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졸속 김영란법, 언론통제에 악용 가능성" 헌소 청구

김관진 2015. 3. 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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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청탁 개념 등 지나치게 모호" 정당한 청원·민원제기 위축 우려도

대한변호사협회 채명성 법제이사(오른쪽)와 강신업 홍보이사(오른쪽 두 번째)가 5일 서울 헌법재판소에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대한변호사협회는 5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이날 오후 헌재에 청구서를 제출하며 "김영란법은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를 끊어내는 의미 있는 법"이라고 평가한 뒤 "그러나 국회가 위헌 요소를 제거하지 않고 졸속으로 해당 법을 통과시킨 것은 문제가 크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김영란법이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고, ▦명확성의 원칙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을 위배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은 먼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을 문제 삼았다. 취재원이 기자에게 식사비를 낼 때 3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것 등에 대한 규정이다. 변협은 "언론 스스로 기자의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검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결국 취재원들로부터 언론에 접촉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변협은 검찰과 경찰 등 공권력이 해당 법을 언론의 통제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언론 자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변협은 언론이 공공성을 이유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됐다면, 공공성을 띠는 또 다른 민간분야도 역시 법 적용대상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금융, 의료, 법률 등 공공성을 갖는 민간영역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유독 언론인만 법에 포함시킨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설명이다. 변협 관계자는 "헌법은 제21조 제1항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특히 강조해 보호하고 있다"며 "언론인에게만 해당 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위헌"라고 말했다.

변협은 또 김영란법이 설정하고 있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해당 법은 인허가, 처벌 감경 등 15개 유형을 부정청탁으로 규정하고, 공익 목적으로 의견을 제안하는 등 7개 예외사유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어떠한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변협의 논리이다. 변협 관계자는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한 탓에 국민의 정당한 청원과 민원제기도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변협은 이 밖에도 김영란법이 부과하는 배우자에 대한 신고의무가 사실상 배우자를 신고할 것을 강제하는 것으로 이는 양심의 자유와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협의 헌법소원 청구인으로는 박형연, 강신업 변호사가 나섰다. 두 변호사는 각각 대한변협신문 전ㆍ현 편집인의 언론인 자격으로 청구인이 됐다. 헌법소원은 관련 법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는 피해 당사자가 직접 청구해야 한다. 두 변호사 외에 한국기자협회가 비록 법적 자격이 없는 사단법인이지만 피해 당사자인 언론인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청구인에 포함됐다.

변협 관계자는 법 시행을 1년6월 앞두고 법안 통과 이틀 만에 서둘러 헌법소원을 낸데 대해 "사안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헌법소원은 통상 법률시행 이후 이뤄지며, 지금껏 법률 시행 전 청구된 헌법소원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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