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72cm,다부진 어깨..이완구 차남의 공개검증 옆에서 보니

손덕호 기자 2015. 2. 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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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아침부터 눈물을 보였다. 올해 서른 다섯이 된 그의 아들은 굳은 얼굴로 병원으로 걸어 들어와 카메라 앞에 섰다. 서울은 구름이 잔뜩 낀 채 하늘이 낮아져 있었다. 아버지는 "비정한 아버지가 됐나 하는 생각에 아주 마음이 아프다"고 했고, 아들은 담담한 표정으로 "건장한 대한민국 남자로서 병역 의무를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각 언론사의 정치부 기자들은 갑자기 바빠졌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바로 해명 자료를 내밀어 '자판기'라는 별명까지 얻은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번에는 자판기에서 '아들'을 꺼냈다. 이 후보자는 아들만 두 명 있는데, 차남이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 점에 의혹이 제기되자 군 면제가 정당했는지 '공개 검증'이라는 카드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이 후보자가 각종 의혹을 딛고 무사히 청문회를 통과해 총리가 되면 단번에 여권의 대선 후보군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상황. 아들도 이회창 총재의 사례를 통해 정치인 아들의 군대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인지는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 후보자의 차남이 나타나기로 한 시간은 오후 2시 30분. 아버지의 성공을 위해서일까, 그는 예정보다 10분 빨리 기자들의 노트북과 카메라가 기다리고 있는 서울대학교병원의 한 회의장으로 들어왔다.

172cm 정도의 키에 다부진 어깨, 구릿빛 피부를 가진 남자가 나타나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그는 블랙 앤드 화이트 패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듯 검은 색 정장에 검은 코트 검은 구두에 역시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목도리는 짙은 회색이었고, 구릿빛 피부와 검은 정장 사이에 새하얀 셔츠가 돋보였다. 왁스를 발라 정리된 머리카락까지, 대형 로펌에서 근무하는 변호사답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웃음기가 없는 표정으로 회의장으로 들어온 그는 본인의 무릎 사진을 판독할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에게 허리를 45도 숙여 정중하게 인사했다. 직접 들고 온 노란 서류봉투에서 10년 전 무릎을 다치고 찍은 미시건대학교와 분당 서울대학교병원의 MRI 사진이 들어 있는 CD를 다른 의사에게 건넸다. 예의 바른 어조로 CD 내용물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터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촬영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짧게 말했다.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이동한 이 후보자의 차남은 무릎 촬영을 기다리면서 대기실에서 손을 모으고 아래를 바라보면서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오른쪽 다리 무릎 뒤편엔 새끼 손가락만한 수술 자국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후 서울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명철 교수가 "(이 후보의 차남이) 무릎인대 파열로 재건 수술을 받은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일부 민간단체 등이 "사진을 찍으러 들어가면서 사람을 바꿔치기 했을 수도 있다"고 하자, 이 후보자 차남은 민간단체 인사들의 참관 하에 MRI(자기공명영상장치) 검사를 받았다. 무릎인대 파열이 최종 확인된 후 이 후보자 차남은 귀가했다.

하지만 '의혹 해소'라는 아버지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서른 다섯 된 아들은 직장을 빠지면서 아버지를 위해 국민 앞에 섰지만,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다른 종류의 의혹은 여전하다.

이 후보자의 장인이 매입한 토지는 부인을 거쳐 현재 둘째 아들에게 증여돼 있다. 이 후보자가 해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언론과 야당은 이 거래가 투기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아버지의 성공을 위해 아들은 국민들에게 수술 자국도 공개했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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