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보다 교사늘려 정서적 친밀감 높여야"

2015. 3. 2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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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당 아동수 지나치게 많아..낮엔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밤엔 야근 하루동안 보조교사 체험통해 확인한 보육현장

교사당 아동수 지나치게 많아…낮엔 화장실 갈 시간도 없고 밤엔 야근

하루동안 보조교사 체험통해 확인한 보육현장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A는 밥을 아주 천천히 먹는 친구예요. 천천히 먹더라도 꼭꼭 씹어먹게 기다려줘야 합니다." "B는 양배추를 별로 안 좋아해요. 오늘 반찬은 사과와 양배추로 만든 샐러드인데, 양배추보다는 사과를 좀 더 주는 게 낫습니다."

"C는 오늘 몸이 좀 안 좋은 것 같네요. 볼이 자꾸 빨개지니 체온을 자주 재봐야겠어요." "D는 자세가 자꾸 비뚤어져서 똑바로 앉도록 신경을 써줘야 해요."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한 국공립어린이집. 20명이 모여 있는 만 5세 반 보육실에는 CCTV가 2대나 있지만, CCTV의 존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반 보육교사가 신경 쓰는 것은 그보다는 아이가 겪는 어려움이다. 어떤 반찬과 간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요새 컨디션이 어떤지, 뭘 더 신경을 써서 지켜봐야 하는지 같은, 정서적인 교감이 CCTV에 찍힐 리가 없다.

지난 1월 인천 송도의 네 살배기 여아 폭행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여가 지난 지금, 어떤 해법이 마련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논란만 계속됐을 뿐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는 다양한 정책들이 여러 난관을 뚫고 시행된다면 비슷한 사건이 사라질까? 지난 20일 하루 동안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있는 A국공립어린이집에서 보조교사 체험을 하면서 현재 추진중인 정책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 "CCTV 설치, 사실은 보육교사 보호 위한 것…효과는 의문"

이 어린이집은 2008년부터 일찌감치 CCTV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지만 애초에 CCTV를 설치한 이유는 아동보다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홍효의 원장은 "사실 CCTV를 설치한 것은 선생님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이가 다쳤거나 (아동학대) 의심을 받게 되는 경우 CCTV 화면이 있으니 오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CCTV가 아동학대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을까? 현장에서 만난 보육교사들은 CCTV가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동 등원부터 하원까지 촘촘하게 짜여 있는 시간표에 맞춰 보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아동 한명 한명을 챙기다 보니 CCTV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느낄 틈은 없었다.

정치권이 CCTV 설치 의무화를 놓고 찬반이 갈려 논쟁을 벌였지만, CCTV 자체가 보육 현장에서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었다.

한 교사는 "최근 이슈가 된 (아동폭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CCTV를 통해서"라며 "어린이집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CCTV 의무화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CCTV가 있는 까닭에 이 어린이집은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쁘지만…"어린이집 불신 안타까워"

인천 어린이집 사건 이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는 학부모들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차례로 입소 안내를 하면 "조금 더 있다가 어린이집에 보내겠다"는 부모가 전례 없이 늘었다.

물론 정원은 다 차있기는 하지만 후순위 대기자에게까지 쉽게 입소 기회가 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11년차인 한 보육교사는 인천 사건으로 일을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보육교사를 그만둘까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분노했던 것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였지만, 이 사건이 어린이집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가족 친지들의 걱정과 위로의 말조차 스트레스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일이 한가한 것도 아니고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이 어린이집 교사들은 10월로 예정된 평가인증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같이 저녁 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달 사이 평가인증 부담에 이 어린이집의 교사 절반 가까이 그만뒀을 정도다.

아동들이 등원해 있는 오전 9시~오후 5시만 봐도 화장실 갈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기자가 보조교사 체험을 했던 만 5세 반의 경우 20명의 아이를 1명의 교사가 통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20명을 데리고 손을 씻기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게 하는 것은 베테랑 교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한 명 한 명 밥과 간식을 챙겨주고 함께 놀아주고 쉴새 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면서도 혹시나 생길지 모르는 안전사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했다.

◇ 정서적 친밀감 높이려면 교사당 아동수 조정해야

상황은 영유아반도 마찬가지다. 원생들이 막 걷기 시작한 만 1세 반의 경우 5명의 영아를 1명의 선생님이 보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아동들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이 같은 상황이 편할 리 없다.

이렇다 보니 보육교사들은 식사하거나 잠시 휴식을 취할 시간조차 갖기 어렵다. '위장병이 직업병'이라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까닭에 보육현장에서는 교사당 아동수를 줄이거나 보조교사를 늘려서 교사와 아동 사이의 정서적 친밀감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만 0세반은 3명, 만 1세반은 5명, 만 2세반은 6명, 만 3세반은 15명, 만 4~5세반은 20명이 각각 정원인데, 교사 혼자서 감당하기에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교사당 아동수 축소는 보육교사의 처우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아동과 교사의 정서적 유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교사와 아동의 정서적 유착은 부모 대신 보육 교사의 교육과 보살핌을 받는 아동의 어린이집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총 12개 반을 운영하는 이 어린이집에는 그나마 3명의 비(非)담임 교사가 있고 여성가족부에서 파견된 사회복무요원이 있기에 민간어린이집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인력 사정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부는 올해 초 누리과정(3~5세)의 경우 단계적으로 6천500명의 보조교사를 투입해 유치원처럼 3~4개 반당 보조교사 1명이 담임교사를 지원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확보 문제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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