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피해자끼리 편 갈라.. 1만6000명 소송戰

대구/박원수 기자 2015. 3. 2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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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대의 금융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과 관련한 공탁금 320억원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대규모 민사소송이 대구에서 진행된다. 원고 267명, 피고 1만6213명에 이르는 초대형 소송이다.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 중 일부(원고)가 "우리에게 공탁금 배정 우선권이 있다"며 나머지 대부분의 피해자들(피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23일 대구지법 서부지원에 따르면 조희팔 사건 피해자 267명은 작년 12월 나머지 피해자 1만6213명을 상대로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을 냈다. 이들이 소송을 낸 것은 작년 말 조희팔의 700억원대 범죄 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로 잡힌 고철무역업자 현모(52)씨가 구속 직전에 피해자 구제용으로 320억원을 법원에 공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는 3만여명으로 추산되지만, 이 가운데 1만6213명이 작년 말을 전후해 법원으로부터 공탁금에 대한 지급명령을 받았다. 이들 중 일부인 267명은 2010년 현씨와 조희팔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 작년 초 대법원으로부터 피해액을 확정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피해액을 확인받았기 때문에 공탁금 배정에서 우선순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피해자인 피고들 역시 "공탁금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지급명령을 받았고, 우리 역시 조희팔의 유사수신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며 공탁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탁금에 대한 우선권이 누구에게 있고, 따라서 누구에게 우선 변제권이 있느냐가 이 소송의 핵심이다.

이처럼 피고 숫자가 1만6000여명에 이르다 보니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 1만6000여명에 대해 일일이 소장을 송달하고 있는 중이지만 그 수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장 주소지가 틀리거나 변경돼 되돌아오기 일쑤다. 이럴 경우 야간특별송달을 하는 등 여러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모든 피고에게 제대로 송달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피고 9800여명에 대해 송달을 했거나 하고 있는 중이며, 앞으로 6000여명에 대한 송달이 남아 있다. 법원 측은 "올해 안에 모두 송달될지 불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소장을 송달한 뒤에는 피고들로부터 답변서를 일일이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송달료 부담도 적지 않다. 원고 1인당 325만원에 이르는 송달료 때문에 일부 원고들은 사채를 쓰거나 집을 담보로 빚을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소장 송달은 시작에 불과하다. 재판기일이 정해지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다툼이 시작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재판은 빨라야 올 연말, 늦으면 내년에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면 우선 1만6000여명에 이르는 피고들이 법정에 출석하고 인정신문을 받는 것 자체가 예삿일이 아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러다 자칫 체육관을 빌려 재판을 진행하는 사태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소송으로 모든 게 정리되지도 않는다. 이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은 공탁금에서 받을 수 있는 청구권이 있나를 확인하는 소송일 뿐이며, 이게 끝나면 다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들어가야 공탁금을 나눠 받을 수 있다.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이 승소할 경우 1인당 평균 1억2000만원 정도, 피고들이 승소하면 1인당 평균 190여만원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소송 과정에서 일부 피고가 원고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일부 피고들이 대법원으로부터 피해액을 확정받게 되면 그들도 원고들과 같은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조희팔 사건

조희팔씨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개의 유사(類似) 수신 업체를 차려 놓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명에게 4조원을 가로챈 국내 최대 규모의 유사 수신 사기 사건. 조씨는 사기 행각이 들통나자 2008년 말 중국으로 밀항했다. 2011년 12월 조희팔씨가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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