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자수한 뺑소니범에 대해 "잘 선택했다.위로해 주고 싶다"고 했던 '크림빵 아빠' 강모(29)씨의 아버지 강태호(58)씨가 "진짜 잘못했다면 솔직했으면 좋겠다"고 허탈해 했다.

30일 청주 흥덕경찰서의 수사발표가 끝난 뒤 강태호씨는 피의자 허모(37)씨에 대해 "진짜 누군가가 태워도 주고, 자수하라고 시킨 것 아니냐"며 자수의 순수성을 의심했다.

지난 29일 밤 자수했다는 말에 흥덕경찰서를 찾아 "잘 선택했다. 자수한 사람을 위로해주러 왔다"며 용서의 손길을 내밀었던 강태호씨가 이렇게 말한 것은 경찰 브리핑을 통해 알려진 허씨의 사고 이후 행적과 진술 내용에 큰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람을 친 줄 몰랐다" 허씨의 진술에 태호 강태호씨는 "1m77㎝의 거구(아들 강씨를 지칭)가 빵봉지를 들고 걸어가는데 치었다고 가정할 때 사람이라고 보겠습니까, 강아지로 보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어 "자수라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깨우치는 것"이라며 "진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은 허씨가 사고 차량을 부모의 집에 숨긴 뒤 부품을 구입해 직접 수리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또 자수도 부인 설득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강태호씨는 "원망도 하지 않을 것이고 용서할 준비는 이미 다 됐다"며 "제발 진정으로 뉘우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거듭 호소했다.

강태호씨는 "많은 사람이 건너는 도로에 변변한 횡단보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반성해야 한다"며 아들이 변을 당한 곳에 횡단보도를 만들지 않은 청주시를 비판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