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예멘> "물도 식량도 없다" 벼랑 내몰린 주민들

2015. 4. 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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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최빈국으로 식량수입에 의존..공습·해상봉쇄로 치명타

아랍권 최빈국으로 식량수입에 의존…공습·해상봉쇄로 치명타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아래 사진은 지난 17일(현지시간) AP통신의 카메라에 잡힌 예멘 수도 사나의 밤하늘이다. 한밤중에 불꽃놀이라도 하는 것 같지만 대공사격이 한창인 광경이다.

불이 꺼진 건물 안에는 공습의 공포를 견디는 주민들이 있다. 예멘 주민들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한 아랍연합국이 지난달 말부터 약 한 달간 감행한 2천 회 이상의 공습을 견뎌야했다.

공습은 사우디의 중단 선언으로 개시 26일 만인 지난 21일 끝나는 듯 보였지만 하루 만에 또다시 재개되면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또 이란의 후티 반군 군수품 지원 방지를 명분으로 한 아랍연합국의 해상 봉쇄가 지속되면서 식량 대부분을 수입으로 조달해온 예멘에서는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

예멘은 1인당 국민총생산(GDP) 3천900달러의 아랍권 최빈국이다. 1인당 GDP 5만2천 달러의 사우디아라비아와 4만4천 달러의 오만에 둘러싸여 있다.

인구는 2천600만명으로 적지 않지만 절반 이상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한다. 특별히 발전한 산업이 없어 국민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한다.

가뜩이나 빈곤에 시달려온 가운데 내전의 소용돌이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은 한층 깊은 시름에 빠졌다. 시아파 반군 후티와 친정부 세력의 교전에 이어 약 한 달간 사우디 주도의 공습이 계속돼 사상자가 속출하는 것은 물론 식량과 물도 거의 바닥났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7일까지 예멘에서 944명이 목숨을 잃었고 3천487명이 다쳤다. 사상자 집계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사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

수도 사나를 비롯해 예멘 전역에서 이뤄지는 공습 때문에 피신한 이들도 15만 명이나 된다. 이들은 집을 떠나 고향 친지나 친구의 거처에 임시로 머물며 상황이 안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예멘의 형편이 더욱 나쁜 것은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아랍연합군이 공습은 중단해도 항구 봉쇄는 풀지 않으면서 식량보급로가 차단돼 남아있는 식량 자체가 별로 없는 것은 물론 가격도 무섭게 치솟고 있다. .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번 내전 발생으로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예멘인은 13% 늘어 1천200만명이나 된다.

사나의 집을 피해 고향으로 피신한 만수르 알하메디(56)는 인도주의·재난 전문매체 아이린(IRIN)에 "밀가루도 쌀도 설탕도 떨어졌다"면서 "나중에 갚는 조건으로만 이웃에게 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 소속으로 예멘에 머물고 있는 직원 누하는 뉴욕타임스에 "먹을 것이 다 떨어져간다"면서 "남동생이 어제 먹을 것을 사러 가게에 갔지만 집과 가까운 가게에는 밀가루가 있는 곳이 없었다"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다.

항구 봉쇄로 연료도 바닥나고 있다. 원래부터 물부족 국가인 예멘에서는 지하수를 펌프시설로 퍼올려 사용하기 때문에 연료가 떨어진다는 것은 곧 식수 확보가 어려워지는 것을 뜻한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예멘에서 연료 가격은 최근 4배로 치솟았다. 그나마 비싼 값에라도 구입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연료가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많은 예멘 주민들이 물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지원 단체 등에 의지해 물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식수를 나눠주는 곳에는 양손에 커다란 물통을 든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대여섯 살밖에 안돼 보이는 어린이들도 어른들을 따라나와 힘을 보태다 외신들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수도 사나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는 공습과 교전 과정에서 전기공급 시설도 파괴된 상태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아이오나 크레이그는 "밤이면 촛불을 켜고 앉아 대공사격 소리와 폭탄 떨어지는 소리만 듣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공영라디오 PRI에 말했다.

그는 "밤에 불을 켤 수 없는 건 물론 에어컨도, 선풍기도, 냉장고도 못 쓴다"고 말했다.

전기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속출하는 부상자를 치료할 병원시설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항구 봉쇄로 의약품 조달도 어려워져 주민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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