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룡호, 노후화 따른 균열로 침몰 가능성"

부산 | 권기정·김정훈·이재덕 기자 입력 2014. 12. 3. 22:05 수정 2014. 12. 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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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한국인 4명 포함 11명으로.. 외교부 팀 파견선장, 마지막 교신서 "배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

사조산업 원양 트롤어선 '501오룡호' 침몰사고 사흘째인 3일 실종 선원으로 추정되는 시신 11구가 인양되면서 사망자가 12명(한국인 4명)으로 늘었다. 국민안전처 산하 부산해양안전서가 오룡호 침몰 원인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고, 외교부는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급파했다. 전문가들은 노후화에 따른 선체 균열이 침몰 원인일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 전문가들 "선체 균열이 침몰원인"

선원 가족과 전문가들은 오룡호의 사고 원인과 초기 대응에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악천후 속 조업 강행, 낡은 어선의 배수 불량, 퇴선 명령 지연 등 선사의 안일한 관리와 사고 대응이 대형 참사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사조산업 측은 물고기 때문에 배수구가 막혀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선체에 이미 균열이 진행됐거나 구멍이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공길영 교수는 "배수가 안됐다는 설명은 침몰 이유가 안된다"며 "갑판에 구멍이 났거나 균열이 생겨 물이 찼고 갑판과 해수면의 차이가 가까워지면서 파도가 넘쳐 들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백점기 교수도 "갑자기 파도가 갑판을 덮쳤거나 선체 노후화로 인한 부식 손상으로 침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원양어선 선령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김길수 교수는 "원양어선에 선령규정을 하면 다른 나라로 가서 선적을 취득할 수 있어 모든 나라가 선령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며 "70년이나 된 원양어선도 조업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40년 가까이 된 배를 외국에서 사와 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조업시켰다"는 입장이다. 이에 사조산업은 선령이 36년 됐지만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고 지난 2월 한국선급의 검사를 통과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선원 가족들은 "할당량을 채웠는데도 더 많이 잡으라는 선사의 지시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사조산업은 "다른 선사도 마찬가지"라며 '무리한 조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선원 가족들은 퇴선 명령이 늦어져 참사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공 교수는 "수온을 감안해 구명뗏목으로 탈출해야 하는데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조산업은 이날 사고해역에서 수색·구조작업을 하던 브라튜크호가 한국인 선원 3명을 추가로 인양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신 11구가 발견돼 사망자는 한국인 4명 포함, 12명으로 늘었고 실종자는 52명에서 41명으로 줄었다. 오룡호의 김계환 선장(46)은 침몰 직전 같은 회사 소속의 동료선장과 가진 무전 교신에서 "배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마지막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 해수부 "원양어선 선령제한 빈대"

배의 선령이 사고 원인의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는 '원양어선 선령제한' 규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해남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은 "원양어선은 여객선과 달리 선주 개인사업에 해당해 선령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며 "(선령제한을 할 경우) 공공성 강화에 따른 경쟁력 약화로 영세 선사의 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 | 권기정·김정훈·이재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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