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의 뒤끝정치, 측근들은 아직도 암투중?

김지영 기자 2015. 1. 11. 11:2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 김지영 기자]

"안 후보 측은 처음부터 끝까지 공론조사와 같이 받아들이기 힘든 불합리한 제안을 두고 시간을 끌며 우리를 압박해왔고, 민주당과 문 후보 측은 이에 맞추어 계속 다른 수정안을 제시하며 어떻게든 접점을 찾으려 애썼다.(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비망록)"

"결국 '문재인은 이번 대선이 완전히 어그러진다고 해도 자신의 대선 출마를 끝까지 밀고 갈 사람'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싶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안철수로 하여금 문재인에 대한 강한 회의감을 불러일으키는 대화 내용이 있었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정연정 배재대 교수-안철수는 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 지금처럼 와 닿았던 때가 있을까.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은 2015년에도 여전하다. 벌써 새 정부 3년차. 차기 총선과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18대 대선 패배 원인을 두고 야권에선 아직도 네 탓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선캠프 출신 인사들은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 후보간 단일화 뒷이야기 등을 다룬 '안철수는 왜'를 출간했다.

이는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이 2013년 10월 단일화 협상과 선거운동 뒷이야기를 담은 '비망록'을 펴낸 지 1년 3개월여 만이다. '안철수는 왜'와 '비망록'은 2012년 대선 때 후보 단일화의 뒷이야기와 함께, 상대 후보를 비판적 시각으로 기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책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홍 의원의 '비망록'이 대선캠프 실무를 총괄했던 사람으로서 펴낸 회고록이라면, '안철수는 왜'는 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지원했던 이들이 정치인 안철수를 평가한 대담집이다. 또 '비망록'은 저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안철수는 왜'는 주관적 평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나마 당의 선거전략, 단일화 과정, 지도부의 문제 등을 총체적으로 분석했던 '비망록'이 그 내용의 구체성 덕에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참작의 여지가 있다면, '안철수는 왜'는 목적 자체가 불분명하다. 오히려 '안철수의 왜'는 일방적으로 안 의원의 편에서 현 당권주자인 문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대선평가보고서 겨냥했던 '비망록', 단일화 부분만 부각돼 논란

먼저 홍 의원은 책에서 안 의원의 '미래 대통령' 표현 요구 등 비공개 협상 내용을 여과 없이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었다. 이후 홍 의원은 안 의원의 원내 최측근인 송호창 의원과 연일 책 내용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러는 사이 옛 민주당과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이던 안 의원 측과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사실 홍 의원의 책은 2013년 초 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발행했던 대선평가보고서의 내용을 반박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안 의원측 인사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주도했던 평가위는 대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자로 대통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 지도부, 선거대책위원회를 지목했었다.

당시 홍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번 대선평가서가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 편파적이고 잘못돼있었기 때문에, 그때 '이래서는 우리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겠나', 그래서 내가 좀 많은 범위에서 최대한의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써야겠다, 이런 얘기를 내가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망록은 안 의원을 비판한 부분만 부각됐다. 이 책은 당내 친안계 인사들로부터도 반발을 샀다.

협상의 뒷이야기라는 것이 이렇듯 예민하다. 당사자들만 아는 이야기이기에, 당사자들 중 누군가 내용을 흘리면 그 내용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진다. 이때부턴 '누군 할 말이 없어서 참고 있느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무차별적인 폭로가 쏟아져 나오는 게 일반적이다. 애초에 협상에는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2012년 11월 문재인 캠프와 안철수 캠프간 후보 단일화 협상이 감정싸움으로 변질됐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문재인 캠프 공보단장이었던 우상호 의원은 캠프 출입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당시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우 의원의 발언은 기사로 보도됐고, 안철수 캠프는 이를 고의적인 흘리기로 받아들였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안철수, 당사자가 원치 않는 배려로 긁어 부스럼만

다시 최근 출간된 '안철수는 왜'로 돌아가 보자.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또 비망록 출간으로 상처를 입었던 쪽은 당연 안 의원일 것이다. 그때마다 송 의원을 비롯한 안 의원 측 인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런데 안 의원의 측근을 자처한 이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단일화 협상 때 뒷이야기를 폭로하겠다고 한다.

특히 책에는 진심캠프 4인방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도, 객관적인 사실도 없다. 오로지 이들의 일방적인 견해와 추측만 있다. 더욱이 대담에 참여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 강연재·오창훈 변호사, 강동호 전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은 모두 대선캠프에서 협상 실무와 동떨어진 역할을 맡았었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는 진심캠프에서 정치혁신위원을, 통합창당 후 새정치연합에서 6.4 지방선거 공천관리위원을 맡았었다. 또 강 변호사는 새정치연합 부대변인을, 진심캠프 지역협력팀장이었던 강 전 위원은 새정치연합 서울시당 공동사무처장을 각각 지냈다. 오 변호사는 진심캠프 민원실 제2팀장 출신이다.

'안철수의 지난 3년, 숨겨진 뒷이야기'라는 거창한 부제목에 걸맞지 않는 경력들이다. 김성식·박선숙 전 선대위원장까진 아니더라도 캠프의 실장급 이상 책임자 출신이 한 명만 포함됐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텐데 말이다. 이들은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없는 위치였지만, 책에선 모든 걸 아는 듯 늘어놓는다.

여기에 이 책은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대담집이지만, 내용의 상당 부분은 문 의원과 옛 민주당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다. 책에는 저자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기초로 한 내용보다는 안철수의 지지자로서 안철수를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평가하려는 '팬심'이 강하게 반영됐다.

안철수 "불필요한 이야기 유감"…당사자들은 할 말이 없어 가만히 있겠는가

문재인 캠프의 상황실을 총괄했던 홍 의원도 비망록을 출간했을 당시 책의 목적과 관련해 많은 오해와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선 '책장사'라는 비아냥도 나왔었다. 홍 의원도 이럴 진데, 협상에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 '진실'이랍시고 대담집을 내놓으니, 그 저의가 의심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오히려 안 의원은 5일 대담집과 관련해 "책을 발간하는 과정에서 사전에 나와 상의한 적이 없다"며 "지금 당의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난 대선에 대한 불필요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대담집 발간이 그 목적을 떠나서 당사자인 안 의원의 의사에도 반했던 것이다.

이제 대선이 끝난 지 2년이 더 지났다. 홍 의원의 비망록으로 홍역을 겪은 지도 1년 3개월이 지났다. 이 상황에 사실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과거를 또 들춰내 어떤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책을 팔아 인세를 챙기겠단 건지, 변호사 혹은 정치평론가로서 본인들의 인지도를 쌓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당사자인 문 의원과 안 의원은 물론,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양측 대표단, 양측의 선대본부장단, 후보 비서실장들이라고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겠는가.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