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 폭언과 성희롱 사실로 확인"

배문규 기자 2014. 12. 2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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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과 상습적 언어폭력을 인정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박현정 대표를 징계하고, 피해 당사자들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를 취하도록 23일 권고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대표가 직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직장 내 위계관계를 이용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언어폭력과 욕설, 고성 등으로 정신적 괴롭힘을 줬다"면서 "헌법 제10조의 인격권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서울시향 직원은 박현정 대표의 성추행과 언어폭력에 대해 서울시 인권센터에 조사를 요청했다. 조사결과 박 대표는 지난해 2월1일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사무실과 행사장 등에서 언어적 성희롱 등을 하고, 폭언과 욕설도 지속적으로 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박 대표는 2013년 대표 사무실에서 ㄱ·ㄴ·ㄷ·ㄹ 직원에게 "ㄱ을 보면 마담하면 잘 할 것 같아, ㄴ이랑 ㄷ은 옆에서 아가씨 하구"라는 발언을 했다. 2013년 말 또는 2014년 초에도 존타클럽(Zonta Club) 후원 회원 모집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ㅁ차장을 지목해 "너는 나비넥타이 매고 예쁘게 입혀서 나이 많고 돈 많은 할머니들에게 보낼거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5월쯤에는 서울시향 후원회 공연(SPO Day)를 준비 중인 직원 ㅂ씨에게 "너 음반담당이지? 오늘 너 예쁘다. 너는 짧은 치마 입고 다리로라도 음반 팔아라"라는 말을 했다. 다른 직원들에게는 "니가 애교가 많아서 늙수그레한 노인네들한테 한 번 보내 볼려구"라는 언어적 성희롱을 했다.

박 대표는 직원 ㅅ씨 등 9명의 직원에게 평소 사무실에서 "이게 다 너희가 그동안 띨빵하게 병신같이 일해서 이런거 아니야"라는 취지의 말을 수차례 했다. 또 "니네 저능아냐?". "ㅇㅇㅇ 걔 저능아야. 어떻게 ㅁㅁㅁㅁ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어!", "이런 새끼가, 과장이나 돼서 이런 것도 못하나!", "병신새끼야"라고 말하는 등 폭언을 해 근무환경을 위축시켰다.

지난해 5월 시 출연기관 전 대표가 사망했을 때는 ㅇ 과장에게 "일을 이 따위로 하니까 전 대표 ㅇㅇㅇ가 죽었지"라는 말을 했다. 또한 주간회의나 업무회의 중에도 직원들에게 "사손(회사손해)이 발생하면 월급에서 까겠어. 월급으로도 못 갚으니 장기라도 팔아야지", "너 돈 쓰는 거 좋아한다며! 네 돈이면 그렇게 쓰겠냐? 네가 10원 한 장을 벌어와 봤냐!", "너희들은 내가 소리를 질러야만 일하지. 그게 노예근성이야!"라는 말을 했다.

또한 박 대표는 지난 8월 영국공연 후 만찬에서 자신의 자리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며, 이어진 베를린 투어 공연 중 레스토랑에서 전 부지휘자에게 "얘네 하는 꼴을 봐. 직원 ㅈ와 ㅊ가 하는 꼴을"이라며 3~4시간 동안 화를 냈다. 이에 ㅈ씨는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서 투어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조기 귀국했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지난 9월15일 사표를 냈다.

박 대표는 직원들을 불러 누구에게 몇 퍼센트씩 잘못이 있는지 대답하라고 시키기도 했다. ㅋ팀장에게는 런던 공연 만찬 당시 헤드테이블에 앉아 있던 해외기획사 직원에게 "무뇌아인가 아니면 무례한 것인가?(No Brain or No Manner?)라고 묻는 e메일을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시의회에 투서가 전달된 사실을 두고 직원 색출에 나서기도 했다. 평소에도 박 대표는 직원들을 질책할 때 장기간 고성과 폭언을 사용하고, 욕설로 지칭한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표 조사자인 이윤상 시민인권보호관은 "언어적 성희롱, 폭언, 고성과 극단적 표현을 사용한 질책 등 직장 내 괴롭힘이 대표에 의해 이뤄진 사건"이라면서 "대표가 이런 일을 했을 때 직원들이 고충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더욱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사에서 직무배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도 같은 문제"라면서 "공공기관에서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표는 '조사 결과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 편집·왜곡·과장 이런 것"이라며 "다수의 주장이라는 이유로 (의혹이) 팩트가 돼버렸기 때문에 이제 내 얘기는 아무도 안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향 이사회에서 해임이 결정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 그걸 어떻게 하겠냐"고 덧붙였다.

서울시향 사무국 직원 17명은 지난 2일 언론에 배포한 호소문을 통해 박 대표가 취임 이후 직원들에 대한 일상적 폭언과 욕설, 성희롱 등으로 인권을 유린했을 뿐 아니라 정해진 인사규정을 무시하는 등 인사 전횡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지난 2년간 서울시향을 개혁하려는 데 대한 반발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며 "배후에 재계약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명훈 예술감독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앞서 박 대표의 인권침해에 대한 서울시 조사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박 대표의 해임 여부를 즉각 결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시향 이사회가 해임권을 갖고 있는 박 대표의 경우 폭언 등 인권침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사회에서 해임안을 상정,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정명훈 예술감독의 경우에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박 대표 등이 제기한 계약서 부실, 계약 내용 미이행 등 내용을 보완해 재계약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 감독은 2005년 3월부터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이번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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