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유가..산유국 '디폴트시계' 오늘도 째깍째깍

2014. 12. 3. 17: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 루블화 40%↓ 물가 연일 치솟아 베네수엘라 거의 모든 생필품 품귀이라크 대통령·장관 월급 절반 삭감

◆ 위기의 오일 이코노미 ◆

지난 2일 베네수엘라 디폴트 루머가 국제 금융시장에 퍼졌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 악화를 못 견디고 결국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국가 부도 위험을 알려 주는 지표인 베네수엘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은 이날 49.51%까지 치솟았다. CDS 기준으로 세계에서 부도 위험이 가장 큰 나라가 된 셈. 이미 지난 10월 외채 45억달러를 못 갚을 뻔했다가 가까스로 급한 불을 껐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유가는 그동안 오히려 더 떨어졌다.

현재 베네수엘라 볼리바르화는 암시장에서 달러당 155볼리바르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한 달 만에 통화가치가 반 토막 나면서 수입물가가 올라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화장지나 치약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던 생필품 품귀는 지난달부터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베네수엘라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베네수엘라는 하루에 원유를 260만배럴을 생산하는데 이 중 절반은 전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 유가보조금을 지급해 국민에게 물값보다 싼 가격에 판매하거나 쿠바 등 인근 국가에 지원하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유가보조금을 폐지해야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산유국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가 석 달 만에 30% 폭락한 뒤 산유국들 경제가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통화가치는 급락하고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0년간의 석유 호황 때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뒤늦은 자성론이 쏟아진다.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를 넘지만 최근 들어 디폴트 경고가 잇따른다.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가 40% 가까이 떨어져 달러 표시 채무가치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

기업들이 갚아야 할 대외채무는 이달에만 350억달러(약 39조원)에 달한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도 안 돼 지난 1일 다시 환율 방어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정의 절반 이상을 석유 수입에 의존하는 러시아 정부는 유가 인상만 바라보고 있지만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하지 않기로 해 경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러시아 국민도 인플레이션 고통을 겪고 있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6의 가격을 3만9990루블로 8000루블(약 16만원) 올렸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반영해 단번에 25%나 값을 올려버린 것.

텔레그래프지는 "수입물가가 높아지면서 세탁기, 자동차, 컴퓨터 등에 대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란 재정도 파탄 직전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 중인 이란 정부는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란은 원유 수출이 재정수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올해 예산 기준이었던 배럴당 100달러보다 30%를 낮춘 배럴당 70달러로 예산을 짜자니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랜시스코 퀸타나 아지야인베스트먼츠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동 매체와 인터뷰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로 회복하지 않는 이상 이란은 산업 붕괴와 대량해고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 국영 신문사인 에브테카르에 따르면 11월 현재 정부의 재정적자는 150억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실제 재정적자가 이보다 훨씬 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도 최근 국가 위기 상태에 빠졌다. 수출의 90%를 차지하는 원유 가격이 급락하자 재정수입과 외환보유액, 통화가치가 동반 폭락한 것. 달러당 나이라화값은 지난 2일 장중 186.9나이라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급기야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지난주 미 달러화에 대한 나이라 환율을 8.4%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3년 만에 기준금리도 전격 인상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재정붕괴 시나리오까지 내놓고 있다. 내년 국제유가가 30달러를 밑돌 경우 나이지리아 경제가 완전히 붕괴된다는 것. 시나리오의 근거는 재정지출이다. 2004년 1조7000억나이라이던 예산은 지난 10년간의 석유 호황기를 거치며 200%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재정수입의 80%를 차지하는 석유 가격이 호황기의 4분의 1로 떨어질 경우 재정이 붕괴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라크 정부는 1일 대통령과 장관의 월급을 절반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원유 수출로 얻는 수입이 재정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라크는 최근 유가 하락으로 재정위기가 심화됐다.

[박만원 기자 / 이지용 기자 / 이덕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