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완구 총리후보, '의원 특권' 내려놓고 청문회 서라

입력 2015. 1. 28. 03:06 수정 2015. 1. 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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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음 달 9, 10일로 잡혔다. 모처럼 새정치민주연합의 야성(野性)을 드러낼 수 있는 자리인데도 이번엔 청문특위 인선난을 겪었다고 한다. 이 후보자 특유의 친화력도 있지만 2000년 청문회 도입 이래 의원 출신 총리나 장관 후보자는 논문 표절 등의 의혹이 있더라도 단 한 명도 낙마시킨 전례가 없어서다. 이 정부 들어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다수의 고위 공직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탈락해 '인사 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선택한 이유에는 현직 의원이어서 국회 검증이 수월하리라는 판단도 있었을 것이다.

40년간 관료 경찰 도지사 국회의원 등 공직의 길을 걸어 별다른 흠집이 없을 것이란 이 후보자도 예상과 달리 본인의 논문 표절, 차남에 대한 땅 증여 등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 후보자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차남은 무릎 인대 파열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것도 개운치는 않다. 여야가 '같은 의원'이라는 이유로 청문회를 건성으로 하지 않기 위해서도 이 후보자는 의원직이라는 '특권'을 내려놓고 청문회에 서야 한다.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국회의원의 겸직금지 등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을 포함해 공익 목적의 직업 외에는 겸직을 못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나자 여야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작년 7월 총리와 장관의 겸직 허용 조항을 넣어 국회법을 개정하고 말았다.

일부 의원은 총리나 장관 겸직이 국정의 원활한 수행을 돕는 공익 목적이라고 옹호하지만 삼권분립이 분명한 대통령제에선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는 입법과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면 거꾸로 행정부를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제인 미국의 존 케리 상원의원도 국무장관에 임명되자 의원직을 사퇴했다. 우리 헌법에 내각제 요소가 있어 괜찮다는 견해도 있지만 내각책임제인 영국조차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때는 의원 권한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의원 겸직 각료들은 봉급은 둘 중 많은 쪽을 택해 받지만, 의원 보좌진과 사무실 등 특권은 고스란히 누린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행정을 이용할 수도 있다.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각료의 역할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4월 총선에 맞춰 각료직을 사퇴할 가능성도 크다.

만일 이 후보자가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 총리가 되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와 함께 총리단 3명이 모두 현역 의원이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로 구성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 과거 정부에서도 의원이 총리나 장관을 겸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관행이라는 이유로 그대로 넘어갔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에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들어 있다. 이 후보자가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도우려면 총리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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