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총리, "사우디 예멘 공습으로 종파 전쟁 우려"
공개 비판에 주미 사우디 대사 즉각 반발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수니파 아랍 동맹국의 예멘 공습에 대해 종파전쟁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이런 우려에 미국 정부도 동의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주미 사우디 대사가 즉각 반발하는 등 미국의 두 우방인 이라크와 사우디가 불협화음을 연출, 미국을 난처한 입장에 빠트렸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알아바디 총리는 이날 백악관 블레어하우스(영빈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의 예멘 공습은 논리의 타당성 없이 인도적 문제만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멘 문제는 예멘 내부의 일"이라고 못박으면서 "위험한 것은 사우디가 이번 작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뭔지 우리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라크를 그들의 레이더 안에 두고 싶은 건가? 그건 매우 위험하다"며 "지역 야망을 위해 다른 나라에 정당한 이유없이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사담 후세인도 그랬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아바디 총리는 사우디의 공습은 이 지역에서 자칫 종파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미국 정부도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는 까닭에 정치적 해결책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아바디 총리의 발언이 전해지고 나서 몇 시간 뒤 아델 알주바이르 주미 사우디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알아바디 총리의 말에 타당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알주바이르 대사는 자국의 공습이 예멘을 장악한 시아파 반군 후티의 전투기, 미사일 등을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옹호하면서 공습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 등 인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했다.
또 미국이 이라크와 마찬가지로 사우디의 공습 목적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알아바디 총리의 발언에 대해서도 "어떠한 미국 관리도 지금껏 그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사람의 이런 날 선 대립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등을 놓고 이 지역에서 종파가 다른 우방을 두루 끌어안아야 하는 미국의 어려운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미국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예멘 사태의 배후라고 보고 사우디 등 수니파 동맹국의 예멘 공습을 지원하고는 있지만 이란의 직접적인 사태 개입을 우려, 확전은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선 IS 격퇴를 위해 시아파인 이라크 정권과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 모두 알아바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의 예멘 공습을 비판하지는 않았으며 공습이 확전으로 전개되지도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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