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IA 고문실태 보고서 발표에 국제사회 비판 고조

문예성 2014. 12. 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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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외신 종합/뉴시스】문예성 기자 =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테러 용의자 고문 실태를 조사한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보고서가 9일(현지시간) 공개된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10일 AP 통신 등 외신들은 CIA 고문 실태 관련 보고서 공개로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고 전했다.

▲ 북한·중국·이란 등 반미 성향 국가

인권 문제로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과 갈등을 빚고 있던 북한, 중국, 이란 등 반미 성향의 국가들은 미국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내는데 앞장섰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인권 침해를 유엔 차원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도록 앞장서온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10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엔은 미국의 비인간적인 고문 행위를 공개적으로 규탄해야 한다"고 역공을 취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잘못한 행보에 대해 반성하고 진지한 태도로 관련 국제 협약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훙 대변인은 이어 "중국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이중잣대를 대는 것을 줄곧 반대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선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란 역시 미국 비난 행렬에 동참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0일 트위터에서 "미국 정부는 인권에 반하는 억압의 상징"이 됐다고 지적했다. 하메네이는 "인권이 (미국에서)강력한 권력에 의해 어떻게 짓밟히고 있는지,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이름으로 잘못 선전되는지를 보라"라고 미국 정부를 비꼬았다.

▲ 유엔 인권 전문가와 인권단체

유엔 인권 전문가들은 CIA가 자행한 고문 행보는 1994년 제정된 유엔 '국제 고문방지협약'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면서 고문에 참여한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고문을 명령하거나 저질렀다면 이는 심각한 국제범죄로 정치적 편의에 따라 단순히 면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고문에 관여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와 CIA 요원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벤 에머슨 유엔 대테러 및 인권 특별보고관도 전날 "국제 인권법을 위반한 조직적 범죄와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며 "미국 정부는 고문에 책임이 있는 CIA 및 정부 관리들을 기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만약 고문을 주도한 미 관리들을 기소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고문이 정책적 선택 사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문 방조' 의혹받는 유럽

CIA 고문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유럽 국가는 미국의 이중성을 비난하기보다 '고문 반대'의 원칙만 강조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은 "고문은 자유와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반으로서 받아들일수 없는 심각한 실수"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보고서가 미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인권 침해에 관해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그러나 CIA의 감금, 심문 프로그램에 맞서는 것은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캐서린 레이 EU 대변인은 "테러 응징을 포함해 어떤 상황에서도 고문과 학대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0일 별도의 성명에서 "고문은 세계에서 널리 자행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의 긴급한 관심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미국의 이중성을 지적하기보다는 원칙을 재강조에 나선 것은 유럽 내 20여개국이 비밀감옥 설치 등 CIA의 고문 활동을 도왔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되고 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9일 민간단체 오픈소사이어티재단을 인용해 "최소 54개국이 CIA에 협력했는데 그 중 21개국이 유럽에 있다"면서 "유럽도 이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10일 폴란드의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이 미국 CIA가 폴란드에서 운영한 비밀감옥의 존재를 인정했다. 폴란드 정부는 CIA 비밀 감옥의 폴란드 내 존재 자체를 줄곧 부인해 왔다.

크바스니예프스키 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003년 재임 당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비밀 감옥 내에서 이뤄지는 야만적 심문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 침묵하는 중동

9·11 테러 이후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꼽히며 '테러와의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중동 국가들은 되려 CIA의 고문 보고서가 당연한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반응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보고서 공개 이후 분노를 터뜨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샤디 하미드 브루킹스연구소 중동 선임연구원은 "중동 국가들은 이미 10년 전에 이라크에서 벌어진 미국의 고문에 분노했다"며 "그래서 미국인이 10여 년 뒤에야 '오래된 이슈'를 새삼스럽게 공론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다수 중동 국가 정부가 침묵하는 데는 이들이 미국에 협조하고 자국민에 대해서도 고문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친미 성향으로 알려진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신임 대통령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10일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정부는 이 같은 비인도적인 행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오늘날 이 같은 행동과 고문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매년 세계 각국의 인권 실태를 파악해 국무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고 북한을 포함해 다른 나라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이 가운데 이번 문서의 공개로 미국은 인권 외교에서도 입지가 크게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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