트와 구분하기 위해 기술적 디폴트로 분류된다. 그리스가 아직 완전한 국가부도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빚은 못 갚았지만 IMF 빚만 못 갚았을 뿐 모든 빚을 못 갚은 것은 아니고, 아직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그리스 은행 영업 중단 이유는?

그리스 정부는 이미 지난달 29일부터 6일까지 은행 영업을 중단하고 하루 인출금액을 60유로로 제한하는 예금 인출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왜 은행 영업을 중단했을까.

지난달 27일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가 유로그룹의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로 인해 그리스가 구제금융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뱅크런 사태가 촉발됐다. 이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 은행의 한도증액 요구를 거절했고, 은행들이 자력으로는 그리스 국민들의 예금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해 영업을 중단하게 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예금 인출해줄 돈을 못 구해서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는 치프라스 총리가 구제금융안의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로 부치겠다고 하면서 촉발된 사태다.

◆5일 국민투표는 왜 할까?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지난달 27일 구제금융 협상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채권단은 돈을 더 빌려주는 대신 연금을 삭감하고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리스 국민들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다.

그리스 내부에서 구제금융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협상안 수용에 부담을 느낀 치프라스 총리가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 여부를 국민의 선택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치프라스 총리의 정치적 기반을 지키기 위한 포퓰리즘적인 선택이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국민투표 예상 시나리오는? ①'구제금융안 거부'(NO)

그리스 국민이 구제금융안을 거부하겠다고 선택한다면 그리스는 전면적인 국가부도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국민들이 구제금융안에 대해 반대를 선택한다고 해도 그리스 정부와 채권단의 타협안 도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전면적 디폴트를 맞이하는 것이 무조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즉 그렉시트(Greece Exit=Grexit)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렉시트로 갈 수도 있고, 유로존 잔류를 위한 협상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경우 그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 예상 시나리오는? ②'구제금융안 수용'(YES)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안에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에 남아있기를 원하고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투표 결과 구제금융안을 수용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스 국민들이 구제금융안을 수용한다면 그리스가 당장 국가부도 사태를 피하는 대신 혼란의 책임을 지고 치프라스 총리가 사임하고 조기총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 지지율이 경쟁자를 압도하고 있는 치프라스가 재집권하든 야권이 정권 교체를 이뤄내든 그리스 사태의 장기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구제금융안에 찬성한다고 해도 당장 이달 중 IMF, ECB, 민간 투자자에 자금 상환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기 진짜 데드라인은

35억 유로의 ECB 채무 만기가 도래하는 7월20일이 그리스 국가부도 여부를 결정할 진짜 데드라인으로 평가된다. 그리스의 ECB 긴급유동성지원(ELA) 잔액은 860억 유로에 달한다. 때문에 ELA가 지속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그리스가 20일 ECB의 35억 유로를 갚지 못하면 ECB가 ELA를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협상 타결을 위한 노력이 계속되겠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되면 긴급유동성지원(ELA)이 결렬돼 전면적인 디폴트가 불가피해 진다.

정재우기자 (jj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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