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의 '치켜뜬 눈'에서 무엇을 보셨나요

신현식|이원광 기자|기자 2014. 12. 21.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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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여담]

[머니투데이 신현식기자][[취재여담]]

섬뜩했습니다.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치켜뜬 눈' 사진 이야기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조 전 부사장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했을 때 찍힌 사진입니다.

이날 현장에는 내외신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방송 카메라 기자 등을 포함해 200명 이상의 취재진이 모였습니다. 닷새 전 국토부 조사에서 대한항공은 기자들의 출입을 막고 포토라인을 마음대로 설정하고 질문의 개수도 제한했습니다.

검찰 앞에 모인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이런 잘못이 다시 반복돼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좋은 취재 기회를 회사 측이 원하는 '그림'을 만드는데 허비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질문을 미리 정했습니다. '승무원을 폭행한 사실을 인정하는가' 보다 '어깨를 밀치고 손등을 찍었느냐' 같이 구체적으로 묻기로 했습니다. 답변 없이 청사로 들어가려 하면 몸으로라도 막고 준비한 모든 질문을 던지자는 약속도 했습니다.

1시50분쯤 조 전 부사장이 서울서부지검에 나타났습니다. 검은색 고급 승용차문을 직접 열고 내린 조 전 부사장은 고개를 숙이고 느릿느릿 걸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걷느라 취재진의 위치를 파악 못해 엉뚱한 방향으로 고개숙여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눈물을 흘릴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준비한 질문을 모두 던졌지만 조 전 부사장은 "죄송합니다"라고 되뇌일 뿐이었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질문하는 기자에게도 잘 안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였습니다.

입모양을 보고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정도입니다. 조 전 부사장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잠시 '비난 여론도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12시간이 넘는 뻗치기를 끝내고 새벽녘 귀가하는 길에 그 사진을 처음 봤습니다. 취재진을 향했을 그 눈빛이 섬뜩했습니다. 검은색 고스룩(아마 일부러 고른 것이겠지만)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낮에 봤던 눈물을 흘리며 사죄를 구하는 중년 여성은 거기 없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 본 이미지와 사진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는 정반대였습니다. 비난 여론이 줄어들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빗나갔습니다. SNS와 온라인에는 또 다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당시 취재현장을 곱씹어봅니다. 이번 사태에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내면을 진정으로 드러낸 것은 이때가 처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토부 조사 때는 40명에 달하는 대한항공 직원의 '호위'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수백명의 취재진 앞에 단신으로 던져졌습니다. 재벌 3세로 태어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잘못 키웠다" 할 정도로 과보호 속에 살아온 조 전 부사장입니다. 재벌 3세로 교육받은 표정, 언론 노출에 앞서 연습한 표정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극한 상황에서 결국 민낯이 드러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사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전말은 결국 세상에 그 민낯을 드러낼 것입니다. 초기에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려고 했지만 결국 그것이 증거 인멸이라는 또 다른 범죄로 세상에 드러난 것과 마찬가집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그 후 반복적으로 사진을 접하다보니 단순히 분노나 증오를 담은 표정만은 아니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눈빛에서는 불안함과 두려움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표정에서 읽어낼 수 있는 속마음이 어떻게 한가지일까요.

검찰은 조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목전에 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구속 수사와 기소, 재판이라는 지난한 과정이 조 전 부사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울 것이라는 짐작이 됩니다. 진실이 어차피 밝혀질 것이라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기 보다는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 신현식기자 hssh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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