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봉급자는 '세금 호갱'

2015. 2.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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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득 임대업자보다 세금 12배 더 내

◆ 연말정산 월급 받아보니 ◆

사회초년병인 김광연 씨(30·가명·서울 서대문구 연희동)는 지난 1월 연말정산을 앞두고 월세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집주인과 전쟁을 치렀다.

김씨가 사는 곳은 입주 시 임대차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는 원룸텔이라 새로 양식을 만들어야 했지만 집주인이 거부했던 것.

그는 "연말정산 서류 작성 때 월세를 세액공제 받기 위해선 임대차계약서가 필요하다"며 집주인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이제껏 우리집에서 임대차계약서를 따로 만든 적이 없다. 한 사람 받아주기 시작하면 다들 월세를 세액공제하자고 할 것 아니냐"고 김씨를 몰아세우기 일쑤였다.

집주인 설득에 실패한 김씨는 법적 소송도 검토했으나, 소송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기로 결심했다.

김씨뿐 아니라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집주인과 세입자가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이 자주 목격됐다. 세입자가 월세금 공제 서류를 제출하면 집주인 임대소득 내역도 국세청에 통보되는 만큼, 집주인들은 세원 노출과 추가 세금 부담을 우려해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처럼 무자료 임대를 통해 임대소득을 숨기는 사례가 허다하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소득 포착률은 6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신용카드 사용 증가로 도소매 서비스업 자영업자들 소득포착률은 꽤 높아졌으나 부동산 임대소득자 소득은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25일 납세자연맹이 연소득(1억2000만원)이 동일한 고소득 직장인과 임대사업자 세금 납부액을 비교분석한 결과를 내놔 충격을 주고 있다. 납세자연맹은 수도권 모 대학교 인근에서 원룸 임대사업을 하는 실제인물 A씨의 세금 내역을 확보했다. A씨는 연간 1억2000만원의 임대수익을 올리고 있고 전업주부인 배우자와 대학생 자녀 2명을 두고 있으며, 어머니를 부양하고 있다.

연맹 측은 A씨와 똑같은 조건의 직장인 가상인물 B씨와 비교했다.

연맹 관계자는 "똑같은 조건의 두 사람 세금을 비교해 본 결과, 임대사업자 A씨는 올해 5월 소득세 확정신고 때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 107만원을 납부하게 된 반면 고소득 직장인인 B씨는 근로소득세 1316만원을 내는 것으로 계산됐다"고 밝혔다. 직장인이 임대사업자보다 무려 12배 이상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연맹 계산에 따르면 B씨의 지난해 세금은 973만이었으나 올해 1316만으로 늘어나 증가율이 무려 35%에 달했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작년보다 납부세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면 A씨는 실제 임대소득이 1억2000만원이지만 신고된 소득은 실제소득의 42%인 5000만원에 불과했다. 상당수 소득이 누락돼 세금을 적게 내는 것이다.

이처럼 세금 증가율이 매우 높은 데다 같은 소득수준의 자영업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확산되면서 고소득 직장인들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게다가 작년 말 소득세법 개정으로 연봉 1억2000만원 이상 직장인들의 퇴직소득에 대한 세금이 대폭 확대된 것도 고소득 직장인들에게 불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퇴직금이 1억5000만원인 직장인은 올해 퇴직할 경우 세금을 1021만원만 내면 되지만 내년 퇴직하면 100만원을 더 내야한다. 2017년 퇴직시엔 세금이 240만원가량 늘어난다.

한 세무사는 "현재는 연봉 1억6000만원인 대기업 상무와 연봉 10억원인 같은 회사 사장이 똑같은 과표구간에 묶여 최고세율을 부담하고 있다"며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근로자들을 고소득자로 몰아 우선적으로 증세한다면 불공평하고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조세당국은 임대 등 자본소득자들의 소득포착률을 끌어올려 공평한 과세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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