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만 미행 보고서' 朴경정이 의도적 조작 판단

지호일 기자 2014. 12. 18.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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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

현 정부 비선실세들 간 권력암투설을 촉발했던 '박지만 미행설'의 진원지가 박관천(48) 경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박 경정이 만들어 박지만(56) EG 회장에게 전달한 '미행 보고서'는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구'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수사대로라면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한 명의 '불장난'에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이 속고, 정국이 온통 뒤흔들렸다는 얘기가 된다.

박 회장은 지난 16일 박 경정으로부터 넘겨받았던 미행 보고 문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A4용지 4쪽 분량의 문서에는 'A가 오토바이를 타고 박 회장을 미행했다고 B가 말했다'는 식의 내용이 담겼다. 등장인물 신원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소개돼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다만 미행을 지시한 사람이 '정윤회'라고 특정돼 있지는 않다. 박 회장은 지난 15일 검찰에 나와 "주변 지인들에게 내가 '미행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박 경정이 관련 문서를 보고한 뒤 더욱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미행설을 최초로 말한 사람이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또는 EG 전 직원 전모씨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박 경정을 미행설 전달자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미행 문서는 청와대의 보고서 양식을 갖추지 않은 거친 형태"라고 말했다. 박 경정이 박 회장에게 보여주려는 목적으로 비공식 문서를 만들어 비선으로 박 회장에게 전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박 경정으로부터 이 문서를 받아 박 회장에게 배달한 박 회장 측근 전씨도 불러 문서 전달 시기와 경위 등을 캐물었다.

문서에서 미행자로 지목된 오토바이 기사와 미행설을 제보했다는 전직 경찰관 등도 소환 조사했다. 오토바이 기사는 "왜 내 이름이 나온 건지 모르겠다. 미행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주장했고, 미행설을 전파했다는 이들도 "박 경정 자체를 모른다"거나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등으로 진술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미행 보고 문서가 허위라고 사실상 결론지었다. 전언(傳言) 형식을 빌려 문서를 만들었지만 정보의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과 생산 구도가 유사하다. 검찰 관계자는 "신빙성에 상당히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검찰은 '미행설'이나 '십상시(十常侍) 회동설' 등은 모두 박 회장을 움직이려는 의도에서 조작 내지 왜곡돼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박 경정과 주변 인물들이 정씨와 '청와대 핵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견제하기 위한 대항마로 박 회장을 끌어들이려 한 정황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윤회 문건'이나 미행 보고 문서는 올 초 동일 인물(박 경정)이 생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씨와 청와대 내외부 인사 10명이 정기모임을 갖기 시작했다는 시점은 지난해 10월 이후다. 미행은 같은 해 11∼12월 있었던 것으로 돼 있다.

'정윤회 문건' 내용은 청와대 내부 보고라인을 따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까지 보고됐고, 미행설은 박 회장에게 전달됐다. 박 회장은 이에 김 실장에게 진상 파악을 요구하는 전화를 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내부와 외부 양쪽에서 정씨와 핵심 3인방을 흔드는 작업이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런데 박 경정은 전날 체포되기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내 입은 '지퍼'다. 그래서 조 전 비서관이 민감한 일을 시켰다"며 화살을 자신의 전직 상관에게 돌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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