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아도 교사 유죄·이사장 무죄 김영란법 허점은?

김철현 2015. 3. 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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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야가 합의한 내용의 일부 허점들도 논란이 되고 있다.

우선 여야는 입법안에서 정한 국회, 법원, 정부와 정부 출자 공공기관, 공공유관단체, 국공립학교 임직원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과 모든 언론 종사자도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정무위안을 유지했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직원은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게 되지만 이사장과 이사 등은 대상에서 빠졌다. 교직원이 직무와 관련돼 금품을 받으면 김영란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이사장의 금품 수수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내 사립학교 재단의 운영을 봤을 때 일반적으로 교직원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나 이사장은 금품을 수수해도 김영란법으로는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법이 적용되는 가족의 범위가 배우자로 대폭 축소된 것도 향후 논란거리다. 자녀나 형제, 자매 등을 통한 우회적 금품 수수 가능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직자의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돼 유관기관 직원에게 100만원의 가방 선물을 받았다면 공직자를 이 법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딸이 200만원의 명품 가방을 선물 받은 것은 적용이 안 된다. 다만 이 딸은 김영란법이 아닌 기존 뇌물죄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과태료와 형사처벌을 가르는 금액 기준도 모호한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여야는 공직자 본인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한 경우 대가성 및 직무관련성과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하도록 하는 정무위안을 그대로 확정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에 대해서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위반행위별로 1000만~3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소액으로 여러 차례 금품을 나눠 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본인이 직무와 관련 없이 100만원 이하를 받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받을 경우 형사처벌 하도록 '이중장치'도 뒀다. 배우자를 통한 금품 수수도 직무 관련성이 있으면 같은 기준으로 공직자가 처벌을 받는다. 돌려 말하면 한 번에 100만원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만 99만원씩 3회에 걸쳐 연간 297만원을 받으면 과태료만 내면 되는 셈이다.

또한 선출직 공직자와 정당 등은 대상에서 제외토록 했다는 점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인들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여야가 합의한 김영란법을 보면 '선출직 공직자·정당·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및 그 운영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건의하는 행위'에 대해선 이 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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