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논란' 김영란법 기구한 운명, 어디서 꼬였나

김성휘 기자 입력 2015. 3. 6. 06:03 수정 2015. 3.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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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 "국민 뜻이라고.." 언론핑계..일부매체 '모르쇠 비판'도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국회 "국민 뜻이라고…" 언론핑계…일부매체 '모르쇠 비판'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등 후폭풍이 극심한 것은 '여론'을 핑계로 본질을 외면한 정치권과 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를 살필 뿐 법안의 정확한 내용을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고 언론 일부는 법안 내용을 정확히 모른 채 어느 때는 시간끌기를, 어느 때는 졸속입법을 비난했다. 그러는 사이 김영란법의 취지에 박수를 보냈던 국민들은 내용도 모른 채 '김영란법 시대'를 맞게 됐다.

5일 국회에 따르면 2012년 8월 이 법이 탄생한 배경은 '벤츠 여검사'로 대표되는 공직자 부정비리다. 대가성 증명 없이 처벌할 수 없다는 기존 법체계의 사각지대에 여론이 들끓었다. 이를 해소하겠다며 김영란법이 마련되자 국민들은 대체로 환영했다.

하지만 디테일은 외면됐다. 원안에 따라 공직자의 형제자매까지 금품수수가 금지되면 약 1500만명의 국민이 대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고위공직자의 가족은 직업을 아예 가질 수 없을 거란 분석도 나왔다. 전국의 크고작은 재단, 각종 기념사업회 등 정부지원을 받지만 사실상 민간인 곳도 적용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런 세부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다.

반면 국회가 김영란법을 "신중 검토"한다는 것은 시간끌기이자 기득권 지키기로 비쳤다. 특히 언론들의 기사 논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논란이 되는 내용은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채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것 자체를 기득권에 저항하는 것으로 치부하기 일쑤였다. '누더기 법안' '기득권 지키기' 등 자극적인 단어로 국회의원들을 몰아세웠다.

언론이 내용을 제대로 다루지 않는데 일반 국민들이 법안을 제대로 알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여론도 김영란법의 조속 통과만을 종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김영란법' 조속 처리를 수차례 당부해 이런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런 여론은 다시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로 확대 재생산됐다.

조속 처리를 촉구했던 일부 언론은 최근 별다른 설명 없이 부실입법 비판으로 돌아서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뒤늦게 세부 내용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지난 보도에 대한 성찰 없이 국회의원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7월 자신들의 신문 1면 톱기사에서 '"김영란법 위헌 소지 없다"'고 통과를 재촉했던 한 일간지는 법 통과 다음날(3월4일) 1면 톱 기사에서 '위헌소지 알고도 그냥 가자는 국회'라고 썼다. 사실을 제대로 알려야 할 언론이 오락가락하면서 여론을 호도한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여야 원내지도부의 김영란법 합의 내용에 지난 3일 "위헌소지가 있는 것을 여론에 밀려서 통과시킨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뒷북 개정 논란'에 휩싸인 데는 이처럼 언론도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치권 책임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법 통과 전 각종 인터뷰에선 법안의 장단점이나 입법절차를 설명하기보다 "원안대로 통과시키자"는 여야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졌다. 국민이 당장 듣기 좋았고 자신들도 비난을 피했을지 몰라도 '원안'부터 위헌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은 묻혀버렸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론을 의식해 솔직히 말하지 못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결국 김영란법 논란은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여론을 호도한 언론,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만 보려는 여론(국민), 언론과 국민 뒤에 숨으려는 국회의원 등이 맞물린 합작품이란 지적이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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