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SK가 웃는 까닭..'기업인 가석방' 논란

이승철 2014. 12. 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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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 가장 한숨 지었던 것은 물론 대한항공이었다. 한숨지었다기 보다는 패닉에 가까웠다. 회장의 따님이자, 부사장을 맡고 있는 조현아 씨가 여론의 집중 포화의 한 복판에 섰으니 그룹 분위기가 어땠는지는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그런데, 대한항공 말고 또 한숨 지은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SK라는 말이 여의도 바닥에 퍼졌다. 이유인 즉슨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가석방을 위해 전 그룹 차원에서 분위기를 잡아왔는데, '땅콩 회항'이 한번에 이를 뒤엎어 버렸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최태원 회장의 딸이 해군에 입대한 것도 아버지 때문(?)이라는 근거없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SK 그룹이 얼마나 최회장의 가석방에 큰 기대를 걸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 최태원 SK회장

재벌 오너가, 그리고 2~3세 경영진의 가공할 만한 갑질에 전 국민이 분노하면서 사회적으로 반 대기업, 특히 오너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해 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석방마저 물 건너가 버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그렇게 다 죽어가는 줄 알았던 기업인 가석방이 요즘 연말 정가에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사실 먼저 운을 뗀 것은 최경환 경제 부총리였다. 취임 이후 기업인들의 사면에 긍정적인 의사를 줄곧 표해왔고, 지난 22일에는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다시 한번 '기업인이라고 역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자신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한다.

그리고 거기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지난 24일 기자를 만난 김무성 대표는 사실 먼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표했다. 모 석간 신문의 경제인 가석방 기사에 본인이 말한 부분이 크게 보도됐는데, 이미 일주일 전에 통화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프레임을 짜놓고 질문한 거야." 김무성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본론, 그러니까 기업인 석방의 당위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강한 어투로 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내 생각은 정부가 투자하라는데, 투자는 오너 결심 없으면 못한다. 내가 정치권 입문 전에 기업 해 봐서 아는데, 난 경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힘든지 기자들은 모르겠지만 난 지금 총 동원해야 한다고 본다. 힘 합쳐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기업 오너에게 부채 의식을 줘야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기회를 줘야한다. 살 만큼 산 사람은 나와서, 그만큼 (가석방이라는) 특혜 조치 받고 나오면 경기부양에 나서라. 그런 차원에서 기회줘야한다는 거지. 난 법은 모르니(가석방이 될지 특사가 될지 구체적으로는 모르겠다는 뜻) 모든 방법 강구하자 이거지."

그러면서 기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기자가 최근 "땅콩 회항 때문에 당분간은 기업인 가석방 등은 어렵다는 여론이 많았다"고 답하자, "조현아랑 별건이지. 거긴 법대로 하고. 경제인들이 잘못해서 벌받는 건 당연한 거고." 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최태원은 얼마나 됐지. 요건 채웠나?"라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형법상 가석방은 형의 3분의 1을 채우면 신청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개전의 정이 현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지만 그거야 판단의 문제로 남는다.

사실 기업인 가석방이나 특사는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SK 최태원 회장의 경우도 회삿돈을 500여 억 원 가까이 빼돌려 다른 곳에 투자한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고 살고 있다. 이미 2년 가까이 형기를 살았기 때문에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가석방은 법률상의 요건 보다 늘 더 까다롭기 때문에 재벌가 특혜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재벌가라고 특혜를 줘서는 안된다", "아니다 재벌가라고 요건을 채웠는데, 역 차별을 당해서는 안된다." 양쪽의 목소리가 모두 팽팽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 기업인 사면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법무부는 늘 법과 원칙에 의해 집행하겠다고 밝혀왔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일관되게 원칙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하되, 다시 말해서 요건을 충족시킨 사람들 가운데 가석방 대상을 고르되, 최종적으로 판단의 문제가 개입한다면 어느 쪽으로 적용될 것인가?

법무부는 과거 이런 논란의 흐름 속에서 어떤 쪽으로 결론을 내려왔는지,찾아보는 것도 참고가 될 듯하다.

☞ 다시보기 <뉴스9> 김무성 "수감 기업인 기회 줘야"…여당 대표 총대?

이승철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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