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신성모독'이라는 개념 존재하지 않는다

조성은 기자 2015. 1. 27.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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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교리에서 무함마드 묘사는 과연 금기일까

이슬람교 교리에서 무함마드에 대한 묘사는 과연 금기일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니다"라고 답한다. 정신분석학자 페티 벤슬라마는 최근 리베라시옹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무함마드는) 기독교의 예수에 해당할 정도로 신성시된다"면서도 "초기 이슬람교 당시에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슬람 역사가 자클린 샤비는 한 발짝 더 나간다. 샤비는 "무함마드와 관련한 역사적 지식은 매우 적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서 무함마드는 평범한 인간과 다르지 않다. 확대 해석하면 풍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생전에 무함마드는 적대자들에게 '성불구자'라는 놀림까지 받은 적도 있다. 그의 아들 중 살아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샤비는 기원후 9세기 무렵 무함마드를 나타낸 성상(聖像)이 중동 지역에 유포된 바 있음을 지적한다. 이때는 이슬람교가 급속히 교세를 확장하던 시기로, 기독교인과 유대교인 다수가 개종했다. 새 신자에게 교리를 손쉽게 가르치고자 예언자를 묘사한 이미지가 쓰였다는 얘기다. 이슬람교 분파인 시아파에서는 16세기까지도 이러한 작품이 제작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슬람 성직자 또한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한다. 프랑스 남부 보르도에 위치한 이슬람사원의 대(大)이맘 타레크 우브루는 "(이슬람교에서는) 신에 대한 묘사만이 금지됐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이슬람교에는 기독교의 '신성모독'에 해당하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브루는 "이슬람교에는 '리다'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는 배교행위를 뜻한다"며 "신 또는 예언자의 그림을 그려 비난하는 건 신앙을 저버린 행위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배교행위는 무슬림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 만평가를 살해한 건 이슬람교 교리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무함마드 묘사를 둘러싸고 서방권과 이슬람권의 갈등이 결정적으로 폭발한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인도 출신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는 1988년 소설 '악마의 시'를 출간했다. 소설은 무함마드의 부인들을 창녀로 묘사하는 등 이슬람교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아 이슬람권에서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이듬해인 1989년 2월 당시 이란 지도자였던 루홀라 호메이니는 루슈디를 처형할 것을 명령하는 격문을 발표하고 그를 살해하는 자에게 현상금을 약속했다.

이후 2005년 한 덴마크 일간지가 무함마드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하면서 서방과 이슬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무함마드 풍자 만평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하면서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해당 만평을 자신들의 지면에 전제하면서 이슬람권의 분노에 다시 기름을 부었고, 결국 이번 테러 사건의 빌미 중 하나가 됐다. 리베라시옹은 이 같은 갈등은 결국 서방 측의 무지(無智)가 촉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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